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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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나는 산을 보고 있었다
먹구름이 낮게 산을 덮고 있었고
안개처럼 사부작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나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과
바람 따라 눕는 풀들의 떨림을 보고 있었다
나는
비는 소리부터 내린다
는 이외수의 말을 낮 동안은 부정하기로 했다
나는 그 모든 것들,
말하자면 '가을'을
디테일하게 '보고' 있었다
나는 낙타처럼 등을 구부리고 담배연기를 뱉어냈다
마침내(기다린 것은 아니지만)
밤이 오고 산은 공룡이 된다
이 생각
동의할 수 없다 해도 뭐, 어쩔 수 없다
밤은
명확하던 그 모든 것들을
공룡의 실루엣 뒤로 감추고
우수수, 운다
웅크린 공룡이 우는 저 소리...
나는
비는 소리부터 내린다
는 이외수의 말을
아침이 오기 전까지는 인정하기로 한다
나는 그 모든 것들,
말하자면 '가을'을 디테일하게 '듣고' 있다
나는 낙타처럼 등을 구부리고 담배연기를 뱉는다
사막처럼 막막하고 선인장처럼 쓸쓸하다
는 고백을 할 수밖에 없다
어두운 골목길, 가로등은 없다
존재의 모든 측면을 끌어안고 싶었다
떠돌다 사라진다
충돌하다 해체된다
비웃다 동경한다
덤비다 포기한다
퇴행하다 전락한다...
데카르트, 너는 틀렸다
하지만 데카르트, 니가 필요한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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