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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호 창룡리 선착장 사건의 재구성'
등장인물
나: 낚시 중 가끔 영을 보는 허접꾼
김박사: 노박사를 통해 알게 된 사람으로 사건이 있기 전까지는 이 사람도 ‘신기’가 있다는 것을 내가 모르고 있었음.
노박사: 김박사와 오랜 지기로 김박사가 신기가 있다는 것을 전부터 알고 있음.
프롤로그
바람 한 점도 없이 달이 밝았던 지난 토요일 밤,
평택호 창룡리 선착장에서 낚시를 하던 중, 정박되어 있던 소형배가 이리저리 움직여 깜짝 놀라는 바람에 새벽에 낚시 장비를 다급히 접고
철수했다는 노박사의 이야기를 토대로 사건의 전말을 재구성 해 봅니다.
믿거나 말거나 절대 그냥 재미로만 읽으시기 바랍니다.
글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편의상 가명 처리함을 양해바랍니다.
그럼 시작 합니다.
2016 그 아이는 누구였을까? 3
#1. 토요일 오후 1시경
김박사는 평택호에 진출하여 어젯밤 대산 화곡지에서의 밤샘 낚시 때문에 부족했던 잠을 차에서 보충을 합니다.
#2. 오후 6시경
노박사가 김밥과 소주, 커피 등 간단한 요기꺼리를 챙겨 평택호에 도착합니다.
#3. 노박사는 잠들어 있던 김박사를 깨운 후 두 사람은 낚시자리를 물색하느라 이리저리 돌아다닙니다.
두 사람만이 낚시하자면 더 좋은 포인트에 앉았을 수도 있었겠지만
좀 늦게 들어올 저를 배려하여 좀 널찍한 창룡리 선착장에 전을 펴기로 결정 합니다.
- 여기서 사건의 발단이 시작 됩니다-
#4. 오후 8시경
제가 현장에 도착하여보니 선착장 포인트는 주말인지라 다른 조사님들도 몇 분 자리하고 계십니다.
김박사는 선착장 끝머리에서 전을 펼치는 중 이었고
노박사는 정면 우측 전방에 소형배가 정박되어있는 곳에서 대를 널고 있는 중이었는데
배가 좌우로 뱃머리를 움직이는 통에 신경이 쓰이는 상황 입니다.
배가 움직이면 배 바로 옆에 붙여둔 낚싯대들을 거두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던 겁니다.
#5. 오후 8시 반경
저는 배를 중간에 두고 노박사의 우측에 앉았습니다만 이상하게도 바람도 없고 물살도 없는데도
뱃머리가 좌우로 움직여 대는 통에 배에서 오륙 미터 떨어진 곳에 3.2 등 네 대를 거치하기 시작합니다.
노박사와 나 사이에 정면으로 배가 정박되어 있는 상황인겁니다.
달은 밝은데 바람은 한 점도 없고 막바지 열대야 기운이 느껴지며 후텁지근합니다만 그래도 견딜 만 합니다.
#6. 9시경
대를 펼친 후 모기와 날파리 극성에 긴팔 옷을 주섬주섬 입어봅니다.
#7. 9시 반경
대 널기를 마친 김박사가 간단한 요기를 하려고 노박사와 제가 있는 자리로 옵니다.
저는 이미 식사를 마치고 현장에 도착한지라 그냥 제 자리에 앉아 커피만 마시고 있었고,
그 둘은 김밥에 소주를 한 잔 씩 하며 두런두런 몇 마디 나누었는데
나중에 들으니 그때 김박사가 지나가는 말로 한마디 했다고 합니다.
" 저 배에 누가 타고 있는 것 같은데"
김박사가 영적인 부분에 촉이 있어 가끔 귀신을 본다는 것을
노박사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날따라 노박사는 김박사가 한 말을 농으로 듣고 껄껄 웃으며 지나칩니다.
실은 지금에 와서야 고백을 합니다만 저도 그 존재를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른 척 하고 있었을 뿐이죠.
긴 머리에 방금 머리를 감은 듯 물기가 흘러내리는 초등학생처럼 보이는 아이가 배에 앉아 있는 것이 보이더군요.
