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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이 낚시와 같다면…

아부지와함께 IP : 690c835d05eed72 날짜 : 2013-02-14 18:38 조회 : 1682 본문+댓글추천 : 0

어렸을 적, 아부지를 따라 낚시갈 때 일이십 리 걷는 것은 예사였지만
한 마디 불평 없이 쫄래쫄래 잘도 따라다녔지요.
집에 와서는 저녁 먹자마자 파김치가 되어 큰대자로 뻗어도 또 낚시가고 싶었습니다.


젊었을 적, 비가 오더라도 형님과 눈이 맞으면 낚시를 떠났고,
새벽잠이 아무리 많아도 낚시갈 때면 신기하게도 눈이 떠지곤 하였습니다.
장짐을 메고 한여름 더위에 지친 개마냥 헥헥 거리며 포인트까지 진입하는 것도
마냥 즐겁기만 했습니다.


누구도 들어가지 않은 좋은 포인트가 있으면 낫을 들고 길을 만들면서 진입하기도 합니다.
부실한 체력이라 포인트에 도착하면 거의 초주검 상태지만 가쁜 숨을 몰아쉬며
언제 그랬냐는 듯이 붕어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이내 대를 펼치지요.


지금도 2월에 물낚시가 더없이 그리우면 낚싯대 하나 달랑 들고
여름에 진입 못했던 포인트나 새로운 나만의 포인틀 찾기 위해 물가로 나섭니다.
미끼 없는 대를 드리우고 수심과 바닥을 체크하며
해동되었을 때의 낚시하는 모습을 그려보며 답답한 마음을 풀고는 합니다.


( 저의 이러한 낚시 사랑은 다른 분에 비하면 아마추어에 불과함을 압니다. 저는 도저히
엄두도 못냈거나 할 수도 없었던 그런 낚시를 조행기를 접하면 절로 감탄사가 나오며
어느 것 하나 내세울 것 없는 그저 허접조사에 불과하였다는 것을 자각하곤 합니다. )


프로 같은 분들이나 아마추어인 제가 가진 낚시에 대한 사랑, 혹은 열정은 아마도
낚시란 취미생활이 자연스럽게 삶의 일부가 되어버렸고 그로부터 새로운 활력과
묘한 에너지를 얻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또한 그리 오래 낚시를 다녔어도
전혀 싫증이 나지 않는 것은 낚시 때문에 짜증이 나거나 힘들다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여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늘상 접하는 세상의 모든 일이 낚시와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모든 일상이 낚시하는 것처럼 즐겁기만 할 뿐,
짜증 날 일도 힘들다는 생각도 스트레스받을 일도 전혀 없을 테니까요.

아내가 설거지 하라 하면, 낚시가서 설거지 한다 생각하면 귀찮지 않을 테고
요즘처럼 추운 날, 아침에 일어날 때 낚시간다고 생각하면 발딱 일어설 테고
직장에서 하는 업무도 월척(월급)을 잡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하면 일이 재미있을 터이고...
이렇게 모든 일을 낚시하는 것처럼 생각하면 온통 즐겁고 재미있는 일의 연속이 되겠지요.


그런데, 이처럼 생각하기 나름인데
행하기는 참으로 어렵고, 그리 생각하는 것도 잠시일 뿐입니다.
한갓 범부에 지나지 않는 미천한 놈임을 금방 깨달으며 씁쓸한 미소만 짓습니다.


원효대사께서 깨달은 '一切唯心造 '(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지어내는 것 )와
성경 말씀에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 이라는 구절을 읊조려 봅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여 더 배워야 하고 더 받아들여야 하고
욕심과 나태와 쓸 데 없는 것들은 비워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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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소풍 13-02-14 18:56 IP : 15b869628fc66b4
아직은 짧고 미천한 제 인생이지만
멋모르고 시작한 낚시가
그 구비구비에 같이 동참을 해 줬습니다.

