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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하나가 어머님께서 일 년 넘게 계시던 요양원이었지요.
(그곳으로 모실 때 크나큰 불효를 저지르는 것 같아 면목도 없었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변명하기에도 그저 부끄러울 뿐입니다)
처음에는 낯선 환경에 적응이 잘되지 않으셨으나
비슷한 연령대의 할머님들과 같이 계셔서인지 잘 적응해 나가셨습니다.
입구 쪽의 할머님은 저만 가면 별별 얘기를 다 하십니다.
가족분들이 드문드문 찾아오기에 사람이 그리웠나 봅니다.
어머님 옆에 계시던 할머님은 어머님 가시기 한 달 전쯤 돌아가셨는데
제가 가면 대뜸 "남자는 가!" 하고 소리를 치십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할매, 저는 남자가 아니라 아들이라예." 라고 답을 했지요.
아마 남자(?)에 대해 좋지 않은 기억이 있었나 봅니다.
가장 안쪽 할머님은 제가 갈 때마다 환하게 웃으며 반겨주셨지요.
가족들이 많기도 하였지만 자주 찾아와주는 행복한 할머니였습니다.
어머님께서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셔서 인근 병원으로 가셨을 때
모두들 자기 일처럼 걱정을 하셨답니다.
다행히 큰일 없이 다시 요양원으로 오셨을 때
할머님들은 박수를 치고 기뻐하셨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참으로 고마운 마음이었습니다.
그러나 세 번째 병원치료 가셔서는
요양원으로 다시 올 수 없었습니다.
그분들께 마지막 인사를 드리는 것이 도리란 생각이 들었지만 망설여졌습니다.
그분들 뵈면 엄마 생각에 눈물부터 나올 것이 분명한데…
참아보자 다짐하며 요양원을 찾았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요양사에게 인사하고 요양실로 들어가려는데
"잠깐만요. 저…들어가시면 어머님 돌아가셨다 하지 마시고
큰 병원으로 옮기셨다고 말해 주세요."
남아 계신 할머님들에 대한 배려였습니다.
엄마 계시던 요양실을 바라보니 나도 모르게 울컥하여
머뭇머뭇하다가
"저 이거 할매들 드실 껀데 대신 드리세요..."
요양사가 일러준 대로 말할 자신이 없었고
할매들 보면 감정이 복받칠 것이 같아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만 했습니다.
긴 한숨만 내쉬면서 못난 자신이 미워졌습니다.
송구하게도 마음으로만 그분들께 인사드립니다.
"할매예~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사시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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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 좋은곳 가셨을겁니다
고인의 명복을 빌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