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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속에 찾은 ♥행복

아부지와함께 IP : 690c835d05eed72 날짜 : 2013-04-04 12:14 조회 : 1135 본문+댓글추천 : 0

저녁상이 들어오는데 휑하니 자기 방으로 들어가버리는 아들,
이상하다 싶어 따라가서 '저녁 먹어야지.' 물었습니다.
"배불러서 별생각 없어요..." 하고는 이불을 덮어씁니다.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는 아들에게 다가갔습니다.
"일어나 볼래, 아빠하고 얘기 쫌 하자."
"아들, 무슨 고민 있나? 아니면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나?"
................................................
"아빠한테 얘기 못 할 것 없제, 털어나 봐라."
말문을 여는데, 달구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서러웁게 털어놓습니다.

'5년 전부터 엄마의 권유로 교회를 다녔는데, 사실은 가기 싫어도 엄마가
걱정할까 봐 계속 다녔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진짜 가기 싫어 한 두 번 빠졌는데,
엄마는 자기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교회선생님과 상담 약속을 잡았답니다.
자기는 엄마를 생각해 주었는데 엄마는 자기를 배려해 주지 않고...그리고...'

지 엄마한테 쌓였던 섭섭함을 꺼이꺼이 울면서 털어놓더군요.
속 깊은 이넘은 5년을 아무 내색 없이 참고 참다가 터뜨리고야 말았지요.
"아들아, 아빠도 엄마와 할머니 때문에 교회 다니는데,
아빠는 그게 엄마와 할머니를 위하는 것이라 싫어도 가고 있는데..."
"있어 봐라, 엄마하고 얘기해 볼께."

건너와서 아내에게 자초지종을 말하고 아들을 다독여주라 했습니다.
그런데 아내는 아들에게 가서 다독거리다가 답답하였는지
또다시 설득 조의 얘기를 하였나 봅니다.
실마리를 푸는가 했는데 다시 엉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당신은 어찌 당신만 좋아하면 됐지 그걸 자꾸 아들에게 강요하노!"

조금 있으니 아들이 들어와서 정자세를 하고는 언제 울었느냐는 듯이
제 엄마에게 여태껏 하고 싶었던 말을 또박또박하고 있었습니다.
과감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것 같았습니다.
"아들, 이제부터 네 마음이 열리기 전까지 교회 가지 않아도 된다."
그러고는 힐끗 아내의 눈치를 보았습니다.
아들 교육 때문에 잘못하면 부부싸움으로 번질까 하는 걱정이 앞섰지요.
그러나 아내는 묵묵부답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치킨을 제일 좋아하는 이넘은 치킨 한 마리면 만사가 기분 좋은 세상이지요.
"아들, 아빠와 치킨 사러 가자?"
"넹~!"
기분도 풀어줄 겸 이런저런 얘기를 둘이서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이넘이 교회의 이해 안 되는 부분에 비판적인 논조로 묻습니다.
"아들아 네 나이 때는 비판보다 수용이 더 중요하단다.
이후에 어른이 되어 지혜가 더 쌓이면 비판해도 늦지 않단다."

또래의 아이보다 트인 넘이지만,
책 속의 지식이 전부인 양 생각하는 아직은 많이 부족한 넘,
그러나 제 엄마,아빠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이해하는 기특한 넘.

이튿날 퇴근 시간 무렵, 아내의 전화가 옵니다.
"자기, 몇 시 퇴근해?"
둘이서 저녁 같이하자며 밝고 상냥한 목소리로 데이트 신청을 합니다.
어제의 일은 모두 받아들이겠다는 무언의 표시이며 가정 평화를 위한 아내의 배렵니다.

늘 그렇듯이 싸고 맛있는 동네의 실내 포장마차에 갔습니다.
닭발에 똥집, 그리고 소주 한 병,
아내는 한 두잔, 나머지는 제가 마시면 딱 그만입니다.
자연스럽게 아들에 관해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은 아이이니 단점보다는 장점을 칭찬해 주자.
내가 원한다고 아이에게 강요하지는 말자...등
그런 뻔한 얘기인데도 아내는 끄덕이며 훈장 같은 고리타분한 제 말에 귀 기울여 줍니다.
이런 아내가 저는 그저 고마울 뿐입니다.

어머님과 아내는 참으로 어려웠을 때 종교에 의지하여 모든 것을 견디어 왔지요.
하여 아내의 교회에 대한 열성에도 저는 아무런 반대도 할 수 없습니다.
또한, 아내가 저의 낚시가는 것에 대하여 잔소리하지 않듯이...