김박사와 노박사 둘이 김밥을 먹으며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던 와중에
저는 그때서야 낚싯대 펴기를 완료하고 이제나 저제나 멋진 찌 올림을 기대하며 담배를 한 대 피워 물고 있었지요.
그때!!!
어떤 아이가 머리를 배 위로 살며시 내미는 겁니다.
갑자기 나타난 아이 때문에 저는 순간 식겁을 하면서도 저는 그 아이가 영적인 존재라는 것을 직감 합니다
저는 영적인 존재와 조우를 몇 차례 경험해 본지라 새롭지만은 않은 상황이었지만
그럴 때 마다 저도 사람인지라 오싹한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지요.
만약 김박사가 배 위에 누가 앉아 있다는 소리를 하던 시점에 저도 그 소리를 들었다면
정말 그렇다며 맞장구를 치며 호들갑을 떨었겠습니다만
전에도 헛것보고 쓸데없는 호들갑 떤다면서 동출 했던 조우들에게 핀잔을 여러 차례 들었던 경험이 있었던 지라
배에 앉아 있는 존재에 대해서는 입이 간질거렸지만 꾹 참고 있었지요.
저만 보이는 존재는 저만 입 다물고 조용하게 있으면 별 문제는 없었거든요.
낚시 중 영적인 존재들과 조우했던 경험들은 납량특집 삼아 살짝 구라로 양념을 쳐서 월척 등
몇몇 낚시사이트에 작년에도 올린 적이 있습니다만...
#8. 10시 반경
김박사가 요기를 마치고 자기 자리로 돌아간 후
저는 그 아이가 계속 신경이 쓰이는 지라 관심을 딴 데로 돌리려
옆에 앉은 노박사와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기 시작합니다.
그 와중에 아이는 자기에게 관심을 보여 달라는 듯, 배 위에 오두 마니 앉아 턱을 고이고 똑바로 저를 응시하다가도
잠시 후엔 우리를 개의치 않는다는 듯 배 위를 겅중겅중 뛰어다니기도 하고
몸을 배 밖으로 기울여 손으로 물을 젓는 장난을 할 때도 있었는데,
그때 마다 배가 조금씩 좌우로 움직입니다.
#9. 11시 경
조프로라 불리는 후배 한명이 야간 근무를 끝내고 갤러리 삼아 들립니다.
이 후배도 저의 3.2 대와 배 사이 얼마정도 간격이 있는 곳에 짬낚 삼아 3.6 대 한 대를 투척하기 시작했지요.
그런데 이 아이가 긴 막대기를 꺼내더니 배 옆으로 날라 오는 낚싯줄을 공중에서 막대기로 걸쳐 잡는 장난을 하더군요.
후배도 조력과 내공이 상당한지라 앞치기 실수는 거의 하지 않는 편인데 그날따라 자꾸 찌를 배위에 올리는 실수를 했을 뿐더러
이미 찌맞춤이 된 찌가 전혀 안 맞는 것처럼 물에 둥둥 뜨는 이유를 모른 채 계속 부력을 보강하며 짜증을 내더군요.
저는 그 와중에도 차마 아이가 장난을 하고 있어 그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거라 솔직히 말을 하지 못합니다.
#10. 11시 반경
장프로라 불리는 후배 한명이 열대야 때문에 잠이 안 온다며 낚시구경 삼아 제수씨와 막내딸을 데리고 현장에 도착합니다.
주변이 좀 왁자해지자 배위에 아이는 몸을 숨겼는지 보이지 않더군요.
#11. 12시 경
집사람으로 부터 전화가 옵니다.
연이틀 밤샘낚시 간다며 나올 때부터 투덜거리더니
급기야는 짜증을 내며 빨리 들어오라 하더군요.
간혹 낚시 중에 영적인 존재들과 조우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집사람으로 부터 빨리 들어오라는 전화를 받곤 하는데 참 신기 합니다.
#12. 12시 반경
아이의 장난 때문에 3.6 한대 앞치기가 안 되어 계속 짜증을 내던 장프로는 함께 온 아들 녀석이 집에 가자고 재촉을 하는 통에
대를 접기 시작했고
저도 혼자 있어 불안해하는 집사람이 자꾸 신경 쓰여 염치불구 핑계를 대며 황급히 장비를 걷고 귀가를 합니다.
인터미션
여기까지는 제가 직접 목격했던 부분입니다.
