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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제일 좋아하는 현금을 선물하기로 했다.
아홉시가 약간 지났는데 피곤에 절어 아내는 옅은 잠에 취해있었다.
몇 번을 망설이다 조심스레 깨워 봉투를 건넸다.
"이기 뭔데…"
"당신 생일선물! 필요한데 써라"
선잠을 자다 깨어난 아내는 무덤덤하게 봉투를 받더니
확인도 하지않고 머리맡에 두고는 다시 잠이 들었다.
머쓱해진 나는 고개를 갸우뚱 했다.
이튿날 아침, 아내는 환하게 웃으며
"당신, 와 이래 많이 넣었노. 호호홍!" 하면서 연신 아양을 떤다.
전혀 예상밖의 선물에 아내는 큰 횡재라도 한 듯 내게 고마워했다.
출근하는 운전길, 자꾸만 아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쪼잔한 남편에 길들여진 아내는 무려 오만원 지폐 네장이 들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하는 일이었을 것이라 짐작해 보니 못난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지며
아내의 환한 웃음, 밝은 목소리는 이내 서글픔에 젖어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아내의 생일날, 끼껏해야 꽃 한송이와 가족의 외식으로 축하해 준 것이 전부여서
이번에는 큰 맘 먹고 아내에게 현금으로 선물하였던 것이었다.
팍팍한 현실의 굴레가
아니, 부족한 남자를 잘못 만난 것이겠지 생각하니 아내가 측은하게 느껴졌다.
퇴근 후 아내의 생일 저녁은 아들넘이 휴가 나오면 제일 먼저 찾는 동네 고깃집으로 갔다.
숯불 석쇠에 올려 구워진 뒷고기는 육즙이 그대로 살아있어 언제 먹어도 맛있다.
또한 바쁜 일상속에 가족과 함께하는 외식은 행복이라는 맛을 더해준다.
드라마 우리가 만난 기적에서 '아침은 신이 주신 선물'이라 했듯이…
집으로 돌아 가는 길,
아내와 딸아이 뒤를 따라 걷는데
아내의 아침 모습이 실루엣처럼 비쳐진다.
아내의 어깨가 너무나 왜소하게 보였다.
오래전, 동네 어귀에서 우연히 마주친 아부지가 그렇게 늙어보였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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