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끝없이 계속 될 것 같았던 마른 장마에 옥포랜드의 귀여운 물고기들도 참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더불어 수달사장님의 수질관리를 위한 노심초사 역시 옆에서 지켜만 보아야 하는 내 마음을 무척이나 무겁게 하였었다.
낚시욕심이 다른 분들보다 더욱 강한 이기적인 내 모습이 스스로 너무나 싫었던 수주일이 지속되니 괜히 물고기들에게도, 또 수달사장님에게도 미안하고 부끄러웠던 나날 이었다. 그래도 후안무치한 나는 매일매일을 대를 드리우고 물가에 앉아 있었으니......

오늘은 초복 이었다. 평소보다 조금 늦은 시간에 옥포에 도착하여 자리를 정리하고 채비를 차려 낚시를 시작 할 무렵, 가늘게 빗방울이 비치더니 제법 빗줄기가 굵어진다. 햇빛을 가리기 위해 준비 하였던 파라솔을 우산 삼아 빗줄기를 가리면서 푸근한 낚시를 해 본다. 오랫만에 내리는 빗줄기에 답답하였던 가슴 한켠이 조금은 시원해 지는 기분이다. 그간 힘겨웠던 물고기들도 오늘이 무척 상쾌한 모양이다. 상당히 활발하게 입질을 하여 준다. 그간 항상 혼자서 힘들어 하던 수달사장님 표정도 조금은 밝아진 느낌이다.

허심평지님(서변동 신씨어르신)께서 오랫만에 옥포랜드를 찾으셨다. 내가 앉은 자리의 왼편에 채비를 드리우신다. 어르신도 오랫만에 흐뭇한 손맛을 즐기신다. 어르신께 삶을 살아가는 지혜로운 말씀을 들어가면서 하는 낚시는 무엇보다도 즐거운 일이다. 어르신의 연륜에서 배어나오는 향기로운 말씀들은 알알이 내게 금과옥조로 다가든다. 참 감사한 하루였다. 내일도 오늘처럼 적당히 비 내리고, 물고기들도, 수달사장님도, 더불어 나도 즐거운 낚시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

** 어제 이 글을 쓰다가 몸이 아파 다 쓰지를 못하였었다. 부득이 오늘에야 어제의 조행기를 마무리(?)하고 보니 영 어색한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오늘(토요일)은 아쉽게도 단비가 이어지지 못하여서 어제보다는 조금 더딘 입질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주말을 맞아 여러 조사분들이 오셔서 물고기들의 스트레스도 어제보다는 더했던 것 같고...... 그래도 최근들어 가장 좋은 물색을 보이는 옥포랜드 손맛터를 내려보면서 드문드문 물고기를 만나는 일은 내게는 무엇보다도 좋은 보약 이었다. 늘 요즘처럼 삼라만상이 다 평온한 나날들이 지속된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