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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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맞짱

어유당 IP : 809008b6586e038 날짜 : 2009-05-04 18:50 조회 : 7059 본문+댓글추천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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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주말 오후 잔 비 맞으며 무리해서 공 쫓던 나는
일요일 아침 늦도록 쑤시는 삭신을 추스리고 있었습니다.
게으름이 잔뜩 묻은 내 귓가에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그리고 친구의 허겁한 목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어젯밤에 "월롱지(月弄池)"에서4짜가 나왔다네...
잘만 쪼우면 월척 한 두수는 기본이고
4짜 얼굴도 구경할 수 있다더구만...
요즈음 며칠간 연짱으로 쏟아진 모양일세!"

본래 허풍 센 친구라는 걸 알면서도
대물에 귀 얇은 나는 또 짐을 꾸리고 말았습니다.
오락가락 하는 빗속을 뚫고 30여분을 달려
예의 저수지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세시.
극성 꾼 몇 사람의 파라솔이 비바람에 펄럭이고 있었고
우리는 습성대로 수선스러움을 피해
조금 힘들어도 약간의 땀방울을 대가로
한적한 중상류 산아래 또아리를 틀었습니다.

가끔씩 쏟아지는 빗줄기가 청승맞기도 했지만
보랏빛 습기 머금은 저수지의 분위기는
첫 투(投)를 하는 내 대 끝에 대물에의 꿈을 걸어주었습니다.
참붕어 잡아 꿰어 수초 옆으로 바싹 붙여
좌우로 두 대씩 네대를 벌려놓고
가운데 빈 공간은 두 칸 반대에 콩알 달아 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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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질은 역시 콩알이 빨랐습니다.
예쁘게 솟던 찌가 달고 나온 놈은 여덟 치는 됨직한 누런 토종붕어.
잘 생긴 녀석의 좌우로 헤집던 저항만큼
내 대물에의 꿈도 한껏 부풀어 갔습니다.
그리고 잔챙이 몇 마리...
무료해질 무렵 떡밥을 메달아 놓은 찌가 급박하게 물 속으로 끌려들어 갑니다.
살치 일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가볍게 대 끝을 땡겨 봅니다.
"어렵쇼?"
대 끝이 세워지지가 않습니다.
화들짝 놀라 일어나서 팔에 힘을 주어보지만
생각보다 강한 힘이 대 끝을 물 속으로 쿡쿡 쳐 박습니다.
불쑥 머리 속에서 친구가 날 꼬득였던
4짜라는 단어가 맴을 돌면서 불안해 집니다,
보통 힘으로 잡아끄는 게 아니었으니까요.
대의 탄력을 최대한 이용해서
녀석의 머리를 돌려보려고 애쓰며
어떻게든 수초틈새로 파고드는 것을 막기 위해 대를 쳐듭니다.
"잡아내야 한다!"
줄이 울고 대가 부러질 듯 한
긴박한 줄다리기가 얼마쯤이나 계속 되었을까?
힘의 기울기에 부담을 느꼈는지
물 속의 녀석이 돌아서며 뛰어 올랐습니다.
"이게 뭐야?"
가물치였습니다.
"제길 헐!"
머리 속에서 4짜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불안감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녀석도 힘이 빠졌는지 몇 번의 실랑이 후에 저항을 포기한 체 끌려나왔습니다.
크긴 엄청 컷습니다.
녀석의 몸 둥이 위에 뼘을 대 보았습니다.
세 뼘이 다 되었습니다.
"아! 콩알 물고 나오는 철없는 가물치야,
한 뼘이 모자라도 좋으니 네가 붕어 였었드라면 얼마나 좋았겠니!"
쓴웃음을 짓고 맙니다,

아기와 바람은 밤이면 잔다고 했습니다.
고요와 어둠 속에서 가랑비를 맞으며 친구와 난 4짜를 기다렸습니다.
상념과 희망을 찌불에 끼워놓고 새벽 세시 반까지...
그러나 참붕어 물고 아홉치 붕어 두수만 더 올라왔을 뿐,
쏟아진다던 월척도 운 좋으면 구경할 수 있다던 4짜 붕어도
끝내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3_essay06404588.jpg


그렇습니다.
그것은 희망이었습니다.
하룻밤 쪼움으로 쉽게 잡혀버리는 대물 붕어라면
그것은 우리들에게 이미 갈망의 대상이 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무지개처럼, 신기루처럼,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 안타까움이
대물을 향하는 우리 꾼 들이 물가를 찿는 이유중 하나 일거라는
그런 생각도 들었구요.
돌아오는 길에 뚝 위에 서서 어두운 저수지를 바라보며
저 속에는 "오짜붕어가 살고있을지도 모른다."는
친구의 중얼거림이
꾼의 희망을 말하는 것 같아
비를 맞으며 대물을 노렸던 하룻밤이
참으로 아름답게 느껴지는 그런 조행 이었습니다.


