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세상에 홀로 떨어져 아무런 방해를 받고 싶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사람의 관계란 필히 피곤을 몰고오는 법이지요.
타인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없다면 선택지는 나쁜 사람이 아니라 밉지 않은 사람으로 남는 것일 겁니다.
그러나 공동체 생활과 살아가면서 필연적으로 맞닥뜨리며 사는 사회생활은 참 어렵고도 쉽지 않습니다.
텃새가 심하거나, 규율이 엄격하거나, 분위기가 냉랭한데 자기 주장이 한없이 강한 곳이라면 내향적인 사람은 버텨내기가 힘들고 애매해집니다.
물론 사회는 가식과 아부라는 적당한 유도리를 요구하며 반대로 지나치게 직선적이며 할말은 똑부러지게 하는 사람을 어려워하지요.
이것은 군대를 비롯하여 학연, 지연, 혈연과 같은 획일적인 규율 아래 살아온 한국인의 전반적인 특성입니다.
나라는 자아실현보다 우리라는 단체의 소명이 더욱 큰 값어치로 매겨지는 탓에 단체에 소속되지 못하면 눈치를 주며 개인의 자유성에 족쇄를 걸기를 서슴치 않습니다.
또한 그 규범에 있어 필요 이상으로 개인의 사적인 기호와 사적인 삶의 테두리를 인정하지 않고 지나치게 간섭해도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이런 적정한 기준을 맞추기가 사회생활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만큼 부대끼는 부분 역시 많고 까다롭습니다.
사람을 상대하는 것은 매우 큰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며 많은 스트레스를 상대방에게 주고 혹은 내가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함을 그래서 우리는 인정해야 합니다.
■떠날 수 있을 때 떠나야 한다.
취미 생활 중에 가장 정적인 취미는 저는 늘 낚시라고 생각합니다.
낚시는 도시 탈출과 함께 이루어지는 고요 속으로의 해방이라고 감히 이름 붙이고 싶습니다.
산이 거기에 있듯이 물이 거기에 있으므로 낚싯대를 깔고 찌를 드리울 수 있습니다.
거창한 준비를 하지 않아도 사계절 쉴 수 있는 저수지와 강가와 수로가 이 대한민국에는 지천으로 깔려있고 움직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존재합니다.
사계절 어느 때라도 떠나고자 한다면 떠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의 연장선이 아닌 오직 내 안에 쌓여 있는 잡다한 욕심들을 털어내기 위한 방편으로 낚시 만큼 어울리는 취미도 없습니다.
머리 속에 빙빙 떠돌고 있는 삶의 잔재를 씻어내고 무상무념의 세계속으로 빠져드는 것- 그것은 찌를 세우고 바람과 물결에 마음을 맡기는 바로 그 상태- 낚시입니다.
우리는 늘 그렇게 떠나고 싶습니다.
■물가에서 계절을 만나다
어디로 갈까요?
정해지지 않은 방향과 낯선 지도를 들고 혹은 아주 익숙하여 늘 지친 몸을 맡길 수 있는 곳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과 섞일 수 있음에 또한 감사하게 됩니다.
자연과 하나 되는 것은 자연 속의 일부분으로 동화되는 순간이고 이름모를 산새의 지저귐, 숲을 감싸는 하늘과 태양빛, 새벽을 적시는 물안개, 습기가 머금은 물내음, 꽃내음, 바람내음, 오염되지 않은 자연의 원초적인 내음이 주는 평온과 아늑함에 취할 때입니다.
한 대, 또 한 대의 낚싯대를 깔고 그렇게 찌를 세우고, 바람이 물결에 손짓을 더하며 동공은 오직 하늘과 수면이 만나는 끝지점, 모든 집중을 찌가 가져가므로 세상 근심과 강박과 짜증과 아픔과 신경과민과 복잡한 상념들이 만병통치약을 마신 것처럼 씻겨 내려가는 그 순간이 바로 낚시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묘미임을 깨닫게 됩니다.
■독조-홀로 떠나야할 때
어느 때가 가장 행복하느냐 묻는다면 퍼즐맞추기 그림처럼 한부분을 비울 때 입니다.
