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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인사

아부지와함께 IP : b99a86b45f1c2ce 날짜 : 2018-11-19 09:27 조회 : 8437 본문+댓글추천 : 0

어머님 보내드리고 따로 인사할 곳이 두 곳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어머님께서 일 년 넘게 계시던 요양원이었지요.
(그곳으로 모실 때 크나큰 불효를 저지르는 것 같아 면목도 없었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변명하기에도 그저 부끄러울 뿐입니다)
처음에는 낯선 환경에 적응이 잘되지 않으셨으나
비슷한 연령대의 할머님들과 같이 계셔서인지 잘 적응해 나가셨습니다.

입구 쪽의 할머님은 저만 가면 별별 얘기를 다 하십니다.
가족분들이 드문드문 찾아오기에 사람이 그리웠나 봅니다.
어머님 옆에 계시던 할머님은 어머님 가시기 한 달 전쯤 돌아가셨는데
제가 가면 대뜸 "남자는 가!" 하고 소리를 치십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할매, 저는 남자가 아니라 아들이라예." 라고 답을 했지요.
아마 남자(?)에 대해 좋지 않은 기억이 있었나 봅니다.
가장 안쪽 할머님은 제가 갈 때마다 환하게 웃으며 반겨주셨지요.
가족들이 많기도 하였지만 자주 찾아와주는 행복한 할머니였습니다.

어머님께서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셔서 인근 병원으로 가셨을 때
모두들 자기 일처럼 걱정을 하셨답니다.
다행히 큰일 없이 다시 요양원으로 오셨을 때
할머님들은 박수를 치고 기뻐하셨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참으로 고마운 마음이었습니다.

그러나 세 번째 병원치료 가셔서는
요양원으로 다시 올 수 없었습니다.



그분들께 마지막 인사를 드리는 것이 도리란 생각이 들었지만 망설여졌습니다.
그분들 뵈면 엄마 생각에 눈물부터 나올 것이 분명한데…
참아보자 다짐하며 요양원을 찾았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요양사에게 인사하고 요양실로 들어가려는데

"잠깐만요. 저…들어가시면 어머님 돌아가셨다 하지 마시고
큰 병원으로 옮기셨다고 말해 주세요."
남아 계신 할머님들에 대한 배려였습니다.

엄마 계시던 요양실을 바라보니 나도 모르게 울컥하여
머뭇머뭇하다가
"저 이거 할매들 드실 껀데 대신 드리세요..."

요양사가 일러준 대로 말할 자신이 없었고
할매들 보면 감정이 복받칠 것이 같아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만 했습니다.
긴 한숨만 내쉬면서 못난 자신이 미워졌습니다.



송구하게도 마음으로만 그분들께 인사드립니다.

"할매예~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사시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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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주말엔숙자 18-11-19 09:53 IP : 2f43ce255be495e
월요일 아침부터 가슴아픈 글이네요
어머님 좋은곳 가셨을겁니다
고인의 명복을 빌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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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 노지사랑™ 18-11-19 09:57 IP : 75c958bdc31247e
마음이 따뜻한 분이시네요...

모친께서는 좋은곳에서 영면하실겁니다.

헛헛한 마음 잘 달래시기 바랍니다.
추천 0

3등! 漁水仙 18-11-19 09:58 IP : 4d9eebd3bf6c62a
어머님께서 좋아하실것 같습니다

남은자의 가슴아픔을 알기에 우리는 사람이라고 불리워집니다.

좋은글과 감동적인 발자취 ........

감사합니다
추천 0

수초사랑 18-11-19 10:17 IP : ac25ac560492f3d
먹먹하네요
모친께서는 좋은곳으로 가셨을겁니다
추천 0

쏠라이클립스 18-11-19 10:31 IP : 1d8cba5c0c13999
모친께서는 생전에 행복하셨을것 같습니다..
이런 가슴 따뜻한 아들을 두셨으니까요..
내세에 좋은곳에서 행복하게 지내시며 아부지와함께님을 잘 보살펴주실 겁니다..
한번씩 올리시는 글이 가슴을 뭉클하게 하네요..
추천 0

B접점 18-11-19 11:10 IP : 02d1320cbeb918b
따뜻한 글 늘 잘읽고 있습니다.
마음씨도 따뜻하시네요.
추천 0

땡삐1528 18-11-19 11:16 IP : 6950c6285518d21
한쪽 가슴은 훈훈함이......
한쪽은 가슴은 메어지내요
따뜻한 하늘에서 편히 쉬실겁니다
추천 0

淡如水 18-11-19 11:22 IP : 38006c38e73202e
양가에 긴 병 앓는 노친네들 계셔서 남 일 같지 안네요.
힘 내셔요.
추천 0

미가엘 18-11-19 13:01 IP : 0f57c225f9433cc
후~~~~
제 얘기네요...
제 노모께서도 요양원에 계시는데(거동불가에 치매기 有)아들,손자,며느리만 알아보심요.
죄책감도 드시겠지만 그러나 재벌 아닌이상 집에 병원을 차릴수도 없고,
못 모시는 것은 어쩔수 없지 않을까요.
가끔씩 정신 드실때면 며느리.손자(녀).아들 고생 시킬까봐 82죽는게 낫다고 생각하시고 한숨이신게 우리네 부모님 이시더라구요.
처음엔 집에 간다고 땡깡 부리 시다가 막상 집으로 오시면 불편해서 팔리 가고싶다고 요양원들어 가시면서 뒤도 안돌아 보시 더이다.
그 속마음을 알고 있으니 더더욱 기막힐 노릇 이지요.
전 그냥 어머님 뜻대로 처자식 잘 돌보고 대도록 자주 찿아 뵙는 것으로 위안을 받습니다.
고맙게도 아내나 얘들이 할머니 뵈러 간다면 지들이 미리 준비해서 팔리 가자고 보채니,
참으로 감사한 일이지요.....
화팅 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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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지와함께 18-11-19 13:23 IP : b99a86b45f1c2ce
주말엔숙자님, 노지사랑님, 漁水仙님, 수초사랑님,

쏠라이클립스님, B접점님, 땡비님, 淡如水님,

고마우신 말씀에 고개 숙입니다.