어느해 여름의 조행일기를
어유당(魚有堂) 올림
추천 3

1등! 소요 09-05-04 19:01 IP : 927e18908198761
어유당님 글 기다렸습니다

항상 수필같은글..오늘도 잘읽고 갑니다

더워지는날씨...안출하십시요..
추천 0

2등! 心不如心山 09-05-04 20:13 IP : eb9370c3d5c881a
글 잘보았습니다
꿈과 희망은 크면 클수록 이루어진다고 했습니다

철없는 가물치덕분에 긴장좀 하셨겠습니다
떡밥먹고 나온 가물치 정말 철없네요
추천 0

3등! 강촌사는붕어 09-05-04 21:27 IP : 407f0175fbe4e8b
가물치가 떡밥을 먹은것이아니라 떡밥을먹을라던 치어를 가물치가 먹으려다
걸렸다고보면 될듯합니다.

제목이 엉뚱한 맞짱이라 궁금했는데 가물치였네요
어우당님 글잘보고갑니다.

항상건강하시고 다음글을 기다립니다.
추천 0

잠못자는악동 09-05-05 06:59 IP : 448f8a7c8b66a52
물치 이녀석 떡밥을...
붕애물고 있는 것을 이넘이 덥석한것 같습니다

행복하고 건강한 출조 되십시요
추천 0

면도날 09-05-05 10:10 IP : 07e6fed262364b7
낚시는 희망이고 끝없는 바램 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오늘 꽝을 쳐도 내일 다시 갈수 있는것 입니다.
추천 0

대찬붕어 09-05-05 10:51 IP : 8ddc8dae5d5a0ea
여유당님 오랜만에 오셨네요

앞으로 자주오셔서 글재주없는 제게

읽는 즐거움 이라도 좀주세요

내내 건강하시고 낚시로 인해

행복 하십시요
추천 0

낚시가자 09-05-05 14:30 IP : 9b19a1666bc357a
가물치가 난 더조은데 왜? 가물치 사진은 업나요?
추천 0

춘추낚시 09-05-06 12:49 IP : 0eed15cc5017b15
오랜만에 어유당님의 조행기에

오래도록 머물다 갑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추천 0

쿠마 09-05-06 13:31 IP : e8814e7a29bd66d
어유당님 붕순이얼굴 죽입니다 워리는못하셨지만
운치있게 비오는속에서낚시...
어유당님 잘보고갑니다 언제나 안출하시고 건강하십시요
추천 0

물로간산적 09-05-09 00:05 IP : 8d8b8ef682e7f0b
어유당님

그간의 안부가 궁금 했었는데 오랜만의 글을 대하니
반갑기 그지 없습니다

일면식 없는 제가 안부를 여쭙기도 뭣하고 해서 마냥 기다리기만 했습니다

덕분에 또한번 아름다운 글에 취해봅니다
추천 0

이칠 09-05-10 00:26 IP : 35d4c43f8c871e1
붕어가 아주 참합니다.

가물이가 어유당님께 손맛을 안겨 주었네요.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추천 0

달랑두개 09-05-10 08:23 IP : c9e80bb3fde71f0
이쁘다 부럽다 저는어복이없는지 ..꽝 .꽝
좋은글그림보고갑니다..
추천 0

완붕 09-05-10 09:58 IP : b94a3aa7028a061
안부 인사 드립니다...........
추천 0

어복이 09-05-10 16:16 IP : d0ea227bfe1f019
잘보았습니다..^^항상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추천 0

황금붕어7 09-05-10 18:52 IP : 789d88327f1931c
조행기 잘 봤습니다~~~~
붕어또한 잘생겼네요~~~
추천 0

잠깐바리 09-05-10 21:04 IP : 925f332b4abddf2
즐감하고 갑니다.ㅎ~
추천 0

누런붕어 09-05-10 22:31 IP : fe8bbe16434287b
비오는날 붕어낚시 기대가 되는여행

아름다운 붕어 손맛은 보셧네요

화보 잘보구갑니다 .............^^*
추천 0

김부장님 09-05-11 18:26 IP : 4e47654a1963645
가물치 손맛 죽이지요 붕어떼 깔 좋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추천 0

大物野人 09-05-13 15:49 IP : 709792f1a075b6b
붕어 좋내요 안출하세요
추천 0

붕어나라헛돈 09-05-15 19:07 IP : 08fd79838366403
좋은글 그림 잘 보고 갑니다^^
추천 0

꼬랑꾼 09-05-16 04:44 IP : c618e2ecf531af6
좋은글 잘보았습니다.

눈이 즐겁고 마음이 맑아 지는것 같습니다.
늘 건강 하세요..

감사 합니다..
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