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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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못 2------------------1:3
그럴 때마다 중간중간 비는 시간들도 많았는데, 새로운 사업구상을 명목으로 일주일에 두 어번 낚시 다니기도
하였다.
오로못은 그 시절 나에겐 둘도 없는 안식처요 놀이터였고, 시간의 제약을 받지않았기에 꾼들이 붐비는 주말보다
주로 호젓하게 할 수 있는 평일출조가 많다보니 거의 혼자 다니곤 하였다.
그만큼 자주 다니다 보니 오로못에서 겪은 일들이 몇 가지 있는데
그 가운데에서 지금 생각해보면 당사자에게 미안하기까지 한 웃지 못할 아주 작은 사건이 하나 있었다.
그날도 매일 가던 미류나무 기울어진 포인트로 가서 드문드문 올라오는 붕어들과 다투고 있었다.
초저녁부터 입질이 드문드문 있다가 저녁 10시 넘어서 찌가 내려가고 하나 둘 셋 속으로 헤아리고 있으면
밀어올려주고 하기를 거듭하고 있는데, 그 늦은 시간에 오른쪽 스무 걸음쯤 떨어진 자리로
서너명의 젊은 사람들이 자리잡는다.
혼자 밤새워야 하나 하고 있었는데 그 사람들이 오기에 적적하진 않겠구나 하고 낚시에 다시 집중하여 몇 마리
걸어내는데 옆자리 젊은 친구들이 어두워 전 펴는게 쉽지가 않은지 어수선하다.
때맞춰 그 때까지 잘 올라오던 붕어들도 잠잠해지고 하여 조용해질 때까지 쉬는게 낫겠다 생각하고
차에 올라가 한숨 자고 나온다는 것이 그만...
차에서 눈을 떠 보니 날이 훤하다.
이런...밤새 잤던 것이다.
차에서 나와 아침의 상쾌한 공기로 정신 좀 차리고 낚시자리로 갔다.
그 젊은 친구들은 밤에 하다가 갔는지 자리가 비어있다.
아침낚시 좀 하다가 집에 갈 요량으로 짧은 대 부터 미끼를 갈아끼운다.
30대,36대 갈고 40대.......잉? 40대가 어디 갔지?
순간 붕어의 소행은 아닌 것 같고 잉어가 대를 차고 갔나...생각하고 더 살펴보니 받침대도 없어졌다.
얼마나 힘이 좋은 놈이기에 총알차고 낚시대와 받침대를 같이 끌고 들어가노? 하고 단순하게 생각하곤
두 대로 조금 더 하다가 낚시대 접고 주변을 정리하는데 젊은 친구들이 하던 자리에 뭔가 보이는 것 같
아 가보니 새로 산 살림망과 뒷받침대가 떨어져 있다.
어두울 때 철수하다 보니 빠뜨리고 갔구나 생각하고 어두워 얼굴은 못봤지만 다음에 보면 돌려줄 작정으로
내 차에 싣고 집으로 갔다.
그날은 하루 쉬고 다음날 오전 습관처럼 오로못 그 자리에 가서 대를 편다.
없어진 40대가 생각났지만 한 번 씩 들고 휘두르고 나면 팔이 뻐근할 무게라 그렇게 아쉽진 않다.
26,30,36 석 대를 펴고 떡밥 달아 던져놓고 주위를 둘러본다.
오른쪽에 세사람이 나란히 앉아서 낚시하고 있다.
낚시대를 던졌다 꺼냈다 하는 모양새로 봐서 아직 서투른 낚시꾼 같다.
그런데 저 사람이 던지는 낚시대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
그 때 난 26,30대는 푸르죽죽한 수양대를 가지고 있었고
얼마 전 긴대가 필요해서 36,40대로 수포대를 새로 샀는데
저 사람이 수포를 가지고 있다.
물론 그 당시 수포대는 국민낚시대로 흔하게 볼 수 있었기에 난 그러려니 하고 있었는데
다시 보니 찌도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아
살짝 궁금하기도 하여 은근슬쩍 그쪽으로 가서 살펴보니...