방황 하던 시절, 연애와 결혼, 사업의 실패와 지금까지..
낚시로서 위안 받고 힘을 얻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것이라 미루워 짐작을 해 봅니다.

산수유 피는 봄날 동출의 꿈을 꿉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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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 물그늘 13-02-14 19:00 IP : e31af60375781e1
생각은 하는데...
몸이 안따라와요!!!ㅋㅋㅋ
좋은저녁 좋은밤 보내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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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 아부지와함께 13-02-14 19:17 IP : 690c835d05eed72
♥ 소풍님,산수유 피는 봄날 소풍가듯 동출! 생각만 해도 설레이네요.

산수유를 얘기하셔서 좋은 시 한 편 올립니다.


성탄제 / 김종길

어두운 방 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늙으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지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생,
젊으 나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새 나도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것이란 거의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 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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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지와함께 13-02-14 19:21 IP : 690c835d05eed72
♥ 물그늘님,몸이 안따라가는 것은 저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님께서도 편안한 밤, 행복이 무르익는 아름다운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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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카베이터 13-02-14 19:47 IP : 622a54ca6229541
감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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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13-02-14 19:53 IP : cc1e7108bddddd0
선배님말씀처럼 늘 마음은 그런데...

생각보다는 일이뜻대로 아니되는게 힘듭니다.!

언제쯤이면 속박없이 낚시를 할수있을까?

매일매일 꿈을꾸어본답니다...

좋은말씀 감사합니다.

행복한저녁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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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지와함께 13-02-14 21:03 IP : 0c93ce5dd479830
♥ 엑스카베이터님, 반갑습니다.^^

미천한 글에 귀한 단어를 주시네요. '고맙습니다.'


♥ 그림자님, 생이 마감하는 날까지 부단히 노력하여야겠지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아주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서도록 함께 노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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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심조사 13-02-14 21:34 IP : 88bcf7932fe747a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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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아빠 13-02-14 21:53 IP : 0aead347bca614e
좋은 말씀입니다. 사람이 얼마나 간사합니까.. 좋은것만 계속하다보면 질려 또다른 재미를 찾겟지요. 아부와함께님 말씀처럼 곳다가올 즐거움을 기다리는것 또한 즐겁게 가다릴수잇도록 연구함해보아야겟습니다..
한파가몰려와 추울때보다 지금처럼 날씨가 오락가락할때 감기걸리기 쉬운거 같습니다
감기조심하시고 다가오는 시즌 많은 즐거움을 만끽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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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1 13-02-15 08:12 IP : a01b6467ebd5b09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아부지와함께' 님께서는,

본문중 '一切唯心造 '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지어내는 것, 이를 어찌 생각하시는지

언제 저와 만날 기회가 닿으신다면 가르침 부탁드려봅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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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지와함께 13-02-15 09:43 IP : 690c835d05eed72
♥ 심.조.사

심중의 하고픈 말 다 할 수는 없더라도
조심스레 용기 내어 아내에게 말하리라
사랑하오.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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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지와함께 13-02-15 09:44 IP : 690c835d05eed72
♥ 민희아빠님, 오랜만에 뵙네요.^^

즐거움을 기다리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겠지요.
그 즐거움이 오기까지의 인내와 노력이 힘이 들 뿐,
님께서도 행복한 가정과 어복 충만한 한 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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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지와함께 13-02-15 09:45 IP : 690c835d05eed72
♥ 정근님, 가르침이라뇨? 불가의 심오한 진리는 오히려 정근님께 제가 배워야
할 것입니다. 굳이 제 짧은 생각을 말하라 하시면...


눈으로 보는 사물조차 다른 느낌을 가지는데 마음으로 보는 시각이야 오죽하겠습니까.
그리고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렸다지만 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겠지요.
心은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行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어려움이며 저 또한 벽에 부딪히지요.
생각은 늘 좋은 쪽인데 가끔, 아니 언제나 순간적인 감정에 휩싸이이거나
그 생각을 행하지 못하는 저는 나약한 중생이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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