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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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 낚시점 주인에게 급보가 날라 온다.
“지금 추소리가 터졌응께 빨리 가보슈!!!”
대청댐을 자주 다니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추소리가 터졌다는 소릴 듣고 설레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추소리에서 다들 한두 번 이상의 대박 추억이 있을 테니까...
일을 하는둥 마는둥하고 두어시간 일찍 ‘나 스스로 업무끝’을 선언한 후 (=땡땡이)
애마를 몰고 추소리에 도착하였다.
배터는 이미 소식을 듣고 온 꾼들로 북적댄다.
추소리 포인트는 대개 배로 진입해야 하며, 배는 한 사람의 독점이고(실제로는 두 집이 있으나
한 분은 농사를 겸하는 분이라 낚시꾼 수송은 잘 안함)
그 배주인의 입담(뻥)과 고집은 대단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물론 손님들에게 좋은 조황을 위해서라고 좋게 생각하지만,
아무튼 손님들은 배주인이 내려 주는 근처에 앉아야 뒷탈이 없다. ㅋㅋㅋ
여우골과 청벽, 청벽 맞은 편 등 주요 포인트는 예약(?)이 끝나 자리가 없다며,
내가 탄 배에 태운 7-8명을 여우골 좌측 집터에 반 강제적으로 내려 준다.
“여기가 오늘 대박 자리입니다. 여기서 하면 후회 안해요.” 예의 뻥을 쳐 가며...
자리에 관계없이 조황이 좋을 것이라는 예감에 배에 탄 사람들은,
일단 배에서 모두 내려 저마다 자리를 잡고 낚시를 시작했다.
해지기 전까지는 탐색전이라 별 기대를 하지 않고 모두들 저녁식사를 마친 후 밤낚시에 돌입하였다.
그해는 봄 가뭄이 심해 붕어들이 산란을 못하다가 최근 내린 큰 비로 아마도 첫 산란을 하는 것 같았다.
여기저기서 산란하는 소리가 장난이 아니다.
심지어 앞받침대까지 와서 푸덕대는 붕어들을 보며 나도 참 나쁜 놈이라는 생각이 스쳐간다.
자손 번식을 위해 저 고생하는 것들을 잡아내겠다니...
고기는 엄청나게 많았다.
정말 물반 고기반이다.
조금 있다가 증명되지만...
그러나 입질은 없다.
밤 12시까지 7-8명 모두 입질 한 번 못 받았다.
그러던 중 한사람이 뜰채로 고기를 잡아 보겠다고 한다.
나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은 속으로 "놀구 있네" 하며 하던 낚시를 계속했는데...
그 사람이 채 10분도 안돼서 한 마리를 건져 낸다.
얼핏 보기에도 4짜가 넘어 보이는 떡을...
그리고 연속해서 건져낸다.
양어장에서 뜰채로 고기 잡으려는 실없는 사람들은 가끔 봤어도 댐에서 뜰채로 고기 잡는 것은 처음 봤다.
그걸 처음 본 느낌은 ‘신기함’ 그 자체였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저마다 소리없이 뜰채를 편다.
마치 낚시를 위해 낚시대를 펴듯이...
그리고 그때부터 기상천외한 낚시가 시작되었다.
뜰채로 잡는 4짜 떡붕어들...
대가 휘어지는 것이 아니라 뜰채가 휘어진다.
어떤 사람은 그 와중에 자신이 발견한 비법을 옆사람에게 알려 준다.
“뜰채를 그냥 휘저으면 안돼.
뜰채를 살며시 수초에 붙이고 조금 있으면 입질이 와.
그때 잽싸게 채면 돼“
나는 차마 뜰채 낚시에 참여하기가 뭣해서 그냥 구경만 했다.
이렇게 해서 밤 1-2시 경부터 나를 제외한 6-7명이 나란히 앉아 뜰채 낚시를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새벽에 보니 나만 꽝이고 적게는 10수 정도에서 많게는 20-30수까지 한 사람들도 있었다.
사짜급 떡으로만...
내 기억에 낚시대로 잡은 것은 한 마리도 없었던 것 같다.
여기까지면 그래도 웃어 주고 넘어가려 했는데...
고기가 절실히 필요한 사람이 있었던지 한사람이 자기 일행에게 “나 투망 있어”한다.
“그래 그럼 투망이나 치자” 하면서 일행 셋은 투망을 칠 채비를 한다.
그러자 옆의 다른 사람들이 그들에게 짜증을 낸다.
고기잡는데 투망을 치면 어떻하냐고...
순간 ‘뭐 묻은 놈이 뭐 묻은 놈 나무랜다’ 라는 속담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피식!’ 하는 헛웃음과 함께...
그들은 좀 미안했던지 백여미터 아래로 내려가서 투망질을 한다.
두어시간 투망질을 하고 오는데 파란 보조가방 세 개와 살림망 두 개를 가득 채워 온다.
내가 고기 잡는 사람 욕할 바는 아니지만 ‘그럴려면 애초부터 투망질을 하지 왜 새벽에 이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럭저럭 아침이 되어 철수해서 배터에 도착했는데 배터에는 그날 아침 낚시하러 들어가려는 사람들로 북적댔다.
사람들이 우리배에서 내리는 사람들의 조황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한다.
우리 배의 조황을 가리키며 떠벌이 선장은 입에 침을 튀겨가며 떠든다.
“보쇼, 이 대박을. 내 언제 거짓말 하는 것 봤수, 여러분들로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대박입니다. 어쩌구저쩌구....”
많은 사람들이 자리, 미끼, 입질 시간대 등 우리 일행에게 많은 질문을 하지만 누구하나 시원스레 대답하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내 눈치를 보나? ㅋㅋㅋ)
할수없이 돌아서며 내가 한마디 해줬다.
“뜰채는 가져 오셨습니까?”
이 글은 제가 다른 사이트에 한 번 올린 적이 있는 글을 약간 수정해서 올리는 글입니다.
다른 곳에서 보셨더라고 신고식이라 생각하시고 너그러이 봐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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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욕심이란 한이 없군요....ㅋ
다행이 토종이 아니고 떡이라 개인적으로 맘의 위로를 해 봅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