아들이 물 마시러 주방으로 가는 틈에 슬쩍 따라 들어가 넌지시 얘기했습니다.
"아들아, 아빠는 항상 네 편이니 언제든 고민되거나 어려우면 얘기해라!
친구처럼, 아니면 남자대 남자로, 아빠로...네가 원하는 대로 들어줄께.
그런데 아빠가 생각해서 도저히 이건 아니다 싶을 때,
니한테 얘기하면 니도 들어줘야 한데이. 알았제~"

돌아서는데 아들이 밝은 목소리로 말합니다.

"아빠, 감사해요!"


꼬리 글 :

살아가는 모습은 아마 매한가지일 것입니다.
행복한 시절에 그것이 행복인 줄 몰랐고 감사할 줄 몰랐습니다.
어려운 시절 불행하다고 느꼈을 때, 행복의 소중함을 알았지요.
지금 생각하면 불행하다고 생각했던 그 시절에도 행복함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단지 느끼지 못했고 찾지 않았을 뿐이었지요.

열에서 하나가 부족하여 불행해 하는 사람보다
열에서 하나만 가져도 행복해 하는 그런 삶을 살고자 합니다.
행복하다 생각하면 행복한 것처럼, 불행하다 생각하면 더욱 불행한 것처럼
아주 작은 것에서도 행복을 찾으려 하고 느끼려 하고 있습니다.

제가 행복을 찾는 방법이라 생각하여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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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복이굿 13-04-04 12:28 IP : f38bf1abb9932d0
선배님 닉네임과 잘어울리는 글입니다 그래도 아드님이 기특하네요 저는 사춘기 시절을 아버지와 거의 대화없이 지낸거 같습니다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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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 큰놈한수 13-04-04 12:32 IP : 33ed947da8e800d
잘읽고갑니다
가족이행복하네요
종교라는것이좋기도하고
그렇지않기도하죠
아부지와함께님이부럽네요
항상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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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 소풍 13-04-04 12:37 IP : 15b869628fc66b4
제 아들 놈도 지금 고 1입니다.

중2,중3 혹독하게 사춘기를 겪더만

고1이 된 올해부터는 말도 곧 잘 합니다.

안쓰러운건 아침 7시부터 저녁 11시까지

학교에 잡혀 있어 얼굴이 누렇게 뜨네요.


지 놈이 정말 잘하면서도 좋아하는 일을

빨리 찾길 바라는데 딱히 해 줄 말이 부족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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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박사2 13-04-04 12:48 IP : dbb075f91f3f3bb
어머니 덕분으로 절밥도 먹어보았고, 친구들 지인들 덕에 교회차량 운전도 해주고, 애들 어딜 간다고 그러면 인솔교사 시늉도 내고 그렇습니다만,
절도 교회도 믿질 않습니다.
지들 교리도 스스로 실천하지 않는 종교인들 탓이 가장 크고,
세태와 동떨어진 그 교리들과 그들이 서슴 없이 저지르는 악행들에 어처구니 없어할 때가 너무 많았었기 때문입니다.

천국 가기위해 믿는다는 종교!
고저 이승에서 붕어 목이나 좀 따고, 술도 마셔가면서 헤롱거리다가 죽으면 지옥에나 가서 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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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13-04-04 12:49 IP : a44c7be7c2f8053
행복과즐거움은 받는것도기쁘지만..

주위에서찾고,주는거또한 기쁘지요.

맛점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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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벰버레인 13-04-04 12:54 IP : 178205bedfbaa63
좋은글
감사합니다

가정이 참 행복해 보입니다 선배님

항상 좋은글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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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소리바람소리 13-04-04 12:57 IP : d918373b90698b1
좋은 아버지세요..아들과의 진솔허이 주고 받는 대화들은 분명 아드님에게도
훌륭한 교훈으로 남을것이라 믿습니다..
전 부모님 살아생전에 그런 따스한 기억이 없어서..
매일 냉전 이었지요..
아들놈 하나 있으면 정말 좋은 아빠할수 있는데..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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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붕맨 13-04-04 13:01 IP : 64f3b9b9f118704
아직 아이들이 어리지만

선배님 글에 많은 생각과 미소도 짓게 됩니다

우리 애들도 크면 껵어야 하는 과정인데..

좋은글 항상 가슴에 새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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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생각 13-04-04 13:31 IP : dc6c12a1bfdf843
저도 아부지와함께님 처럼 현명한 사람이 되고 싶네요.

참 부러운 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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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미학 13-04-04 13:48 IP : 268dc13b100dd2c
선배님^^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아들아 네 나이 때는 비판보다 수용이 더 중요하단다.

