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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다

™피터 IP : ceb11d647b74ae5 날짜 : 2019-01-19 22:18 조회 : 2546 본문+댓글추천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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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한 점 없다.
묵처럼 굳어있는 수면에 박혀있는 찌불 여덟 개, 미동조차 없다.
빈속에 마신 소주 한 병에 알딸딸 몸이 흔들린다.
명품짱 동생이 내건 붕어 세 마리는 오리무중, 기대를 접는다.
착해빠진 동생, 주소를 청한다.
못 이기는 척, 주소를 보낸다.
부끄럽지만, 방석이 탐나서다.
하나는 안해의 화장대 의자에,
나머지 다섯 개는 재래시장에 가져갈 작정이다.
종이박스 깔고 앉았던 할머니들이 자꾸 눈에 밟힌다.



소주 옆의 과자 때문에 조우들께 걱정을 들었다.
그들이 보기엔 많이 부실한가 보다.
57킬로.
제대 후부터 불지도 빠지지도 않는 내 몸무게.
고백하자면, 나는 먹는 게 귀찮다.
괴상하게 들리겠지만,
먹고 싸고 자는 일련의 행위와, 그래야만 살 수 있다는 법칙이 구차스럽고,
이 구차스러운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이 수치스럽다.
나는 숭고를 꿈꾸는가, 하면 또 그렇지도 않다.
당구를 탐닉하고 여자에 매몰되고 문장미학에 경도됐던 지난날들.
지나온 날들이 나는 다만 키치, 잡'놈일 뿐이었다고 증거하고 있다.
빌어먹을, 초라하고 비루한 내 역사가 비극이고 희극이다.



여기까지 쓰고 나니 취기가 좀 가신다.
고개를 들어 수면 위의 찌불을 본다.
과묵한 찌불 여덟 개.
문득, 너희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냐, 는 생각을 해본다.



염세.
그나마 낚시를 알아 참 다행이다, 라고 생각한다.
세상 어떤 취미가 내게 이렇듯 오롯이 생각에 빠질 기회를 줄 텐가.
그래, 생각의 늪.
나를 옭아매 칭칭 감은 이 끈끈이주걱이 차라리 친밀하다.
치 떨리게 내 주위를 맴돌던 것들에게 손 내밀어 화친을 청하는 이 순간 이 시간.
낚시를 알게 돼서 하게 돼서 참 다행이다...



똑똑, 텐트 지붕을 노크하는 보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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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한실 19-01-19 22:25 IP : ca76747571feaae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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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 용우야 19-01-19 22:39 IP : c62ad0fb0422255
저 ,.ᆢㆍㆍㆍ
그래서 말씀인데요






깡이란 말씸인지요
저 많은 팬들은 어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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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 ™피터 19-01-19 22:43 IP : ceb11d647b74ae5
용우야님, 갱솔하십니닷 !
기다려 보입시더.
방금 저기서 꼬기 라이징했십니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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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접점 19-01-19 22:48 IP : 1f6be7b69a0b505
고즈넉 항기...지기니더.
올올이 애잔함이 묻어나는
꽝을 위한 시.
아니 시를위한 꽝...
아직 초저녁이니 힘내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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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박사™ 19-01-19 22:56 IP : 07079c61a09abca
미끼 대신 화두를 던지셨고 꼬기 대신 그렇게 맑은 물 아래 달달하고 고운 답을 낚았노라 하시는 거군요.

치~ 꽝치셔노코..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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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단 19-01-19 22:58 IP : c552c832371a8b3
취기를 빌어서라도 생각하게 하는 여운이 남는글이군요
띄어쓴 단락조차 배려로 느껴집니다. 호흡을 할수 있게

낚시접으시고 문단쪽으로 가심히.....
국가적 재능낭비 같습니다.

무탈히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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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초사랑 19-01-19 23:10 IP : 1d300fe82253f3c
취기로 이런 문장이 나오시나요???
감탄사가 나옵니다
방석을 아니드릴 수가 없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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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민빠 19-01-19 23:31 IP : 78ef408ac3425b2
한편의
소설을 읽는
기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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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붕50 19-01-19 23:44 IP : 5c39d73a78953dc
양띠 형수님을 위해
방석을 주신다는 천사 쨩선배님께는
제가 대신에 바늘을 묶어 드립죠~~^&^*


바늘홋수. 낚시줄 종류.길이
댓글 부탁드립니다

간 만에
돋보기 쓰게 되네요ㅎㅎ
노안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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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독수리 19-01-19 23:51 IP : 03675ddaa4df634
좋은 밤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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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날™ 19-01-20 00:02 IP : f7869b3d1356438
바늘좀 보내 드려유?


글구 요증 시즌엔 지렁이 가 갑 이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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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이깊은물 19-01-20 02:13 IP : 87e6c45eec864cc
아름다운 밤
문장으로 낚놀이 멋집니다
재래시장 할머니 대신
붕순이 세자매 맞이하셔야
할텐데~~~
찌불 잘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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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회 19-01-20 03:34 IP : d071f61852907c0
삶이 고개 숙일때...힘내세요~ 두시쯤부터 군위에도 비가옵니다 ᆢ ᆢ나름 무던히 견뎌냈는데..소류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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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무2427 19-01-20 04:11 IP : d66ba9cdbac741a
으음 ㅡㅡㅡㅡㅡㅡㅡ





많이드셨구나ㅡ
술드시고 주무심 안디유ㅡ
방석보내신다는 명품님의 애잔한 마음도
감사하지만
시장의 노점할머니들 잊지않으시는 피러님은
역쉬ㅡㅡ
종신 대 얼척 기술고문이맞심다ㅡ^^
추천 0

붕어와춤을 19-01-20 06:39 IP : a9eec5c880bd402
고문은 아무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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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 19-01-20 06:47 IP : 5f326cbd6d8b5b9
옛 시조가 생각납니다ㆍ

짱방석 짱박아라 풍님이 치질이다
솔불 혀지 마라 어졔 진 달 도다온다
피러야 박추산채 일만졍 업다말고 내어라
추천 0

소풍 19-01-20 06:48 IP : 5f326cbd6d8b5b9
박추산채> 박주산채
추천 0

쏠라이클립스 19-01-20 08:23 IP : c882a66548b2687
다 읽고나니 결론은 '꽝'..^^~
근데 시장 할머니들을 기억하시는 마음이 와 닿네요..
위에 소풍님이 옛 시조를 각색하셔서 강력히 요구하시니 한개의 행선지는 소풍님께로..
치질이시라고..^^~

참 오래되었네요..
그 시조를 국어시간에 배운지도..
추천 0

실바람 19-01-20 10:44 IP : 5dd63cad48c3af8
어느정도 마셔야
그러한 글귀가 나올수 있을까요 ?

또한 어느 정도 돌아야 진정 그 글귀에
흠뻑 취할수 있을까요.

짧은글에 잠시 취했다 가며
월척에 다방면의 박사가 많음에
자랑 스럽습니다.
추천 0

이씨공간 19-01-20 12:25 IP : 4bface4fb41f619
얼쉰채비하셨어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꽝이면 거기 고기 없는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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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백 19-01-21 05:46 IP : 74cd9207f8dba23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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