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회사 조우회 정출을 다녀 왔습니다.
근 석달여만에 참석한 정출...
사내에서 받는 느낌, 그 내면의 가슴 가슴을 열어두고
이른 가을밤을 익혔습니다.
여느때와 별반 다를것 없는 허풍 가득한 무용담들이 두어바퀴 돌고
터질듯 아슬~한 그것들에 취해주고 넉넉한 웃음으로 무릅까지 탁~ 쳐 가며
아하~~~ 로 맞장하던 조우들...... 그 속의 나
그것은 분명 행복이었습니다.
늦게 온다지만, 소류지로 가는 내내 스치던 가을의 전령사들은 그 색을 더해가고
새벽 사위의 모든것 너머 소류지 한 켠에
가을은 벌써 그렇게 팔베게를 하고 누웠습니다.
늦은 오후에 도착해 산 아래 자리하고
한 땀 한 땀... 여섯의 말풀 구멍을 겨우 내고,
어둑할 무렵에야 찌불을 심을 수 있었습니다.
사흘이 멀다하던 좋은? 시절에는
다듬기 수월하던 것이
호젓한 조행이 잦아드는 꼭 그 만큼의 힘이 더 들어가는것이 사실입니다.
늦은 몸짓에 부산한 먹구름 사이 사이의 하현달과,
이따금씩 기다란 등을 말풀위로 튀어 뒤집는 가물치 너댓마리와
외딴집 암내내는 똥개의 이상한 짖음을 보듬으며,
가을밤은 그렇게 익어가고......
문득......
어머니 생각이 납니다.
가장 아름다운 영어 단어가 Mother,
2위가 Love......
그러고 보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우리네 어머니들은 각별하고,
저에게 있어서의 어머니는
늘 가슴 한 켠을 싸~~~ 하게 합니다.
어릴적......
어머니가 쉬시는 것을 본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맏며느리로 시집 오셔서 숙부, 고모님들 시집장가 보내시고
오남매 기르셨으니......
거기다 날 낳으시고 이튿날 모내기를 하셨다는걸 훗날에야 알고서는......
그래서 음력 사월 그믐 즈음이면 허리가 끊어질듯 아프시다는것도 훗날에......
들일은 동네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우셨을정도로 많이도 하셨고,
가을걷이가 끝나면 산더미 같은 집안일 속에서도
쌀 말을 이고
삼촌네 고모네로 나누시던 어머니의 걸음 걸음이
가을 물가에서 시렵게 다가옵니다.
몇 해전 초여름......
그렇게 젊은날을 살아오신 어머니가
회갑을 한 해 앞두시고
위암 말기 판정을 받으셨습니다.
흔히 초기, 중기, 말기로 부르지만
1기~6기로 나뉜다는것,
어머니는 5기 라는것......
열시간의 수술시간이 흐르는동안
두 손에 베었던 아픈 땀을
지금도 고스란히 기억합니다.
수술이 끝나고 눈 앞에 펼쳐진 어머니의 절제된 위......
조직이 굳어서 핀셋으로 눌러도 딱딱하다는 의사의 설명이 귓전에 어릴때즈음
언제 흘려 보았는지도 가물 가물한 눈물이
하염없이 앞을 가렸습니다.
가족들, 자식들 챙기시느라 맛나는것 한번 제대로
드시지도 못하셨을 어머니......
자식들이 커서 맛나는것이라고
이거 명산지 것이라고 권해 드려야 하는데......
옳게 챙겨 드리지도 못했는데......
그 맛을 담으실 위가 싸늘한 은쟁반위에
그렇게
젊은날의 모든 고난과 함께 놓여진 것이었습니다.
그 길로 누우신 나의 어머니...
그제서야 좋다는것은 다 구해 드렸지만,
잘 먹겠다는 말씀 뿐, 정작 드시지를 못하심에
또 그렇게 아픈 가슴을 대구로 오는 차안에서 눌러야 했습니다.
그렇게 서너해를 누워 계셨던 어머니...
그리고 점점 뜸해져가는 조행...
지난 가을...
가까운 밭으로 처음 산보를 다녀 오셨다는 반가움 넘치는
아버지의 목소리를 전화기 너머로 들으며
또 한번 울컥 했습니다.
여기 저기 수소문으로, 인터넷 정보로 구한
여러가지를 권해 드렸으니, 어느게 효험이 있는지도 모르지만,
그 모든 약이며, 약초들이 주마등처럼 스쳤습니다.
지난 이른 여름 어느 날...
본가를 나서는 아들 며느리에게 몇 해나만에
손수 담그신 김치를 싸 주셨습니다.
어머니의 손맛...
된장찌게, 김치, 그리고 애호박 썰어 넣은 어릴적 한여름밤의 칼국수...
그 모든 손맛을 그 김치 하나로 모처럼 넘치게 느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김치가 아니었습니다.
세상 그 무엇보다 좋은 보약이었습니다.
지난 추석...
모처럼 고향 마루에서 웃음이 넘쳤습니다.
온 가족과 함께... 함께... 함께...
오남매와 며느리, 사위가 걸어드린 목걸이를
야윈 목으로 받으시고, 정 넘치는 미소 가득 지으시던 당신...
큰아들의 가장 아끼는 취미를 가늘게 줄이셨지만...^^
당신의 그 미소 한번으로 너무도 행복한 명절이었습니다.
너무도......
너무도......
이야기가 길었습니다.
새벽녘...
후배가 중형월척을 새우로 걸었습니다.
참 좋았습니다.
비록 좋아하는 조용한 출조는 오래지만,
이렇게 정출에서 아끼는 후배가 낚은 탐스런 가을 월척을
많이 축하해 주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소류지 한 켠에서
별빛과
한 줌 바람과
찌불 대여섯개 동무 삼는 조행이
추억속에 있습니다.
조우가 있으면 더욱 좋을......
며칠 지나지 않은 조행이지만,
맘 속의 조행바램이 따로 있어
추억의 조행기라 하겠습니다.
가을이 정말 제대로 영글어갑니다.
참...
아름다운 영어단어중 Father 은 몇위 일까요?
70위에도 들지를 못한다는군요...ㅎ ㅎ
지난 가을에 올린 화보조행기 46회차...
가을이 가기전에 47회차를 올릴 수 있기를 내심 바라며...
튼튼한 가을 월척과 아름다운 조행이
모든 월님들에게 선사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제목때문에 조금 가슴이 떨렸는데.....
단아한 님에글 오랜만에 대하니 하염없이 빠져드네요...
사진은 더 선명하고 아름다워졌고....
늘 그대로의 모습으로 계시다는걸....
믿고 있습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