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년도 초가을.
갑자기 인사계장님이 연병장이 떠나갈 정도로 제 이름을 부르시는 겁니다.
달려가서 경례를 멋드러지게 올려붙이고 관등성명을 대면서 무슨 일이십니까 했겠죠.
인사계장님과 수송관님이 동석해 계셨었는데, 저를 동시에 쳐다보신 두분은 서로 마주 보시고는 아주 흡족한 미소를 지으셨습니다.
이윽고, 인사계장님께서 말씀하시길,
"곧 돼지가 한마리 오니까, 짬장하고 네가 돼지를 잡도록, 이상."
저는 그냥 "네 알겠습니다." 짧게 대답하고 생각에 잠겼습니다.
헉! 나같은 몸짱에 얼굴 하얗고 근6질 몸을 지닌 싸나이가 돼지를 잡다니. 이런 줸장~ ㅜㅠ
인사계장님 말씀이 끝나자마자 돼지가 도착했고, 짬장과 저는 돼지를 두고 고민에 빠졌습니다.
둘 다 돼지를 한번도 잡아본 일이 없었던 거죠.
한참을 서로 돼지만 바라보며 한숨을 쉬면서 그렇게 있는데,
돼지 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자, 수송관님이 칼 좀 쓴다는 고참을 보내서 상황을 알아보라 했나 봅니다.
고참이 도착해서 다짜고짜 "이 자식들아 돼지 안잡고 뭐하나." 했겠죠.
저는 친한 고참이라 "왜 하필 접니까? 제가 돼지를 잡다니 이게 말이나 됩니까?" 했죠.
그랬더니 그 고참이 "야! 우리 부대에 너 말고 누가 돼지를 잡겠냐. 딱 너야." 하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우리 부대엔 정말 돼지를 잡을 만한 몽타쥬는 저 밖에는 없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 고참은 손에 피 묻히기 싫다며 빨리 잡으라며 유유히 떠났고,
저는 눈을 꼭 감고 헤머로 치고 부엌칼로 적당히 거시기해서 돼지가 숨을 거두게 한 다음 쫄다구들을 시켜 산소(불을 붙여 쇠를 절단하는 공구?) 로 돼지털을 날려버리고 고기를 해체하라 시켰습니다.
수송부에 적당히 짱박혀 노닥거리다가 삶은 돼지고기가 익을 무렵, 제일 먼저 달려가 고기를 질겅거리면서 먹고 있는데,
솥을 보고 있던 짬장이 갑자기 사색이 되는 겁니다.
제가 "왜?" 했더니, 짬장이 "그건 드시면 안되지 말입니다." 이러는 겁니다.
제가 다시 "왜? 뭔데?" 하니까,
짬장이 설명하기를, 인사계장님과 수송관님께서 한쪽씩 드실려고 돼지 불알을 아름답게 삶아뒀는데, 제가 그걸 먹었다는 겁니다.
헉! X됐지 말입니다. ㅡ.ㅡ;
돼지불알 두쪽을 혼자서 처리한(?) 저는 수송부로 도망을 쳐 짱박혔습니다.
진땀을 흘리며 바깥동향을 살피는데, 10분 정도나 지났을까 인사계장님께서 연병장이 떠나가도록 제 이름을 부르시더군요.
수송관님은 짬장에게 이차저차 얘기를 듣고 모르고 먹은 걸 어쩌겠냐고 용서해주자고 하셨는데, 인사계장님은 저를 잡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하셨답니다.
그날은 안 잡히고 무사히 넘어갔는데, 그 다음 날부터 근 보름 정도는 붙잡혀 꼬집히고 쪼인트 까지고 작업시키고 심부름 시키고 보초서라 그러셨고 했지요.
인사계장님 뵈면 꼭 따지고 싶습니다.
인사계장님~ 돼지불알 하나 때문에 그땐 저한테 왜 그러셨어요.
당신 밑에서 3년간 개처럼 일한 나를... ^^;
6~7년 전인가 어떤 식당에서 돼지고기를 먹는데 야릇하고 느낌이 이상한 겁니다.
식당 아줌마에게 여쭈니 돼지불알이라시며...
풉!파하하하 웃음보가 터진 저는 씹던 돼지불알을 선배들 면전에 날렸지요. ^^;
죽는 날까지 잊지 못할 돼지불알에 얽힌 아름다운 군생활 에피소드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사
진
은
못
믿
겠
습
니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