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아무데나 볼일 보지 마셔!
아스팔트 팍팍 패여 교통사고 나!
전봇대 자빠지니 조심하셔!
약장수 구수한 입담에 구경꾼은 모여들고 장터는 이내 시끌벅적해집니다.
연중무휴, 24시간 온종일 열려있고 언제고 누구나 자유롭게 구경도 하고
별의별 이야기가 오가는 시골 장터 같은 정감 어린 자게방속으로 떠나봅니다.
'오매가매 퍽켁' 주막집에서는 안성리의 소박사님이, 암소가 쌍둥이 소를 낳았다고
연신 싱글벙글거리며 탁배기 한 사발씩 돌리고 있습니다. 정가리의 하양비늘님,
매화리의 꼴붕어님, 거북리의 불루수님, 하와리의 레인님의 입담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지나가던 영어나라 아깝님, 나누리의 택공님, 북극리 얼음천사님이 배꼽 잡고 웃고 있습니다.
약장수에게 홀려 정신없이 바라보고 있는 매사남리 이장 허풍님과 달무리의 두달님,
외계리의 향순님, 울진리의 달솔님, 따르리의 스톡님은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습니다.
주머니의 손을 넣고 돈을 만지작거리며 살까 말까 망설이다, 이참에 나도 약장수나
한 번 해 볼까 눈을 번뜩이고 있습니다.
계측리의 바람님 공방에는 복자를 구하기 위해 행복하리의 행날님, 진주리의 붕맨님,
장좌리 이장 대남구님, 암벽리의 난다밤님, 평촌리의 샤르망님, 기억하리의 지몽님,
불어오리 바람향님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방울리의 딸랑님, 엉터리의 박사둘님, 웃음소리 밀리네님, 싸롱리의 낮차밤춤님,
두근두근리의 설렘님은 이리저리 다니며 이쁜 처자들 보기에 바쁘고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침을 꿀꺽 삼키고 있습니다.
요리의 벙개님 용머리 국밥집에는 그날 장사 꽝친 몇몇 분이 모여 있습니다.
보헤미안리의 렙솥님, 학원리의 인생미학님, 양지리의 좌지롱림자님, 젊으리의 보기님은
다음 장을 위해 '날아라 용국밥'으로 힘을 돋구며 머리를 맞대고 대박을 위한 전략 짜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엿장수 가위질에 엿치기 한 판 벌이는, 기억에 날 듯 말 듯한 분들은
서로 자기 것이 크다며 옥신각신하고 있습니다.
왕년에 한참 잘 나가던 창평리의 '황홀한 백고무신' 붕댄스님 옆에는 효자리의 제비님,
뽀대리의 뽀뿡님, 출석리의 맘조사님이 한 수 가르침을 받고자 모여 있고요.
장터 입구 시원한 느티나무 아래는 나파리의 권행님의 색소폰 연주를 들으며
푸근하리의 송애님과 메아리의 산골님은 장기를 두고 있습니다.
메아리의 산울림님과 소쩍리 소밤님은 바둑을 두시며 도끼자루 썩는 중 모르고 있습니다.
뒤에서 한문리의 사립모자님과 성당리의 파트린님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재미있게
관전을 하고 있습니다.
장터 이곳저곳을 살피는 꾸미리의 공간님, 두마리의 미소님, 시인 마을 물골아빠님,
지키리의 알바님, 놓치리의 헛챔질님, 묵호리의 사랑님외 다수의
자율방범대원은 연신 땀을 흘리며 장터 순찰을 하고 있습니다.
남녀노소 나이에 상관없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그야말로 자유스러운 공간,
물건을 사든 사지 않든 전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무료 장터 같은 곳,
돈 주고 살 수 없는 귀한 물건도 거저 얻을 수 있는 참 좋은 나눔터,
언제든지 놀고 싶을 때 들어와서 놀다가는 놀이터,
아무나 들러서 쉬고 싶을 때 마음껏 쉴 수 있는 쉼터,
이웃의 하소연에 귀담아들어 주며 함께 울고 웃는 푸근한 어머니 품 같은 사랑방.
일곱 가지 색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무지개가 피어나듯
일곱 가지 정이 섞여 물씬 사람 냄새나는 정겨운 시골 장터 같은 이곳,
혹, 귀한 대명을 제 임의대로 각색한 것에 언짢으신 분
대명이 빠져서 섭섭하신 분 계시면 미안한 마음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