선배님~!
늘 건강챙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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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머리 13-04-04 14:07 IP : 804ff9a4af7cda3
가슴이 매여 오네요
고독 싶으러 갈 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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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자 13-04-04 14:30 IP : 1be75ffecd9a713
잘 배우고 갑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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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붕어 13-04-04 14:41 IP : 514842b3584fd85
제가 다시 배우고 해야할거 같습니다
우리집에서는 내말이 법인지라 우리 식구들
마이 깝깝하겠지요..아부지와 함께님께
지혜를 구해야 하겠습니다
추천 0

加味 13-04-04 16:25 IP : 024f988d2e6bd4a
항상 좋은글로 미소짓게하는
선배님의 글에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저는 요즘도 아이들과 대화도중에
마음과 행동이 생각과는 다르게
표출되고는하는걸보니..........
선배님 처럼 될려면 좀더 살아야될려나봅니다.

요즘도 막무가내인
딸래미와의 대화가 가끔은 힘들긴하더군요.
오늘은 퇴근후에 그녀석 좋아하는
닭강정이나 사가지고 들어가야되겠네요......^^

부러 시간내어 주신
전화 통화 감사드립니다...!!
추천 0

사립옹 13-04-04 17:06 IP : ec182f3cca695b1
참 화목한 가정이네요.
배울 점이 참으로 많습니다. 솔직하게 저는 하려고 해도 타고난 기질이 탁해서 지금껏 그렇게 하지 못하는 편입니다.
좋은 글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추천 0

36세손 13-04-04 19:14 IP : 4911c945514a8ad
참, 착한 아들이고 딸입니다.

아부지 어무이 맘 씀씀이가
그러하시니
닮아가는게지요^^
추천 0

아부지와함께 13-04-04 19:22 IP : 690c835d05eed72
♥ 복이굿님, 저 역시 아부지와는 무언의 대화를 많이 나누었습니다.
아들과는 친구처럼 대화하려 노력합니다.

♥ 큰놈한수님, 부러우면 지는 겁니다 ⌒ ⌒
님께서도 항상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 소풍님, 이넘은 아직 사춘기가 없었네요. 오히려 걱정입니다.
넘치는 위트에 풍까지 쎄면서 해줄 말이 없다니요?

♥ 이박사님, 붕어목 따고 술 마신다고 지옥가면 꾼들 대부분 지옥가게요?
저는 지옥 가기 싫은데...^^

♥ 그림자님, 꼭 무엇을 바라는 것 같으셔?
뭘 원하시는지 얘기해 보아, 보아는 안되고..ㅋㅋ

♥ 노벰버레인님, 찌찌고 뽁을 때도 있심더^^
늘 행복한 게 아니라 행복해지려 합니다.

♥ 풀소리바람소리님, 님의 대명이 참 詩적이라 생각했습니다.
혹 따님은 없으신지요? 딸아이는 키우는 재미가 더 있지요.⌒ ⌒

♥ 진주붕맨님, 좋은 글로 보아주시니 고맙습니다.
붕맨님 아이들 멋지고 훌륭하게 자라시길 바랍니다.

♥ 바른생각님, 저는 참 많이 아둔한 놈이라 생각하는데…
늘 바른 생각만 하시는 님이 전 부러운걸요.^^

♥ 삶의미학님, 아, 오늘이 수요일이네요.
이 넘이 한 번씩 나이에 맞지 않은 얘기를 해 당혹스럽게 합니다.

♥ 번개머리님, 저는 용짬뽕 먹고 너무 맛있어서 가슴이 매였답니다.
언제 가족과 함께 가야할텐데...

♥ 웅자님, 처음 뵙는 것 같네요. 반갑습니다.^^
복스럽고 이쁜 딸래미가 있으셔서 행복하시겠습니다. 건강하게 자라길 기원합니다.

♥ 산골붕어님, 송구스러운 말씀을 하십니다.
오히려 제가 산골붕어님께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늘 건강하세요.

♥가미님, 님은 저의 마음을 묘하게도 움직이는 마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니 아이들과 대화하는 방법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네요. 눈높이 대화^^

♥ 사립옹님, 좋은 것만 올려서 그렇지, 그렇지 않은 것이 더 많습니다.
늘 따뜻한 댓글에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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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지와함께 13-04-04 19:29 IP : 690c835d05eed72
♥ 36세손님, 답글 다쓰고 퇴근하려는데...

아내에게 선배님 얘기했더니 초파일 방송 꼭 보자 하네요.



그동안 부족했던 것 하나씩 채워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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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1 13-04-04 19:47 IP : e341982c4571295
우리가 사는 이유가 '행복' 때문이라면 맞는 말인가요.

그렇다면 어떤게 행복 한 것인가요?

.. .. ..

'아부지와함께' 선배님 글에서 많은 것을 배우며..

'오직 마음밖에 없다는..' 말씀이 행복 아닐까 짐작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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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지와함께 13-04-04 20:51 IP : 41f7dc3d69826c4
♥ 정근님, 사람마다 살아가는 이유가 다 다르겠지요.

그리고 행복은 자기만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마음으로 느끼는 만큼 행복은 주어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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