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의 손맛이 뭔지....... 또다시 잡이터에 앉아 있다.
잡이터에 가면 의례이 3.2 칸대 두대를 펼쳐 놓는다. 오늘따라 향붕어의 활성도가 좋아서 그런지 그런대로
찌맛과 손맛을 본다. 붕어가 잘 잡힐때는 즐겁지만... 지독히도 안잡힐때는 그것도 스트레스다.
아직도 수양이 덜돼서 그런거겠지...... 나는 언제나 조선(釣仙)의 경지에 오르려나? 누가 4짜나 5짜 붕어를 낚았다면
눈이 번쩍 뜨이고 팔랑귀가 팔랑대는걸 보면... 조선이 되기는 아마도 틀린것 같다.
낚시터에서의 시간은 참으로 잘간다. 한두시간 지났나 싶어 시계를 들여다 보면 어느새 대여섯 시간이 후딱 지나있다.
등산은 6~7시간동안 계속 산을 타면 나름 장시간 산행을 하는거다. 하지만, 낚시의 6~7 시간은 눈깜빡할 사이에 후딱 지나간다. 저녁을 낚시터 식당에서 매식을 하고 찌불을 밝혔다. 자연 노지 같으면 개구리 소리도 시끄럽게 들리고, 이따금씩 소쩍새 소리도 구슬프게 들리련만..... 아무소리도 안들린다. 이따금씩 낚시꾼들의 붕어 건져내는 소리뿐....
잠시후 인기척이 나기에 보니 어떤분이 내옆자리에 자리를 하신다. 얼핏보기에도 70 이 넘은신것 같은 노조사분이시다.
헤드렌턴을 켜고 조용히 낚시가방에서 주섬주섬 장비를 챙겨서 펴신다..... 그런가 보다 하며 별신경을 안쓰고 낚시를 하다가 옆을 돌아보니...... 에게~!!?? 찌불 두개가 바로 코앞에서 선명한 빛을 영롱하게 발하고 있다.
손맛터나 잡이터에서는 32대가 기본이라고 하는데..... 너무나도 짧은 낚시대 2대로 과연 고기를 낚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겼다. 그래서 가끔씩 나도 모르게 흘끗 흘끗 바로 코앞에 있는 그분의 찌불을 바라보게 되었다.
내가 몇마리를 낚아 올리는 동안 그분은 한마리도 못낚으셨다. 그러면 그렇지..... 아무리 고기가 많은 양어장이라지만 너무 짧은대는 어려울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그분을 계속해서 밑밥을 꾸준히 투척하신다. 낚시대가 아주 짧아서인지 투척음 조차도 없는듯 하다. 그분이 내 옆자리에 앉은지 한시간쯤 지났을까? 갑짜기 쉐~~에~~ 엑~~~!! 하는 소리가 들려 옆을 쳐다보니 그분이 커다란 고기를 걸어서 제압이 안되는지 한참을 실랑이 하며 두손을 들고 벌을 서고 계시길래 뜰채를 대어 고기를 건져올려 드렸다. 60 센티는 족히 되어보이는 잉어다. 잉어를 돌려보내주고 몇칸대를 쓰시길래 찌불이 코앞에 있느냐고 물었더니 1.5 칸대를 쓰신단다. 왜 이렇게 짧은대를 쓰느냐고 물었더니...... 건강도 나빠지고, 눈도 많이 나빠져서 긴대를 쓰면 여러모로 불편해서 짧은대를 쓰신다고... 또다시 피아노 소리가 들리기에 쳐다보니 그분이 또 벌을 서고 계신다. 그이후로 대략 15 분에서 20분간격으로 그분의 낚시대 우는 소리를 계속해서 들어야만 했다. 본의 아니게 뜰채맨 역할도 톡톡히 하면서..... / 앞으로는 나도 고정관념을 버리고 손맛터나 잡이터에서 풀벌레가 우는 조용한 밤에 아주 짧은대를 써서 장외 홈런을 한번 시원하게 날려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