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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파도타기를 하다가 오래전에 제가 썼던 글들을 발견합니다.
글쓴이가 '피터팬'이구요, 옮긴 이는 웬 여자네요.
분명 제 곁에 서성이던 팅거벨이거나 웬디일 텐데,
무심한 저는 이 여자를 기억하지 못합니다.
ㅡ 피터팬은 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그는 없지만, 그가 그립다.
라고 여자가 말하고 있군요.
제가 누군가에겐 그리움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잠시 말랑해집니다.
십수 년 전 어느 날 새벽의 묘사네요.
추억은 늘 아름답지만은 않아요. 아픈 기억일 때는.
[ 이별은 늘 나를 아프게 해 ]
가랑가랑 비가 내린다.
소리 없는 비는 고양이의 은밀함이다.
창밖 풍경은 잊힌 무성영화의 오래된 필름이다.
앙칼진 고양이의 발톱은 밤을 세로로 스크레치해 놓았다.
이따금 자동차의 전조등이 스친다.
교도소 담벼락을 핥는 서치라이트 같다.
빗방울에 맞아 허리를 꺾고 담배가 죽어버렸다.
고양이가 거리를 할퀴고 담배를 죽이고 이젠 나를 노린다.
창문을 닫고 찰칵, 마음을 잠근다.
새벽, 눈을 뜨지 않는다.
눈을 뜨면 꿈은 사라진다. 애써 꿈의 꼬리를 잡고 있다.
애써보지만, 꿈은 미꾸라지처럼 재빨리 사라져버린다.
차르르, 창틈으로 들리는 소리.
자동차 바퀴가 도로 위의 빗물을 압사하고 뺑소니치는 소리.
차르르 차르르, 가슴 위로 지나는 대형 트럭의 거대한 바퀴.
서서히 시작된 불편은 불길과 불안을 지나 불행으로 숙성된다.
나는 불행한 걸까? 정말 그럴까?
창문을 연다. 여전히 새벽비는 고양이처럼 소리 없이 내린다.
고양이가 발톱으로 창밖 풍경을 세로로 찢어내고 있다.
새벽비가 손톱으로 가슴 한복판을 가른다. 선명한 피...
정말당신은나와떨어져살아갈수있을까그게정말가능할까
난또다른너랬지넌또다른나야헤어져도잊히는건절대아냐
옷깃을 여미며 집을 나선다.
거리엔 아침을 기다리는 새벽이 서성대고,
가랑비에 맞아 허리를 꺾인 담배가 바닥을 뒹굴며 울고 있다.
나는 당신과의 이별을 예감하며 들개처럼 허둥댄다.
ㅡ 자기야. 우리 갈게요...
은지의 울먹이는 목소리를 들으며 고개를 든다.
ㅡ 꼭 이래야 하겠니?
ㅡ 나도 힘들어요.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요...
ㅡ 알아. 알지만, 그래도...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을까?
ㅡ 당신 마음 아니까 너무 자책하지 말아요.
ㅡ 무슨 방법이 없을까?
ㅡ 그냥... 아프지만, 운명이라 생각해요.
잠이 덜 깬 정화가 엄마 손을 잡고 꾸벅, 졸고 있다.
ㅡ 정화야.
ㅡ 응, 아빠.
ㅡ 정화도 열 살이면 이제 다 컸지?
ㅡ 아홉 살인데?
ㅡ 그래, 아홉 살이면 다 큰 거야. 은화 잘 챙기고...
ㅡ 응, 아빠.
ㅡ 엄마 말씀 잘 듣고...
ㅡ 응, 아빠.
ㅡ 아빠 보고 싶더라도 꾹 참고...
ㅡ 응, 아빠.
정화의 울먹이는 소리에 은화가 엄마 품에서 눈을 뜬다.
ㅡ 은화야.
ㅡ 으응, 아빠.
ㅡ 은화는 아빠하고 갈래?
ㅡ 싫어! 난 엄마가 좋아!
은화가 엄마 품에 머리를 묻는다.
ㅡ 자기, 감기 걸리겠어요. 빨리 가세요.
은지가 엄마 같은 손길로 가랑비에 젖은 머리를 털어준다.
ㅡ 어... 당신 몸도 안 좋은데 애들까지 맡기고...
ㅡ 난 괜찮아요. 당신 빈속인데 자꾸 담배 피우면...
ㅡ 그래. 당신 볼 때까지 담배 안 피울게.
ㅡ 빨랑 가요. 비 오래 맞으면 감기 걸려요.
ㅡ 당신하고 애들 가는 거 보고...
ㅡ 갈게요.
ㅡ 그래. 우리 힘들더라도 조금만 참자.
그들이 새벽안개 속으로 사라진다.
이별의 여운이 잘게 흩날리고 있다.
난 또 다른 너, 넌 또 다른 나...
왜 우리 동네엔 가족탕이 없을까?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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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탕은 청통 사일온천가믄 있습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