허걱...받침대도 내가 가지고 있던 엑셀...
그 와중에 낚시줄은 더 튼튼한 걸로 바꾼다고 녹색 릴줄을 매어놓았다.ㅎㅎ
음...이걸 어쩐다...
바로 그저께 이 자리에서 잉어가 물고 갔다고 생각한 낚시대를 저 사람이 가지고 있으니
이것참 우째 이런 일이...
아주 잠시 작전을 세워야 했다.
난 혼자이고 저쪽은 세 명이지만 성격상 오래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어 직공 정공법을 시도하기로 했다.
"수고하십니다...(무겁고 긴 낚시대 감당도 못하면서 던진다고...^^;;)"
"예?"
"아 다름이 아니고 저 낚시대 저거 어디서 구한겁니까?"
"와예? 구미 인동에 있는 낚시방에서 산건데요?"
이 친구 뭔가 불안한지 나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면서 자꾸
"왜 그러는데요?"만 반복한다.
그러는 사이에 그 동료들이 이 쪽으로 모이고...
그러던 말던 난 내 할 말을 단정적으로 한다.
"이 낚시대 내껀데요...인동 어느 낚시방입니까? 같이 함 가보입시더."
"뭐라캅니꺼? 이거 제가 산 거 맞습니더." 하며
동료들의 동의를 구하듯 그쪽으로 시선을 주는데
"이 아저씨 뭐라카노? 낚시방에서 산 거 맞심더."
편들어주는 동료들...
좀 더 강력한 의지를 피력해야할 필요성을 느낀다.
"사나이 답게 지금 이자리에서 인정하고 나한테 돌려주면 아무 문제 안 삼을끼고,
안 그러면 지금 바로 파출소 전화할랍니더."
한참을 생각하고 자기들끼리 상의를 하는 듯 수군거리다가
그 친구 머리를 긁적이며 "아저씨 미안합니더. 여 있심더..." 하며
낚시대와 받침대를 돌려준다.
"아..개안심더 그래도 솔직히 인정하고 돌려주니 내가 고맙심더..."
하고 말하니
그 자리에 더 있기가 어색했던지 세 사람은 낚시대를 걷고 떠나버렸다.
가고 난 뒤에 아참참...생각난다.
저 사람들 살림망하고 뒷꽂이를 줬어야 하는건데...
이러고 보니 나만 살림살이 더 늘었잖아...ㅎㅎ
요즘 고가 낚시대가 많다보니 일삼아 노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 때 그 분들은 지금 생각하면
정말 순수하신 분들 같습니다.
어쩌다 보니 옆에 펴놓은 낚시대가 마침 자기한테 필요하여 잠시 빌려간 것이겠죠.
가져간 다음날 바로 그 자리에 낚시 오신거 보면요..^^
그리고 조금만 나쁜 사람들 같았으면 자기들은 셋이고 난 혼자였는데 힘으로 우격다짐으로도
밀어부치려 했을텐데 그러지도 않았고요.
그 때 그 분....지금은 마흔 전후의 의젓한 낚시인이 되어있겠죠?
죄송합니다. 어차피 무거워서 많은 쓰임새도 없었고, 얼마전 누구한테 그냥 준 애물단지 낚시대,
모른 척하고 그냥 넘길 수도 있었는데...
그 일로 해서 양심의 가책을 혹여라도 아직 느끼고 계시다면 훌훌 털어버리시고 이 글 보시거든
살짝 연락 함 주이소. 소주라도 같이 한 잔 합시다. 그 때 두고가셨던 살림망 대신 소주는 제가 사겠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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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여럿 만났지요
이상하게 꼭 처음산 물건들을 물에 빠뜨리거나
잉어에게 진상하는 징크스가 있어놔서......
50여개 잉어가 가져간 찌중에 낮익은 찌를 갖고 낚시를 하는
지인 "저찌 내 건데"하는 속마음만 품고 말았지만
그런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니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