낚시 용품을 준비하여 차에 옮겨 싣고 시동을 걸고 내 사는 곳의 도로의 푸른 신호등을 지나 고속도로 톨게이트에 접어들어 목적지로 속도를 높여 나아가는 순간이 행복하고,
휙휙 뒤로 지나치는 주변 경관을 바라보며 설레임 한가득, 도착지를 그릴 때 또한 행복하고,
구비구비 마을을, 논밭길을, 산길을 지나고 지나서 내가 고르고 고른 목적지의 입구에 도착했을 때 행복하고,
포인트를 선정하여 짐을 내리고 짧은대, 긴대 낚싯대를
펼쳐 놓을 때가 얼마나 행복합니까!!
그곳이 어디라도 내가 찾아서 왔고 나를 온전히 있는 그대로 반겨주니 그 자체로 기쁨과 만족을 얻습니다.
■물가, 자연은 자연을 따라가야 한다.
나는 홀로 산속 계곡지에 숨어 듭니다.
하지만 그 곳에 먼저 와 있는 이가 있습니다.
자연과 일부가 된 사람은 자연 속에 동화되기 위해 한편의 그림이 되어 있습니다.
방해를 해서는 안되기에 곧 나도 정물화가 되어야 합니다.
자연 속에서는 자연 자체가 되는 것이 가장 큰 예의입니다.
떠들석하고 분답스러울 이유가 없습니다.
함께 나눌 수 있는 소박한 퍼즐맞추기니까요.
문제는 도시의 욕망을 그대로 묻히고 온 이들도 있기에 고요가 깨어지고 평온이 깨집니다.
술잔을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주점을 옮겨 놓고,
서로 정다운 담화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고함을 늘어놓고
찌불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온갖 세상의 시시콜콜한 잡다한 이야기를 자랑하듯이 떠벌리며 늘어 놓을 때입니다.
자연 속에 들어와 자연과 리듬을 맞추지 않는 추태 때문입니다.
낚시를 온 것이 아니고 낚시터에 세상을 한 트럭 싣고와서 그대로 쏟아부었기 때문입니다.
소음과 함께 그들은 고스란히 가져온 쓰레기를 다 남기고 떠납니다.
자연을 만나러 온 것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러 왔고 그 사람을 제멋대로 낚시터에 버린 탓입니다.
그런 흔적들을 만나게 되면 그곳은 곧 시끄럽고 껄그러운 세상으로 변해버리지요.
도시를 떠나 물가에 앉았을 땐 도시를 지워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가장 잊지 말아야 할 낚시 예절입니다.
물가에서 떠날 때도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똑바로 나둬고 떠나야 하듯이 말이지요.
■ 자연에 나를 맡기다
마음을 비우고 그렇게 자연을 채운다면 낚시의 궁극적인 도에 도달했고 행복한 낚시를 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외로워서 떠나도 좋고,
즐겁고 기뻐서 떠나도 좋습니다.
우리를 반겨주는 물가는 우리를 안아주고, 위로해 주고, 일상생활에 방전된 배터리를 충전시켜 줍니다.
떠나십시오.
고충이 많을수록, 힘든 일이 많을수록, 어깨와 지친 발걸음이 무거울수록 더 따뜻하고 깊게 당신을 포옹해 줄 것입니다.
미움도, 절망도, 고통도, 실망도 말갛게 희석시켜 줄 필터는 물가에 있습니다.
큰 노력도, 힘도 들지않고 당신은 전부 가질수 있습니다.
사람에 치이고, 일에 얽매이고, 편견과 오해에 순간순간 울컥하더라도 자존감을 채워주는 자연으로 떠나십시오.
자연은 아무런 자격조건을 당신에게 요구하지 않으니까요.
가서 고백 하십시오.
앉을 자리와 평온과 하룻밤과 새벽의 별들을 허락한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 아끼는 사람들, 감사하는 선후배들, 무엇보다 당신의 현재를 사랑하십시오.
독조,
자연이 낚시꾼에게 준 가장 큰 선물
관대함과 평온을 이 불금에도 함께 하시길 빕니다.
어딘가 물가에 앉아 있는 당신.......,
당신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
지인들도 갱산에 혼자 놀고계심
국밥이라도 포장해드리고 옵니다
여..도야지들 겁나많든디ㅡ.,ㅡ
잘혀봐여~
뒤돌아가면,
돌던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