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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아부지께서 붕어를 잡으시면
"돌아라~돌아라~" 하시며 저를 약 올리셨지요.
제가 폴딱폴딱 뛰며 약 올라하는 모습에 빙긋이 웃으시며
마음껏 손맛을 즐기셨던 것 같습니다.
붕어낚시의 묘미 중 하나는 단연 찌올림맛이라 생각합니다.
낮낚시의 찌올림도 좋지만,
밤낚시의 찌올림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라 할 수 있겠지요.
어둠을 살며시 가르며 올릴 듯 말 듯 애간장을 태울 때는
순간적으로 호흡이 멈춰지며 해후(邂逅)의 설렘 같은 달콤함을 주며
농익은 석류가 속살을 벌리듯
찌올림이 어둠을 살며시 벗기며 솟구칠 때는
짜릿한 전율로 전신을 휘감아버리는 카타르시스 같은 맛을 선사합니다.
클라이맥스의 정점에서 이어지는 후희(後戱) 같은
또 다른 쾌감을 주는 것은 바로 손맛이지요.
손끝으로 전해지는 앙탈스러운 떨림과 육중한 저항은
강약의 완벽한 조화로 이루어진 하모니로 다가와 감흥을 만끽하게 합니다.
붕어낚시의 화룡점정(畵龍點睛) 같은 이 손맛의 짜릿함은
우리 꾼의 손에서 가슴으로 뇌리로 깊숙이 박혀 버립니다.
시각과 촉각이 결합한 완벽한 쾌감이 비로소 이루어지는
붕어낚시의 결정체라 하겠습니다.
만약 붕어 손맛이 없다면 9회말 역전 만루홈런을 치고
환호 없는 텅 빈 그라운드를 도는 느낌이리라 생각합니다.
그 한 번의 찌올림과 손맛에 현혹되어
우리 꾼은 다반사로 꽝치면서도 낚시를 다니나 봅니다.
2. 또 다른 손맛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이 세상 모든 어머니의 숫자와 동일하다.'-허영만의 식객 중에서
저녁을 먹으며 '한국인의 밥상'을 보았지요.
최불암 님께서 전국 각 지역의 대표 음식을 소개하는 프로인데,
평창의 고랭지 배추로 담근 김치에
맛깔나게 삶은 돼지고기 수육을 싸서 먹는 장면이 나왔을 때
아들은 연신 감탄사를 퍼부었습니다.
아무 곳에서나 맛볼 수 없는 깊은 맛이 밴 음식을 보면서
어머님이 생각났습니다.
"아들, 할머니께서 끓여 준 정말 맛있는 붕어탕이 생각나는데…"
순간 울컥하여 더는 말을 잇지 못하였습니다.
아부지께서 붕어를 잡아 오시면 어머니는 가족을 위해 붕어요리를 하셨지요.
푹 고아 붕어 가시를 일일이 발라 된장을 풀고 배추를 넣은 붕어탕,
민물새우와 함께 마늘을 듬뿍 넣은 얼큰한 매운탕,
붕어를 말려 기름에 살짝 튀긴 후 양념 조림을 한 붕어튀김조림,
화학조미료를 싫어하셨던 어머니의 손맛으로만 만든 붕어요리는
아직껏 어디에서도 그 맛을 찾을 수 없습니다.
오래전, 어머님께 요리법을 물어 적어 놓았지만
그 맛을 다시는 찾지도 느끼지도 못할 것입니다.
제일 중요한 어머니의 손맛을 버무릴 수 없기 때문이겠지요.
아부지와 함께 낚시하며 재미졌던 손맛의 추억과
어머니의 손맛이 어울려진 저녁상이 그리워지는군요.
봄이 되면 붕어 손맛을 볼 수 있겠지만,
어머니의 손맛은 이젠 볼 수 없음이 아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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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먹는 음식이다 보니 무심코 지나쳤는데
저도 나중에 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울 날이 오겠지요
좋은글 잘보구 갑니다 선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