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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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로 연가 (7)

입질!기다림. IP : 7547d073aa11ca2 날짜 : 2005-08-03 16:12 조회 : 4858 본문+댓글추천 : 0



위병소 위병중사에게 거수경례를 했다.
위병소 내부에는 가족 면회객 몇 팀이 음식물을 펴놓고 먹는 게 보였다.
돌아앉은 뒷모습만 보아도, 혜림을 알 수 있었다.
정말 그녀가 서울에서 강원도 양구의 골짜기 까지 면회를 왔다는 게 꿈이 아닌 현실이었다.
그녀의 앞으로 걸어갔다.
둘은 서로 놀란 표정으로 한참을 바라보았다.
혜림이 틀림없었다.
얼굴이 전에 보다 야윈 것 같아 보였다.
의자에 앉았다.
“먼 길을 온다고 고생 많았지?”
“아니요.”
“많이 건강하게 보여요.”
만나면 바로 껴안고 토끼처럼 뛸 것 같았는데, 오랜만에 대면하니 약간의 서먹함도 있었다.
달라진 모습과 낯선 환경도 작용을 하는 것 같았다.
그녀의 하얀 블라우스 사이로 언뜻 보이는 목걸이와 손에 끼워진 반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선이 반지를 향하는 걸 느끼자 그녀는 얼굴에 홍조를 띄며
“뭘 자꾸 보세요?”
주먹을 쥐고 어깨를 때렸다.
음식물을 꺼내기 위해 옆 의자에 놓인 종이가방을 들어 탁자에 올렸다.
위병소 창에 매달린 동료들의 얼굴과 눈이 마주쳤다.
모두들 웃고 있었다.
그때 위병 중사가 다가왔다.
“이 일병! 면회만 할 거야? 아니면 외출까지 할 거야?”
“외출 할 겁니다.”
“그럼, 여기서 시간 빠개지 말고 빨리 나가.”
면회 대장에는 혜림의 인적사항이 적혀 있었다.
외박 증을 제출하여 나가는 시간과 귀대 날짜의 시간을 등록 했다.
군대는 신고로 시작하여 신고로 끝난다고 했다.
정문에서 외박 신고를 하고 혜림을 일으켜 세웠다.
종이 가방에 들어 있는 음식물은 내무반에서 나눠먹으라고 동료에게 전달한 후, 혜림을 인사시켰다.
동료들은 인사를 하면서 굳이 혜림에게 악수를 청했다.
혜림은 웃으며 악수를 모두 받아 주었다.
동료들의 부러움을 뒤로 한 채, 손목을 잡고 황토 길을 걸어 나와 읍내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저녁 식사를 미리 하고 읍내에 들어가기 위해 중간에서 내렸다.
양구군 동면 OO리 OO약수터로 향했다.
닭백숙을 시켜놓고 평상에 걸터앉았다.
철분이 함유된 약수 물로 고운 닭백숙은 파란색을 띄고 있었다.
이른 저녁을 먹고 있었다.
첫 휴가를 가서 못 만나고 온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편지의 두절부터 시작해서 가슴에 담아 놓은 이야기를 줄줄이 쏟아 놓았다.
답답한 마음과 안타까움에 탈영을 하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먹을 준비를 위해 닭을 손으로 뜯고 있다가 화들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무슨 남자가 그렇게 단순해요? 무제한의 시간이 아니라 정해진 시간인데, 그걸 못 견디면 어떤 여자가 평생을 믿고 기댈 수가 있어요?”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처다 보다가, 손으로 닭고기를 뜯어 소금을 찍어 내입에 넣어주었다.
“내일까지는 시간이 많아요. 먹고 나서 우리 이야기를 해요. 소금을 많이 묻혀서 짜지는 않아요?”
내 위주의 이야기를 잠시 중단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닭고기를 씹으며
“아니, 간이 적당한데.........”
“나 손 안 씻었어요. 그래도 맛이 있어요?”
분위기가 바뀌고 장난기가 흘렀다.
“응. 아주 맛이 있어. 오늘 혜림이 덕분에 몸보신을 한다.”
그녀의 포근한 웃음을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내가 살을 발라 소금을 찍어 입에 넣어주었다.
“맛이 어때?”
“닭고기를 이렇게 맛있게 먹는 것은 처음이에요.”
“정말?”
“그래요. 먹는 음식도 좋은 사람과 같이 먹으면 맛이 달라진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저녁식사를 마치고 자리에 일어났다.
숙소는 아무래도 양구 읍내에 잡아야 할 것 같았다.
주말에는 면회객의 증가로 빨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깨끗한 곳을 잡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우선 외부에서 봐서 크게 보이는 여관을 찾았다.
침대 방은 벌써 예약이 끝난 상태였다.
다행히 욕실이 있는 온돌방을 예약하고 선금을 미리 지불했다.
방을 예약하고, 열쇠를 받아 불이 켜지는 거리로 나왔다.

우선 맥주 집을 찾았다.
먼저 들른 업소의 테이블은 군인들과 면회 온 사람들로 차있는걸 보고 발길을 돌렸다.
우리는 조용하게 마시며 이야기 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았다.
군부대 주위의 소읍에 있는 술집들은 토요일 저녁 모두가 대동소이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골라서 취향에 맞는 업소를 선택하기는 어렵다는 걸 느꼈다.
서너 업소를 순례하고는 지금 들어온 이곳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자리 안내를 받고 창가에 둘이 마주 앉았다.
시원한 맥주잔을 들고 건배 제안을 그녀에게 먼저 청했다.
“나의 사랑, OO씨! 군대 생활 건강하게 하시길 빕니다. 건배!!”
바로 내가 말을 받았다.
“혜림과의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건배!!”
시원하게 한잔을 들이켰다.
얼굴만 바라보고 있어도 부족함이 없었다.
이 세상이 존재하는 이유도 오직 사랑하는 혜림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은은하게 서로의 얼굴을 응시했다.
홍조를 띈 그녀의 얼굴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았다.
미국에는 아버지의 퇴임을 앞두고, 오랫동안 떨어져 계신 부모님을 위해 어머니와 같이 다녀왔다고 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가 진주씨의 근황도 물었다.
이유는 설명을 하지 않고, 친구와 진주씨는 헤어졌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양구의 밤거리에 팔짱을 끼고 숙소로 향해 걸었다.
그녀와 있을 때는 더위나 추위나 계절이나 외부적인 모든 게 작용을 하지 않았다.
오직 그녀와 같이 있다는 게 더 소중했다.
밤바람은 부드러운 손길로 그녀의 뺨과 내 이마를 어루만지고 지나갔다.
먼저 샤워를 하라고 둘이서 밀고 당기다가 내가 먼저 샤워를 하고나왔다.
속옷 차림의 그녀는 타월을 두르고 앉아 있었다.




다음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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