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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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발까지 흩날리며 간밤에 불던바람
아침에 눈떠보니 솟는해가 달랬구나.
동장군 심술땜에 며칠두고 별러왔던
오매불망(寤寐不忘) 붕어얼굴 오늘에야 볼것인가?
모처럼 맞은연휴 아내와는 동상이몽(同床異夢)
낚시먼저(先釣後家) 꾼의마음 가사우선(先家後釣) 아내주장.
큰소리는 친다만은 당할재간 전혀없어
얼렁뚱땅 달래놓고 낚시터로 삼십육계(三十六計).
저수지 가장자리 살얼음이 잡혔구나.
명당찾는 풍수마냥 심사숙고(深思熟考) 자리잡아
이점구대 꺼내들고 물속사정 헤아리니
삼미터에 이른수심 찌오름은 어떠할까?
이구쌍포 바로두고 삼점이대 우로두니
가지런한 대모양세 더없이 흡족하다.
한쪽바늘 떡밥달고 다른쪽엔 지렁이로
비장(秘藏)의 짝밥채비 제가어찌 아니물까.
바닥사정 살펴볼냥 헛챔질 몇번하니
연초록 수초줄기 한뼘이나 자란것을,
동지섣달 강추위가 대지를 휩쓸어도
변함없는 자연섭리 봄이멀지 않았구나.
우안(右岸)에 자리잡은 칠순의 노조사(老釣士)는
부채처럼 펴논릴로 중심부를 공략하고
좌안(左岸)을 살펴보니 젊은조사 앉았는데
외대펴고 찌노리는 신기법의 내림조사.
저들도 나처럼 설레이어 나왔을까?
동병상련(同病相憐) 그심정을 유유상종(類類相從) 내가알지!
노소를 불문하고 계절조차 무시하니
철없는 사람들은 물가에다 모였구나.
한참이 지났는데 입질소식 감감하다.
좌측의 내림꾼은 띄엄띄엄 잡아내고
우측의 노조사도 방울소리 울리는데
애써태연 하다만은 맘은어찌 불안한고.
물속에 잠긴해에 찌모양이 아른대고
간밤에 설친잠이 졸음으로 다가오네.
나른한몸 달래보려 사지펴고 용을쓸때
헛본것은 아니겠지 찌머리가 움직인다.
나이들어 무딘손도 번개같이 손잡이에
한마디만 더올려라 침삼키며 맘조리네.
한참을 머뭇대던 찌오름이 시작되고
환희런가? 꿈이런가? 가슴꽉찬 이기쁨은,
조심스레 채올리니 붕어요동 시작된다.
좌로끌고 우로박는 깊은수심 붕어손맛
영화도 필요없다. 부귀도 티끌이다.
고관(高官)이라 이를알까, 대작(大爵)이라 이를알까!
힘쓰는 품세로는 아홉치는 넘었는데
손안에 쥐고보니 일곱치도 못이른다.
그래도 대견해서 붕어모습 살펴보며
한겨울에 무얼먹고 힘은이리 크게쓰누?
오후세시 북서풍이 어김없이 불어댄다.
붕어몇수 보았으니 입춘대길(立春大吉) 아니런가!
크기를 불문하고 비린내를 맡았으니
한겨울 칼바람도 따스하기 그지없다.
돌아가자, 돌아가자 집으로 돌아가자
낚시가 좋다한들 내 집보다 좋겠느냐!
처자식이 기다리는 가정으로 돌아가서
내자(內子)말씀 새겨듣고 착한가장(家長) 되어야지.
에필로그,
집으로 돌아온 나는 아내 말 잘 듣고 열심히 살았다.
사흘동안,
그런데 나흘째 되는 날부터 아내 얼굴에 붕어가 오버랩 되어 나타나기 시작했다.
붕어는 작심삼일(作心三日)의 공처가 제조범(製造犯) 이다.
기축년, 모든 조우님들 가정의 행운을 빌며
무자년 벽두(劈頭)에 있었던 낚시이야기를
남도에서 어유당 (魚有堂)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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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