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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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지에 실린 재미있는 詩 퍼 올립니다.
노래에, 연기에, 게다가 재미있는 詩까지...
참 다재다능한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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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 읽기
―김창완 (1954∼)
햇살 뿌연 회의실에 둘러앉아 대본을 읽는다
오리털 파카를 입고 임금을 읽고
빨간 추리닝을 입고 대감을 읽는다
백정은 운동화를 신었고
며느리는 슬리퍼를 달랑거리고 있다
대사가 없는 노복은 문자를 보내고 있고
조연출은 읽는 사람들을 눈동자로 쫒아다닌다
공주는 계속 연필만 돌리고 있고
성질 급한 감독님은 지문을 읽다
배우들 대사도 따라 읽는다 더 큰 소리로
중전이 읽으면 대궐이 된다
할아범이 읽으면 초가집이 되고
의원이 읽으면 약방이 되고
포졸이 고함치면 포도청이 된다
바람이 불고 비 오고 눈 오고 세월 흐르고
말이 달리고 화살이 날아가고
영감이 죽고 아기가 나온다
그러나 바로 거기도 바로 그때도 바로 그 사람도 아니다
그저 한낮의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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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전 눈이 어려요 ~ 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