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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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수년 전의 늦가을에 일이니~
당시의 보성댐은 낚시인들에게는
가보고픈 꿈의 터 정도로 인식되어지고 있을 때 였답니다.
당시에 보성은 너무도 먼곳 처럼 느껴져 가볼 엄두를 못내다~
결국에는 홀로 출조하게 되었지요.
일정은 3박4일..
온갖 장비를 트렁크. 뒷좌석에 까지 가득 싣고~
터질 것 같은 기대감을 안고 보성으로 떠났답니다.
배운지 얼마 안된 서툰 중층채비가 주력으로~
쏘가리 루어대. 릴대도 5대를 셋팅해서 떠나는..
그야말로 이것 저것 모두 즐기고 오자는 출조였지요.
지도책을 보면서 도착한 보성강에서~
무작정 낚시인들이 있는 곳에 이것 저것 물어보면서 포인트를 정했답니다.
보성댐 중류에 위치한 둔터라는 포인트로
큰 바윗돌이 있는~
평소에는 자리하기 어려운 특급 포인트에 자리하는 행운을 얻게 되었지요.
지금도 그러하지만~
당시에도 저는 힘세고 큰 물고기라면 뭐든지 좋아하던 대책없는 골수꾼였답니다.
현지 주민들과 쉽게 친해지는 부침성 있는 성격였던지라~
자리해 계시던 마음씨 넉넉한 농부님과 이것 저것 대화도 나누고..
이슬이도 한 잔 했답니다.
가물치 릴낚시에 한참 재미를 붙치고 있던 때 이기도 해서~
농부님께 대형가물치가 많은지 물어 보았더니~
메기가 많다는 말씀을 해 주시더군요..
뭐든 말만 들으면 바로 실행에 옮기던 성격 탓에~
바로 미꾸라지 미끼를 구하고 ..
갖고 있던 루어 바늘.갈치바늘을 조합하고 경심줄을 이용해서 미꾸리지 릴 채비를 제작했답니다.
조그만 미꾸라지를 커다란 바늘에 꿰어 메기 포인트가 될 만한 곳에 날려보냈지요.
그런데~
벅찬 기대감을 가지고 먼길 달려온 제 기대와는 다르게~
조과가 형편 없었습니다..
중층채비에 붕어다운 입질이 없는 것은 물론..
다섯대 던져논 릴에도 소식이 없었습니다.
갓 배운 중층 실력이 변변찮은 이유도 있었을 겁니다.
어차피 일정은 3박4일..
느긋하게 마음먹자 생각하고 친해진 농부님과 라면과 참치캔에소주 한 잔..
이 농부님은 밤낚시 생각은 없으셨는데~
실력은 없는 젊은 친구가 몽땅 들고 다니는 장비가 신기했던지~
저와 밤을 새기로 하셨지요..
보글보글 끓은 라면에..
참치캔 안주~
인심까지 넉넉한 술친구까지 있으니..
낚시이야기에 시간가는줄 모르고 말들을 이어가며 보성댐 밤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답니다.
새까만 담요가 주변을 온통 감싸안은 깊은밤이 되었습니다.
바람도 조금씩 불어오고~
그때..바람 속에서 조그맣게 딸랑거리는 방울소리가 들리더군요.
흔들리는 정도로 보아 조그만 녀석은 아닌지라~
힘찬 챔질 후 빠른 릴링을 시작했지요..
잉어와는 다르게 메기들은 줄을 느슨하게 해주면 돌틈에 숨어서 채비를 터트리는 경우가 흔하답니다.
제법 힘을 쓰는 녀석인지라~
3.3미터 글라스 로드를 하늘 높이 올려가며 5000번 릴을 빠른 속도로 감아들였습니다.
랜딩되어 올라 온 녀석은 두자급의 메기..
첫 수 치고는 괜찮은 씨알인지라 ~
기분좋게 살림망에 넣어두고 여유로운 담배를 하나 물었답니다..
기분이 좋아지니 이슬이 맛도 각별해지고..
그 드넓은 터에 저와 농부님 둘 뿐..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집안 이야기 까지 해가며 정담을 즐겼답니다.
시간은 흐르고~
바람은 조금 더 세어져..
릴대가 심하게 흔들리니 대를 접어 바람의 영향을 덜 받게 하고 있을 때입니다.
갑자기 가운데 릴대가 심하게 요동칩니다.
흔들리고 비명을 질러대는 방울의 불쌍한 모습으로 보아~ 예삿녀석이 아닙니다..
대를 펴서 강한 챔질..
순간~ 녀석이 좌로 큰 원을 그리며 돌아나갑니다.
저는 무척 당황했지요.
잉어 릴낚시도 즐기고 있던터라~
이 같은 움직임은 메기가 아닌 대형 잉어의 움직임 일 것이라는 판단을 하게 됐답니다.
드랙을 조절해서 잉어로 짐작되는 녀석을 무리없이 랜딩 시켜보려 했지요.
20 여 미터 릴링되던 녀석이 사고를 친 것은..
바로 그때였습니다.
바위틈에 파고 들었는지..
갑자기 무엇인가 아주 단단한 것에 걸려 채비가 꼼짝도 안하게 되 버린 것입니다.
