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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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만난 붕어들...본문과 무관함)
햇빛이 너무 따뜻했다.
오늘은 집안 청소 좀 도와 달라는 아내의 얘기도
귓등으로 듣는 둥 마는 둥 낚시 가방을 챙겨 들었다.
예정에 없던 출조다.
평소엔 아내 앞에서 기죽어 사는 공인된 공처가(恐妻家)인데도
나는 낚시 바람만 불면
언제나 이렇게 간이 커지는 불치의 병을 가지고 산다.
쉽게 찾는 동네의 소류지에는
때 이른 손맛을 즐기는 몇몇 꾼 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사람들을 피해 덜해 보이는 포인트지만
한적한 곳에 자리 잡는다.
'욕심 버리고 오늘은 그냥 햇빛이나 쪼이리라!'
생각하면서...
받침대 세 개를 꼽았다.
그리고 그 위에 2.5대 하나에 2.9 두 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대 편성이다.
지렁이 낚시에서 두 대는 서운하고,
네 대는 넘치는 기분이 들어
난 언제나 이렇게 세대를 펴고 즐거워하며 콧노래를 부르곤 한다.
"바람 속으로 걸어갔어요.
이른 아침의 그 찻집....♬"
내가 좋아하는 조용필의 노래를...
입질은 두 칸 반 대 에서부터 왔다.
빨간 끄트머리 한 자락만 보이던 찌가
색동의 몸매를 자랑하며 그윽이 솟아오르고
그 방면에 잘 숙련(熟練)된 나는
어느새 손잡이에 손을 얹고 찌의 리듬을 읽는다.
언제라도 가슴 떨린 첫 챔 질은
여섯 치 붕어를 달아내고
한줌 붕어를 손에 쥔 나는 흐뭇하다.
포근한 날씨 때문일까?
입질은 생각보다 잦았다.
이대로 저대로 눈은 바쁘게 움직이고
다섯 치에서 일곱 치를 오가는 붕어가 막 잡힌다.
세시간에 스무 마리쯤...
크락션 소리가 울린다.
멀리 낯익은 자동차가 보이고 친구가 손을 흔든다.
낚시를 하지 않으면서도 낚시터를 좋아하는 친구다.
"왜 혼자서 앉자있어,
청승맞게...!"
보쌈에 소주가 든 꾸러미를 풀어헤치는 친구의 손이 정겹다.
그리고 이것이 동네 터의 즐거움이다.
그 후로도 가끔 이어지는 입질,
그리고 몇 잔의 술과 함께 우린
이른봄의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늦도록 그렇게 앉아 있었다.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는지라
내심 조금 더 큰 손맛을 기다렸지만
신은 행운을 쌍으로 주시진 않으신가 보다.
귀가 할 때까지의 조과(釣果)는 예쁜 봄 붕어 삼십여 수.
초봄낚시로는 뜻밖의 호조황(好釣況)이었고
즐거운 하루였다.
귀가 후
아내에게 혼날 일만 생각지 않는다면...후후
십 여 년 전 어느 따뜻한 雨水의 낚시일기를
어유당(魚有堂),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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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잼있게 읽고 있습니다..
좋은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