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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의 전설 - 참혹한 발보온 실험 보고서-
하루 종일 ‘쓰레빠’를 착용하고 근무하는 직업인지라 특히 겨울엔 발이 시려 환장하지요.
월척에서 올라온 발 보온 관련하여 어느 회원님이 올린 글을 본 다음 날,
실험 정신이 투철한 저는 당장 실행에 옮깁니다.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면 월척 ‘사용기 강좌 팁’에 사진과 함께 올려본다는 계획도 세웁니다.
실험 첫 째 날
양말 속에 신문지를 접어서 깔아봅니다.
맨 양말 보다는 따스한 느낌이 들지만 실내가 아닌 야전에서 밤낚시에 도전할 만큼은 아니란
결론을 내립니다.
실험 둘 째 날
이번엔 집사람 몰래 여성용품을 훔쳐 양말 속에 넣어 봅니다.
신문지 보다는 효과가 더 좋은 듯합니다.
뽀송뽀송하고 폭신한 느낌도 좋을 뿐더러
괜시리 묘한 기분이 발바닥에서부터 다리를 타고 올라오며 후끈한 기분이 듭니다.
다음 노지 낚시 도전 때는 양말 속에 여성용품과 신문지를 다 넣어 보면 좋겠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그리고 어느덧 시간이 쏜살같이 흐르고 일과를 마칩니다.
방송에서는 내일 외부에서 손님이 오시는 관계로 대청소를 실시 한다는 방송이 나옵니다.
우선 각자 청소 구역을 정해준 다음 책임감이 투철하고 늘 솔선수범하는 저는 아이들과 바닥
물청소를 합니다.
그런데 넘쳐나는 힘을 제어 못하는 어떤 멍청한 청춘이
물걸레질에 정신없는 제 발에 양동이 물을 ‘촤악’ 뿌립니다.
순간 정적.
당사자는 물론 모든 아이들이 얼음이 되어 앞으로 벌어질 사태의 추이를 지켜봅니다.
아이들을 괴롭히던 동네 깡패들과 20대 1일로 맞짱을 뜬 ‘20대 1의 전설’ 이며 엉덩이 뿔난
녀석들에게는 ‘귀신 잡는 킬러’ 로 소문이 자자한 저에게 치명적인 실수를 한 겁니다.
하지만
나름 대인배이자 군 시절 사선을 넘나들며 특수임무(의경 시절 경찰서 담넘어 술사오기)를 했던 저는
심호흡 한 번 하고나서 아이들이 예상했던 결과의 반전을 보여줍니다.
“아그들아! 샘이 소싯적에 특수임무를 수행하던 시절 얘기를 한 적 있지야?”
임무 중 개인 건강을 위해 가장 신경 써야 될 부분이 뭐라 했다냐?
그 때 이 어색한 상황을 타개해 보겠다는 듯이 눈치 빠른 한 녀석이 차렷 자세로 대답합니다.
“넵! 손과 발의 동상예방에 만전을 기해야하고 발이 젖은 경우 양말을 벗어 말리고 발의 습기
를 신속히 제거해야한다 그러셨습니다.”
“넌 수업 중에 졸지는 않았구나잉, 이럴 때는 재빨리 양말을 벗어 물을 짠 후 마른 수건으로
발의 물기를 신속히 제거하는 것이 동상예방의 관건이 되는거다잉. 알겄냐?
그러면서 저는 의연하게 의자에 앉아 시범을 보여주겠다는 듯이 양말을 벗기 시작합니다.
그 순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눈치 챈 온 동네 청소 농땡이
꾼들이 심심하던 차에 좋은 구경거리 생겼다고 여자애들 남자애들 삼삼오오 모여 저의 대단치
도 않은 양말짜기 시범을 보려고 창가에 까치발을 들고 구경하느라 난리가 납니다.
저는 수많은 어린양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의식하기 시작합니다.
이 때 뽀다구가 나야 관용과 용서의 아이콘으로 거듭나며 또 하나의 전설이 되는 겁니다.
그러려면 아이들의 기대에 부응하며 물에 젖은 양말 짜는 모습도 멋지게 보여야 하는 겁니다.
먼저 왼쪽!
발을 천천히 들어 오른 쪽 허벅지에 올린 후 양말을 벗는 순간.
무언가 하얀 걸레 같은 것이 툭하고 바닥에 떨어집니다.
그 때서야 이 전설에게 무언가 치명적이고 쪽 팔리는 상황이 다가 온 것임을 직감 합니다만
딱히 어린양들에게 설명할 방법이 떠오르지는 않고 귓불부터 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합니다.
물에 젖은 그놈은 누가 보더라도 난 바로 그겁니다 하고 멋지게 바닥에
철썩 소리를 내며 양학선처럼 양팔을 벌리고 난이도 10점의 착지에 성공 한 거지요.
먼저 창가에 구경하던 어린양들이 저게 뭐야? 하며 웅성이기 시작하더니
잠시 후!
눈을 동그랗게 뜨고 꺄악 소리를 지르는 놈,
손가락으로 눈만 가리는 시늉을 하며 덩달아 소리를 지르는 놈,
볼 풍선을 한 채 입을 틀어막고 이 상황을 다른 반에 고자질하러 가는 놈,
영문도 모르는 채 새로 구경 오는 놈,
서로 사태를 파악하겠다고 밀치다가 넘어지는 놈,
등등으로 난장판이 되어 버렸습니다.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다는 기대와, 실험 결과를 월척 회원님들에게 공개해보겠다던
야심찬 계획은 참으로 엉뚱하고 민망하고 참혹한 결과를 낳고야 말았네요.
전설이 또 하나의 전설을 만든 겁니다.
퇴근 하려니 흙비 내려 뿌연 제차 앞면 유리창에 먼지 낙서로 선명하게 이렇게 쓰여져 있더군요.
‘변태의 전설’
실험의 교훈 : 물건은 원래의 용도대로만 사용하자.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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