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에서 닭과 눈이 마주친 순간
한겨레21 입력 2022. 07. 14. 10:28 댓글 47개
[시골 수의사의 동물일기]달리는 트럭에 실린 닭들을 보자 집에서 기르는 앵무새 생각이.. 치킨 광고를 볼 때마다 떠올리는 그 닭
복날을 앞두면 더 많은 어린 닭이 닭장차에 실려간다. 한겨레 이정아 기자비가 조금씩 흩뿌리는 고속도로였다. 차 안 동승석에 앉은 나는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멍하니 창밖을 바라봤다. 큰 소리를 내며 옆 차선으로 지나가는 트럭이 보이는가 싶더니 짧은 순간 닭과 눈이 마주쳤다. 반사적으로 창문을 열었다. 심장이 쿵쿵 빠르게 뛰었다. 굉음과 함께 차가운 빗물이 얼굴을 때렸다.
트럭은 닭들을 싣고 달렸다. 노란색 플라스틱 상자가 트럭 위에서 10층 넘게 위태로이 쌓여 흔들렸다. 높게 쌓인 상자들 안에는 닭이 가득 차 있었다. 날개와 목이 상자 밖으로 삐져나와 있었다. 닭 털이 바람에 나부끼며 어지럽게 펄럭였다. 시속 100㎞ 이상으로 달리는 트럭 전체에 깃털 장식을 해놓은 것 같았다.
그날 그 닭이 올려다봤을 하늘
닭 한 마리와 눈이 마주친 것은 찰나였다. 나와 눈을 맞춘 닭은 목과 얼굴만 밖으로 나와 움직이지 못했다. 얼굴의 짧은 깃털이 바람 때문에 사방으로 흔들렸고 그 짧은 깃털 사이 검은 눈동자가 보였다. 닭은 좌우 측면으로 얼굴을 반복해서 돌려 하늘을 바라보려 애썼다.
그 순간 마음 깊은 곳에 날카로운 무언가가 날아와 깊숙하게 꽂혔다. 그 닭은 나와 함께 사는 앵무새가 하늘 위를 바라보려 할 때의 행동을 하고 있었다. 트럭 안의 닭이 내 반려조와 다르지 않은 생명체라는 것을 단숨에 알았다. 나와 함께 사는 새는 온기가 있는 생명체다. 저 닭도 그런 생명체다. 고통을 느끼고 있다. 명치를 세게 한 대 맞은 것처럼 숨이 턱 막혔다.
맹금류를 제외한 새들 대부분은 위를 쳐다볼 때 머리를 좌우 측면으로 움직이고 한쪽 눈만 사용해 하늘을 본다. 천적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이들의 눈은 머리 측면에 있고 덕분에 넓은 시야를 갖는다. 하지만 눈을 움직이는 근육 발달이 덜 돼 머리 위의 상황을 파악하려면 눈이 아닌 머리를 좌우로 움직여야 한다. 내 반려조 역시 자기보다 높은 곳을 쳐다볼 때 트럭 위의 닭과 똑같은 방식으로 하늘을 본다. 앵무새를 입양하고 처음 이 행동을 봤을 때 신비로운 마음에 가슴이 뛰었다. 개나 고양이가 목을 뒤로 젖혀 두 눈을 사용해 머리 위를 보는 것과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 날개로 날 수 있으면서도 두 다리로 땅을 딛는 새에 대해 수의과대학에 다닐 때부터 경외심을 갖고 있었다. 매끄러운 깃털로 덮인 날렵한 몸체는 아름다웠고, 특별한 소리를 내는 그들의 의사소통에 대해 더 배우고 싶었다. 새는 사람보다 우주의 비밀을 더 많이 아는 것처럼 느껴졌다.
고속도로에서 닭을 봤을 때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나의 앵무새는 지금 따뜻한 집에서 해바라기 씨앗을 부리로 딱딱 까먹고 있거나 횃대 위에서 좋아하는 나무 조각 장난감을 씹고 있을 것이다. 같은 시간 고속도로 트럭 위에서 닭들은 고막이 찢어질 듯한 굉음과 바람, 얼음처럼 차가운 빗방울을 버티고 있었다. 이런 수송 방식은 고문이고 학대다. 어차피 곧 도축될 닭이기에 눈감아도 되는 일인가? 그렇지 않다는 내면의 소리가 계속 마음에 울렸다.
양계 양돈을해봤고 관련된 일을 해본 사람으로...
도로에서
닭이나 돼지를 실은 저 차들을 보면
차에실린 아이들이
세상에 태어나 마지막 길인걸 알기에..
그저 한마듸 합니다...
잘 가라...
그러면서도 웬지 마음 한구석이 짠한건 어쩔수 없네요
사람이 어떤 이유로든 먹어야 하고
저들은 먹혀야 한다는걸 부정할수없기에....
닭과 돼지의
영혼이
눈에 보인다면
사람은
태양을 볼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