미가엘님,
저의 어머님께서도 자식에게 누가 된다며
늘 '빨리 가야하는데…' 하셨습니다.
그것이 부모님의 사랑인가 봅니다.

힘 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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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미남 18-11-19 13:26 IP : 75e1dd1efe31836
참 고생하셨습니다.
지금도 눈물이 나네요.
저는 주간보호센터에 보내드리는데
오늘은 많이 힘드네요.
그래도 어머님이 정신없을때도
나를 걱정하시는 모습을 보며
다시한번 나를 다잡아 봅니다.
추천 0

잠시의행복 18-11-19 13:34 IP : a0d819de5a6168c
마음이 참으로 넓으십니다.
할머님들께 말씀 안하신거는 잘하셨습니다.
친구가 저세상으로 가서 문상드리고 오면 한동안 가슴에서 떠나지를 않습니다. 나이든사람들의 마음이겠지요.
알지도 못하는 인생무상이니, 사는데 정답은 없다느니 하면서 밤에 잠을 설치기를 부지기수 입니다.
아무쪼록 회상은 가끔하시고 본연의 삶을 열심히 사시면 선모님께서도 좋아 하시겠지요.
화 이 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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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60붕 18-11-19 14:51 IP : 80be78676bfed47
저또한 처지가 지금 비슷합니다ㅠㅠ
남일 같지 않습니다..
좋은곳에 잘가실겁니다..
힘내시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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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와춤을 18-11-19 15:37 IP : 12226e50f913e3e
너무 아파하시지 마세요.

어머님 좋은데 못가시고 머뭇 거리십니다.

이젠 놓아드리세요.
추천 0

아부지와함께 18-11-19 15:52 IP : b99a86b45f1c2ce
덜미남님,
추적60붕님, 두 분 또한 힘내시길 바랍니다.

잠시의행복님, 주신 말씀 새기도록 하겠습니다.

붕어와춤을님, 고맙습니다. 이젠 그만 아파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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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박사™ 18-11-19 17:50 IP : 845da0b69ebe032
어머님 천국에 가셨을 겁니다.
찡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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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반조사 18-11-19 19:04 IP : 5ac877a57637c37
가슴이 아프네요.
하늘나라 가셔서 아프이 않고 행복하실 겁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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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아빠 18-11-19 20:02 IP : 3c68621bdd180c3
작년 12월26일에 어머님 보내드리고

한동안 이유없이 울컥하여 울기도하고

못난 아들 제대루 모시지 못한거에

자책도하고 지금도 가끔 그리울때가 많습니다

한동안 고향집에가는것도

어머님과의 추억때문에 발길이 옮겨지지 않더군요

좋은곳 가셨으려니하며 위안삼고

지금은 그래도 쫌 나아졌습니다.

울컥한 마음 달래시고

어머님 좋은곳에서 영면하시길 기원드리며

힘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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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네향 18-11-19 20:02 IP : c65bf1e3d1ff093
늙으신 노모를 양노원에 모시는 저또한 진하게 공감 가는 글이네요
글과 답글을 읽으며 울컥하는 마음 똑같은 마음 이네요
좋은곳에서 편하게 행복해 하실겁니다
이렇게 마음이 따뜻한 분들 때문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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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게절 18-11-19 20:10 IP : 498fb94a8639069
저도어머니를요양원에모시고있는데미래를보는듯하여가슴이메이네요좋은데로가시길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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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송이아빠 18-11-19 20:17 IP : 1b647c16627a616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항상 좋은곳에서 지켜보고 계실꺼에요..
추천 0

김진용4220 18-11-19 21:07 IP : 6d98e3bcf115d18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힘내세요 화이팅
추천 0

쭈루 18-11-19 21:13 IP : 9cc2c1f76078c2b
위글을 보니 몃년전에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납니다 살아계실때 못해드린게 한이되고 눈말만 납니다
어버니날이나 명절때 재일 생각이납니다 좋은곳에서 어머니깨서 보고계실꺼예요 횟팅 하세요.
추천 0

뚝방점배기 18-11-19 23:21 IP : 62bf1754130c913
내리사랑
추천 0

뚝방점배기 18-11-19 23:22 IP : 62bf1754130c913
피스....!
추천 0

무유거사 18-11-20 01:25 IP : 20e389d1ff8ab08
어머님께서는 좋은곳에서 편안히 계실겁니다

힘내세요
추천 0

끈매 18-11-20 03:15 IP : b0b00460666fc39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힘내시고 이제 좋은 일들만 가득해 질겁니다

옆에 계셨다면 같이 낚시라도 가고 싶네요!

^^*
추천 0

라면조아 18-11-20 03:35 IP : b5bacfd635f69ef
어머님께서 이제 더 좋은 곳에서 편히 쉬실 거예요!
저는 불효의 아픈 마음에..
글을 읽으며 오매가 더욱 뵙고 싶네요 ㅠㅠ
추천 0

용코 18-11-20 10:13 IP : 4168e53886bfe6f
저도 언제가는 겪게될터인데...
맘고생 많으셨겠습니다;;;
항시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추천 0

잉붕어4650 18-11-21 13:33 IP : 10aa42cc952cb5d
저도 어머님이 계시지만 자식마음이야 다갇지않을까 합니다
부디 마음잘추수리시고 힘내시길빕니다
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