이후는 제가 철수한 후 벌어진 김박사와 노박사의 경험을 재구성 합니다.
#13. 12시 50분 경
제수씨와 딸을 동반했던 후배도 귀가 합니다.
#14. 1시, 2시, 3시...시간은 흐르고
찌들은 말뚝이고 배도 이제는 미동도 없이 정지 상태입니다.
# 15 새벽 3시경
노박사에게 김박사로 부터 문자가 옵니다.
'여기 음기가 너무 강해 이상한 기분이 드니 오늘은 그만 철수 하자 구요.'
김박사가 낚시 중 낚시대를 접는 경우는 좀 처럼 일어나지 않은 상황인데다가
음기가 강하니 이제 철수하자는 제의를 받은 노박사는
좀 전에 김밥 먹으면서 김박사가 배에 누가 있는 것 같다고 한 말이 떠오르자 갑자기 머리가 쭈뼜서며 서늘해지더랍니다.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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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미동도 없이 정지해 있던 배가 쏜살같이 왼쪽으로 돌진!!!
노박사는 순간적으로 돌진하는 배를 피해 낚싯대를 계속 거두어 거의 집어 던지다 시피 뒤로 던졌고
그 이후는 생각이 안날만큼 정신없이 멘붕에 빠져 장비를 허둥지둥 챙기기 시작합니다.
부랴부랴 장비를 거두는 와중에도 시선은 배로 향할 수밖에 없었고 그 짧은 시간이 길게만 느껴지면서 계속 헛손질을 해대었고
땀은 비 오듯 쏟아졌답니다.
그런데 좌측으로 계속 이동하던 배는 잠시 멈칫 하는가 싶더니 이번엔 살살 후진을 하더랍니다.
이미 멘붕에 빠져 얼음처럼 온몸이 굳어진 노박사는 벌벌 떨며 상황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요.
헉!!!
이번에는 배가 갑자기 방향을 선회하더니 뱃머리를 노박사에게 향하고 정면으로 돌진을 하더랍니다.
누가 조종이나 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그때 노박사는 둑위로 튀어 올라갑니다.
극한의 공포에 빠진 노박사는 선착장 끝에서 낚시장비를 꾸리고 있던 김박사에게 상황을 알리려 소리를 질렀지만
도대체 목소리는 나오질 않고 계속 김박사를 향해 헛손질만 해댔다는군요.
잠시 후 노박사는 아랫 쪽 상황을 살피고 나서 한 번 더 경악을 합니다.
뱃머리를 정면으로 한 채 돌진했던 배가
어느 사이 방향을 바꾸어 배의 엔진 달린 선미를 노박사가 낚시하던 바로 자리에 대놓고 있었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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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노박사에게 빨리 타라 는 듯...
에필로그
선착장 둑 위에서 멘붕에 빠진 노박사가 미친 사람처럼 두서없이 버버 거리던 얘기에
자신이 식사하며 얼핏 본 존재가 맞았었구나를 직감한 김박사는 귀가하는 차안에서
누가 뒤에서 자꾸 쳐다보는 듯 한 느낌이 들어 백미러를 접고 귀가했으며
자신은 선미의 선외기에 기대어 앉아 있던 체구 작은 사람의 실루엣만을 얼핏 보았는데
내가 그 사람이 여자 아이였으며 생긴 모습까지 구체적으로 묘사하자 놀라워했고
배가 이상동작을 보이던 것은 아이 때문이었다는 얘기를 나중에야 듣게 된 노박사는 현재
충격이 큰 상태입니다.
휴우!!!
지금 마음이 편칠 않습니다.
어렴풋이 달빛에 보이던 아이의 모습이 생각나서 말이죠.
장난감 같은 머리띠를 하고 있어
아이가 배 위에서 겅중겅중 뛸 때 마다 용수철 위에 토끼 머리처럼 생긴 장식이 출렁거리던 모습이 아직도 생각나 마음이 짜안합니다.
무슨 사연으로 부모와 떨어져 불귀의 객이 되었는지...
아이의 안식을 빌며 글을 마칩니다.
이제는 당분간 평택호에 못 갈 듯합니다.
끝
죄악은 인간의 탓이요
용서는 신만의 권능이다.
-서양 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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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놀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