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한 점 없다.
묵처럼 굳어있는 수면에 박혀있는 찌불 여덟 개, 미동조차 없다.
빈속에 마신 소주 한 병에 알딸딸 몸이 흔들린다.
명품짱 동생이 내건 붕어 세 마리는 오리무중, 기대를 접는다.
착해빠진 동생, 주소를 청한다.
못 이기는 척, 주소를 보낸다.
부끄럽지만, 방석이 탐나서다.
하나는 안해의 화장대 의자에,
나머지 다섯 개는 재래시장에 가져갈 작정이다.
종이박스 깔고 앉았던 할머니들이 자꾸 눈에 밟힌다.
소주 옆의 과자 때문에 조우들께 걱정을 들었다.
그들이 보기엔 많이 부실한가 보다.
57킬로.
제대 후부터 불지도 빠지지도 않는 내 몸무게.
고백하자면, 나는 먹는 게 귀찮다.
괴상하게 들리겠지만,
먹고 싸고 자는 일련의 행위와, 그래야만 살 수 있다는 법칙이 구차스럽고,
이 구차스러운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이 수치스럽다.
나는 숭고를 꿈꾸는가, 하면 또 그렇지도 않다.
당구를 탐닉하고 여자에 매몰되고 문장미학에 경도됐던 지난날들.
지나온 날들이 나는 다만 키치, 잡'놈일 뿐이었다고 증거하고 있다.
빌어먹을, 초라하고 비루한 내 역사가 비극이고 희극이다.
여기까지 쓰고 나니 취기가 좀 가신다.
고개를 들어 수면 위의 찌불을 본다.
과묵한 찌불 여덟 개.
문득, 너희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냐, 는 생각을 해본다.
염세.
그나마 낚시를 알아 참 다행이다, 라고 생각한다.
세상 어떤 취미가 내게 이렇듯 오롯이 생각에 빠질 기회를 줄 텐가.
그래, 생각의 늪.
나를 옭아매 칭칭 감은 이 끈끈이주걱이 차라리 친밀하다.
치 떨리게 내 주위를 맴돌던 것들에게 손 내밀어 화친을 청하는 이 순간 이 시간.
낚시를 알게 돼서 하게 돼서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