실수였지요..
잉어가 아닌 녀석을 잉어라고 판단하고 줄을 늦추어 준 것이 실수였던 것입니다.
채비는 커다란 지렁이 릴바늘 형태로 제작한..
2미터 쯤의 채비인데 바늘이 세 개 달려 있어서~
돌밭이라면 채비걸림이 심할 수 있는 채비였답니다.
꼼짝도 않는 릴대를 들고~
이리도 돌려보고.. 저리도 돌려보고..
줄을 풀어주기도 했지만~
대물의 움직임은 조금씩 대를 타고 전해지는데..
도무지 빠지질 않는 겁니다.
결국에는 아주 강하게 잡아당겨..
채비를 터트리던지 할 요량으로 이미 형님이 되어버린 농부님께~
잡아당겨 버릴께요..했답니다.
그런데 이 농부님..
이미 10미터 앞까지 물고기가 왔는데 터트리면 너무 아깝지 않겠냐며~
포인트 앞에 수중 암초가 있으니~
제가 가지고 있는 바다뜰망을 이용해서 줄을 밀어보시겠다는 겁니다.
해 보고 안되면 줄을 끊기로 하고 위험한 물가에 내려서서~
농부님이 줄을 밀고~
저는 채비를 풀어주기로 했지요..
그런데 왠일 입니까?
너무도 쉽사리 채비가 빠지는 겁니다.
기회를 놓칠수 없던 저는 사정 보지않고 힘차게 릴링 했답니다.
아랫물가에 서 계시던 농부님께서 뜰망으로 랜딩해 주시고..
커다란~
정채를 알 수 없는 물고기가 뜰망에 들어왔지요..
거의 세자쯤 되어보이는 녀석은 잉어나 가물치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답니다.
랜턴을 들고 녀석을 비추어 보았지요..
저의 예상은 틀렸답니다.
녀석은 엄청난 크기의 메기였습니다.
아랫턱이 위턱보다 길게 튀어나온~
뻘건 입속에는 면도날 같은 삼각형 이빨이 무시무시한~
초대형 메기였던 것입니다.
순간 ..놀랍기도 하고~
겁이나기도 해서 맨손으로 바늘을 빼기가 두려워졌답니다.
가지고 다니던 롱노즈프라이어를 동원해서 바늘을 제거했는데~
녀석을 잡아서 살림망에 담는 것이 또 문제입니다.
장갑을 끼고..
잉어 살림망을 꺼냈지요..
길이는 2미터 50쯤되는 초대형 잉어 망으로 강호동이도 들어갈만 한 살림망였지요.
설마 물진 않겠지??
하는 심정으로 녀석을 보듬어 안아 살림망에 넣어두니~
세상이 모두 제 것처럼 보여지기 시작했답니다.
옆에서 저를 도와주셨던 농부형님도..
자신도 날마다 이자리에서 낚시를 하지만~
이렇게 커다란 메기를 본 것은 처음이라며 놀라워 하시더군요..
그후~
괴물들이 돌아다녀서인지..
붕어는 잔챙이 서너마리가 전부였답니다.
이후의 일정에는 별다른 조과도 없어서~
괴물 녀석을 싣고 신나는 철수길에 올랐지요..
당시의 어린 제 가슴 속에는
주변의 놀라워 할 선배님들의 모습에 한없이 기쁜 마음이 가득했지요..
기포기를 돌리고..
아이스박스에 물을 가득채워서~
구부러진 메기가 죽지않게 틈나는 대로 물을 갈아주며 집에 돌아왔답니다.
먼길을 구부러진 상태로 싣고 왔으니~
메기는 욕조에 풀어놓았는데도..
비실비실 하더군요..
행여 죽기라도 할까봐~
물을 가득 채워주고 수도 꼭지도 조금씩 물이 떨어지게 조정해서~
산소가 부족하지 않도록 했답니다.
많은 짐들을 정리하고~
선배님들께 전화를 돌렸지요..
괴물 메기 구경오세요~~~~~~~~~~~~~~~!!
한 시간쯤 지나서 들려다 본 욕조에서는..
괴물메기가~
온전히 이전의 위엄을 되찾아 휙~휙 힘차게 돌아다니고 있더군요..
수 십년 조력의 선배님도..
이런 메기는 처음 보셨다면서 아우의 쾌거를 축하해 주셨답니다.
계측해 본 메기는 88센티..
허벅지 두께의 몸통과 대가리를 지닌..엄청난 녀석였습니다.
양식 찬넬 메기는 큰녀석이 있는데..
토종메기가 세자까지 되는 것은 처음보는 일이라며..
다음에 오셨던 주변의 선배님들도 놀라워 하시더군요..
한동안~
그 괴물 메기는 저의 큰 자랑거리가 되었었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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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워낙에 사방에 자랑을 많이 했던지라~
지금은 메기가 별로 없답니다.
불과 일주일만에~
둔터주변은 메기를 노리는 릴꾼들로 자리가 없을 정도가 되었답니다.
어린 마음에 자랑했던 것인데~
다음이 없는 터가 되어버린 지금은 많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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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출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