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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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 불평 없이 쫄래쫄래 잘도 따라다녔지요.
집에 와서는 저녁 먹자마자 파김치가 되어 큰대자로 뻗어도 또 낚시가고 싶었습니다.
젊었을 적, 비가 오더라도 형님과 눈이 맞으면 낚시를 떠났고,
새벽잠이 아무리 많아도 낚시갈 때면 신기하게도 눈이 떠지곤 하였습니다.
장짐을 메고 한여름 더위에 지친 개마냥 헥헥 거리며 포인트까지 진입하는 것도
마냥 즐겁기만 했습니다.
누구도 들어가지 않은 좋은 포인트가 있으면 낫을 들고 길을 만들면서 진입하기도 합니다.
부실한 체력이라 포인트에 도착하면 거의 초주검 상태지만 가쁜 숨을 몰아쉬며
언제 그랬냐는 듯이 붕어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이내 대를 펼치지요.
지금도 2월에 물낚시가 더없이 그리우면 낚싯대 하나 달랑 들고
여름에 진입 못했던 포인트나 새로운 나만의 포인틀 찾기 위해 물가로 나섭니다.
미끼 없는 대를 드리우고 수심과 바닥을 체크하며
해동되었을 때의 낚시하는 모습을 그려보며 답답한 마음을 풀고는 합니다.
( 저의 이러한 낚시 사랑은 다른 분에 비하면 아마추어에 불과함을 압니다. 저는 도저히
엄두도 못냈거나 할 수도 없었던 그런 낚시를 조행기를 접하면 절로 감탄사가 나오며
어느 것 하나 내세울 것 없는 그저 허접조사에 불과하였다는 것을 자각하곤 합니다. )
프로 같은 분들이나 아마추어인 제가 가진 낚시에 대한 사랑, 혹은 열정은 아마도
낚시란 취미생활이 자연스럽게 삶의 일부가 되어버렸고 그로부터 새로운 활력과
묘한 에너지를 얻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또한 그리 오래 낚시를 다녔어도
전혀 싫증이 나지 않는 것은 낚시 때문에 짜증이 나거나 힘들다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여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늘상 접하는 세상의 모든 일이 낚시와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모든 일상이 낚시하는 것처럼 즐겁기만 할 뿐,
짜증 날 일도 힘들다는 생각도 스트레스받을 일도 전혀 없을 테니까요.
아내가 설거지 하라 하면, 낚시가서 설거지 한다 생각하면 귀찮지 않을 테고
요즘처럼 추운 날, 아침에 일어날 때 낚시간다고 생각하면 발딱 일어설 테고
직장에서 하는 업무도 월척(월급)을 잡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하면 일이 재미있을 터이고...
이렇게 모든 일을 낚시하는 것처럼 생각하면 온통 즐겁고 재미있는 일의 연속이 되겠지요.
그런데, 이처럼 생각하기 나름인데
행하기는 참으로 어렵고, 그리 생각하는 것도 잠시일 뿐입니다.
한갓 범부에 지나지 않는 미천한 놈임을 금방 깨달으며 씁쓸한 미소만 짓습니다.
원효대사께서 깨달은 '一切唯心造 '(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지어내는 것 )와
성경 말씀에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 이라는 구절을 읊조려 봅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여 더 배워야 하고 더 받아들여야 하고
욕심과 나태와 쓸 데 없는 것들은 비워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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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모르고 시작한 낚시가
그 구비구비에 같이 동참을 해 줬습니다.
방황 하던 시절, 연애와 결혼, 사업의 실패와 지금까지..
낚시로서 위안 받고 힘을 얻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것이라 미루워 짐작을 해 봅니다.
산수유 피는 봄날 동출의 꿈을 꿉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