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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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처가집 갔다가 근처 썰매장을 개장 했다길래 와이프와 6살 먹은 아들녀석 댈꼬 바로 가 보았습니다.
논에 평탄잡업을 하고 물을 공급하고 얼려놓았더군요.
시겟또 또한 200여개 만들어 무상으로 대여하고 있었고 사실 정식 오픈전이라 무상대여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암튼 아들녀석과 신나게 탓습니다.
햐~~ 이거 내가 저녀석 나이때 겨울만 되면 하루쟁일 타고 놀던 바로 그 시겟또,,,
저도 어쩔수 없는 촌놈이기에 녀석보다 오히려 제가 더 신이 났습니다.
이게 얼마만이야...30년 크억...30년만에 맛보는 이맛...아싸~~ 룰루랄라~~ㅋㅋ
그렇게 1시간을 탓을까요.
히타 틀고 차안에 있던 와이프가 조용히 와서 태클을 걸어옵니다.
"춥다 가자~~"
인자 시작인데,,,ㅠ.ㅠ
춥고 피곤하다는데 안갈수가 없습니다. 사실 둘째를 임신(9개월)하고 있는 상태라...
난 하루종일도 탈수 있는데,,,
낚시갔다 철수 할때의 그런 아쉬운 기분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어릴적 추억을 되살릴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이어서...
때는 제가 대구나오기전 시골살때 그러니까 또 한번 30여년 전으로 되돌아 갑니다.
당시 이맘때쯤이면 땡땡한 땅을 찾아 팽이치기도 하고
눈만 오면 동네 친구(그때는 한두살 위로는 다 친구였음)들과 눈싸움도 하고 눈사람도 만들고
산에 올라가 눈에 띄지도 않는 산토끼 잡는다고 온 산을 헤집고 다니고
바람이 좀 매섭게 불면 어린 나이에 연 한번 만들어 볼량으로 집에 문풍지 남는거 가져다
대나무 꺽어 붙이고 연줄 없어 어머님의 실타래 훔쳐다 연줄로 쓰고 물론 훔친 댓가는
꼬박꼬박 다 치루곤 했습니다ㅠ.ㅠ
하지만, 겨울철 놀이중 그래도 단연 으뜸으로 꼽으라면 두말없이 시겟또라고 저는 꼽을수 있습니다.
그렇게 좋아하던 시겟또에 한가지 불만이 있었습니다.
제꺼와 저의 형꺼의 레벨 차이가 너무 났다는 것입니다.
물론 제것은 형님꺼 물려받은 것이고 그렇게 오래되다 보니 낡고 삐그덕 거리고
날의 철사도 얇아서 잘 나가지도 않고 작고 암튼 버리고 싶었으나 달리 방법이 없어 참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형의 시겟또를 보아하면 날도 어디서 구했는지 뾰족한 스케이트 신형날을 꼽았고
크기도 훨씬 컷으며 재질 자체도 어디 고가의 수제 원목가구를 보는듯한 느낌이 들정도였습니다.
한마디로 누가봐도 번쩍번쩍 거렸습니다.
동네에서 아마 최고의 시겟또 였을겁니다ㅋㅋ
버뜨,,,이런...제꺼는 합판 여러장 붙여놓은 듯한 이 어설픈 느낌...
어린나이에 정말 갖고 싶었었습니다. 미치도록. 거기다 형은 장화까지 구비하고 있었으니...
(사실 적은아버님이 손수 다 만들어주셨지요. 장남이라구. 차남은 어쩌라구ㅋㅋ)
하루는 과감히 날을 잡았지요...과감히...
형이 학교 가고 없는 틈을타 평소 시겟또 짱박아 두는 형만의 비밀장소를 알아채고
아무도 몰래 시겟또, 장화, 폴대를 훔쳐서 동네 친구들 한테 자랑한판 하고 바로 낙동강으로 달려갔습니다.
사실 형 오기전에 깨끗하게 해서 제자리에 다시 갖다 놔야 합니다.
아니면 거짐 죽습니다ㅋㅋ
이게 엄청난 사건의 시발이었습니다.
한 30분을 얼어붙어 있는 강에서 평소처럼 신나게 탓지요.
그러다 친구넘들과 거리가 쬐끔 벌어져 빨리오라는 손짓에 빨리따라 붙을요량으로 얼음을 보지 않고
속도만 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20m 를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데,,,얼음 숨구멍,,,미처 못봤습니다
대처할 시간도 없이 아래로 빠져버렸고 뭔가 대처하기엔 이미 늦어버렸습니다.
강이라 겨울에도 유속이 있었고 수심은 제키를 두배는 족히 넘는 수심이였고
저는 필사적으로 허우적 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다행이 친구중 하나가 저를 발견하고 옆에 지나가던 당시 중학생 한명에게 소리를 질렀나 봅니다.
그 중학생 형은 저를 발견하게 되고 타고 가건 자전거를 내팽게 치고 바로 뛰어와서 허우적 거리며 의식을
잃어가는 저를 향해 물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의식을 잃어버렸고 그 형은 저를 꽉 붙들고 발버둥 치며 한참후 지나가는 사람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다행이 지나가던 사람 2명이 왔고
그 형은 그 와중에 물속에서 굳어버린 저를 허리띠로 묶어 밖에서 잡아 당기라 하고 먼저 물밖으로 꺼내고서
같은 방법으로 그 형도 물밖으로 구해져 바로 쓰러졌답니다.
둘다 꽁꽁 얼어붙은채 얼음판 위에 얼마나 있었는지 모릅니다.
의식을 잃고 눈을 떠보니 병원이였고 농사짓는 두 집안은 난리가 났었습니다.
제가 기억나는건 그 형이 물속에 뛰어들때랑 그 형이 저를 붙들고 발버둥 칠때,,,
까지는 아직도 선하게 기억이 선명하지만 이후 기억은 없습니다.
겨울이 되고 고향집에 가다보면 늘 그때 생각이 납니다.
그 형도 어린나이였는데 그 차가운 물속으로 선뜻 그렇게 뛰어들수 있었을까...
나같으면 꿈도 못꿀일인데,,,
내가 받은 만큼 배풀며 살고 있는가.
그 형을 도리어 잊어버리고 산건 아닌가.
죄송스럽고 부끄럽고 미안하지만 그 형 생각이 많이납니다.
한차례 감사드린다는 말로는 표현이 되지 않을것 같아 꼭 한번 찾아 뵙어야겠습니다.
이상 마치며. 다소 무거운 이야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해를 마감하기전 한번쯤 살아온길을 다시 뒤돌아 보시길 바랍니다.
기억속에선 분명히 잊어버리고 살아가지만 반드시 기억해야할 누군가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2009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대물도사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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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구경 안하셔서 천만다행입니다.액댐했으니 100수 하실듯~
새해 복마니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