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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다 싶어 따라가서 '저녁 먹어야지.' 물었습니다.
"배불러서 별생각 없어요..." 하고는 이불을 덮어씁니다.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는 아들에게 다가갔습니다.
"일어나 볼래, 아빠하고 얘기 쫌 하자."
"아들, 무슨 고민 있나? 아니면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나?"
................................................
"아빠한테 얘기 못 할 것 없제, 털어나 봐라."
말문을 여는데, 달구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서러웁게 털어놓습니다.
'5년 전부터 엄마의 권유로 교회를 다녔는데, 사실은 가기 싫어도 엄마가
걱정할까 봐 계속 다녔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진짜 가기 싫어 한 두 번 빠졌는데,
엄마는 자기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교회선생님과 상담 약속을 잡았답니다.
자기는 엄마를 생각해 주었는데 엄마는 자기를 배려해 주지 않고...그리고...'
지 엄마한테 쌓였던 섭섭함을 꺼이꺼이 울면서 털어놓더군요.
속 깊은 이넘은 5년을 아무 내색 없이 참고 참다가 터뜨리고야 말았지요.
"아들아, 아빠도 엄마와 할머니 때문에 교회 다니는데,
아빠는 그게 엄마와 할머니를 위하는 것이라 싫어도 가고 있는데..."
"있어 봐라, 엄마하고 얘기해 볼께."
건너와서 아내에게 자초지종을 말하고 아들을 다독여주라 했습니다.
그런데 아내는 아들에게 가서 다독거리다가 답답하였는지
또다시 설득 조의 얘기를 하였나 봅니다.
실마리를 푸는가 했는데 다시 엉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당신은 어찌 당신만 좋아하면 됐지 그걸 자꾸 아들에게 강요하노!"
조금 있으니 아들이 들어와서 정자세를 하고는 언제 울었느냐는 듯이
제 엄마에게 여태껏 하고 싶었던 말을 또박또박하고 있었습니다.
과감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것 같았습니다.
"아들, 이제부터 네 마음이 열리기 전까지 교회 가지 않아도 된다."
그러고는 힐끗 아내의 눈치를 보았습니다.
아들 교육 때문에 잘못하면 부부싸움으로 번질까 하는 걱정이 앞섰지요.
그러나 아내는 묵묵부답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치킨을 제일 좋아하는 이넘은 치킨 한 마리면 만사가 기분 좋은 세상이지요.
"아들, 아빠와 치킨 사러 가자?"
"넹~!"
기분도 풀어줄 겸 이런저런 얘기를 둘이서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이넘이 교회의 이해 안 되는 부분에 비판적인 논조로 묻습니다.
"아들아 네 나이 때는 비판보다 수용이 더 중요하단다.
이후에 어른이 되어 지혜가 더 쌓이면 비판해도 늦지 않단다."
또래의 아이보다 트인 넘이지만,
책 속의 지식이 전부인 양 생각하는 아직은 많이 부족한 넘,
그러나 제 엄마,아빠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이해하는 기특한 넘.
이튿날 퇴근 시간 무렵, 아내의 전화가 옵니다.
"자기, 몇 시 퇴근해?"
둘이서 저녁 같이하자며 밝고 상냥한 목소리로 데이트 신청을 합니다.
어제의 일은 모두 받아들이겠다는 무언의 표시이며 가정 평화를 위한 아내의 배렵니다.
늘 그렇듯이 싸고 맛있는 동네의 실내 포장마차에 갔습니다.
닭발에 똥집, 그리고 소주 한 병,
아내는 한 두잔, 나머지는 제가 마시면 딱 그만입니다.
자연스럽게 아들에 관해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은 아이이니 단점보다는 장점을 칭찬해 주자.
내가 원한다고 아이에게 강요하지는 말자...등
그런 뻔한 얘기인데도 아내는 끄덕이며 훈장 같은 고리타분한 제 말에 귀 기울여 줍니다.
이런 아내가 저는 그저 고마울 뿐입니다.
어머님과 아내는 참으로 어려웠을 때 종교에 의지하여 모든 것을 견디어 왔지요.
하여 아내의 교회에 대한 열성에도 저는 아무런 반대도 할 수 없습니다.
또한, 아내가 저의 낚시가는 것에 대하여 잔소리하지 않듯이...
아들이 물 마시러 주방으로 가는 틈에 슬쩍 따라 들어가 넌지시 얘기했습니다.
"아들아, 아빠는 항상 네 편이니 언제든 고민되거나 어려우면 얘기해라!
친구처럼, 아니면 남자대 남자로, 아빠로...네가 원하는 대로 들어줄께.
그런데 아빠가 생각해서 도저히 이건 아니다 싶을 때,
니한테 얘기하면 니도 들어줘야 한데이. 알았제~"
돌아서는데 아들이 밝은 목소리로 말합니다.
"아빠, 감사해요!"
꼬리 글 :
살아가는 모습은 아마 매한가지일 것입니다.
행복한 시절에 그것이 행복인 줄 몰랐고 감사할 줄 몰랐습니다.
어려운 시절 불행하다고 느꼈을 때, 행복의 소중함을 알았지요.
지금 생각하면 불행하다고 생각했던 그 시절에도 행복함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단지 느끼지 못했고 찾지 않았을 뿐이었지요.
열에서 하나가 부족하여 불행해 하는 사람보다
열에서 하나만 가져도 행복해 하는 그런 삶을 살고자 합니다.
행복하다 생각하면 행복한 것처럼, 불행하다 생각하면 더욱 불행한 것처럼
아주 작은 것에서도 행복을 찾으려 하고 느끼려 하고 있습니다.
제가 행복을 찾는 방법이라 생각하여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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