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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돌이 제자를 받다.

순돌이 IP : 681abdef69c8029 날짜 : 2004-09-06 17:03 조회 : 1972 본문+댓글추천 : 0


안녕하십니까? 여러 선배님들..
요즘 글을 보니 낚시하기에 요즘이 가장 좋은 시기라고 하시네여. 왜 그런지는 몰라도 좋다고 하니까 저도 좋습니다.
그래서 또 출동했지여. 맨날 가는 그곳으로..
이번엔 제자한명을 데리고 갔습니다.
하하... 역시 실력이 출중하면(?) 제자들이 꼬이기 마련인가 봅니다. 이놈에 외모와 실력은 날이 갈수록 수그러 들줄을 모릅니다.  ^*^v
낚시간다고 하니까 이제 21살 먹은 후배놈이 가면 재미있냐고 묻데여. 그래서 이렇게 얘기 해줬져.
저 : 니가 인생을 알어?
걔 : 아녀 !
저 : 거기가면 쪼끔 알어.
걔 : 네?!  아...네..  고기 많이 잡어여?
저 : (뜨끔)!.. 나는 주로 고기보다 인생을 낚지....흠...
걔 : 따라가면 안되여?
저 : 너 낚시대 있어?
걔 : 예...
저 : 그럼 가지구 와..  오늘부터 나의 모든것을 너에게
      전수해 주마....  복터진 놈 같으니라구...
      내가 초보시절 나같은 선배만 있었어두 붕어학교
      를 세웠을 건데...

이렇게 한놈을 꼬드겨서 낚시에 입문을 시켰져...V
또한놈의 젊은 폐인이 탄생하는 순간이었슴다.
동시에 철천지 왠수가 탄생하는 순간이기도 했슴다.

이놈 낚시대를 2대를 가져왔는데 아버지꺼 몰래 훔쳐왔다네여...
보니까 7.2M 하고 2칸 짜리를 가져왔더라구여...
이 짐승이 초보주제에 나도 못 휘두르는 긴대를 가져와서 속을 썩입니다.
저 : 긴대 접어라 !
걔 : 왜여? 그럼 한대가지구 해여?
저 : 맞고 접으면 아프다.
걔 : 네.

짧은대 하나 보니까  아무것도 안달려 있고 어디서
끊어먹은 줄만 감겨 있더군여.. 그래서 줄갈아주고
제 찌하나 선물하고 바늘달아서 던져주니까 이넘이
존경하는 눈빛으로 저를 보는게 느껴 집니다. 그래서 그냥 앞으로 던져두 되는데 괜히 한바퀴 휙 돌려서 물에 던지니까 아주 쓰러지데여... 짜식 ..멋있는건 알아가지구...
떡밥을 개어주려고 섞고 있는데 이놈이 구수한 냄새가 난다고 하길레 먹였습니다.  미숫가루라고 했지여...
저는 안먹어봤는데 이넘 표정으로 봐선 맛이 그렇게 없지는 않나봅니다. 애라이 짐승아...
이넘. 완전히 저를 보는것 같았습니다. 마음이 저려 옵니다.  받침대도 없고 대를 걸어두는 그거 있져? 그것도 없더라구여... 오늘은 첨으로 세대를 펼라구 마음먹었었는데 이넘에게 갖다 바쳤습니다. 오늘도 두대로 낚시 시작....

저 : 야 ! 콩알만하게 낚시바늘에 달아서 던져 !... 어디로 던져도 상관없는데
      한곳으로만 던져라 ... 글구 고기 입질없어도 3~4분 지나면 툭하고 채서
      다시 달아서 던져라... 그짓 20분하면 고기 잡는법 갈켜줄께..
걔 : 지금부터 잡으면 안되여?
저 : 그냥 하라는데로 해!
걔 : 왜여? 지금부터 잡아두 되잖아여? 어떻게 잡는데여?
저 : 너 혹시 요즘 밥숟가락이 무거워지거나 숨쉬기 운동이 귀찮아 지구 그러냐?
걔 : 알았어여 !!  (궁시렁 궁시렁)
저 : 그쪽에 비오냐?
걔 : 조용~~~~

이넘 열심히 밑밥깔고 있습니다. 시계까지 봐가면서 시간을 지키더군여...
순진하긴... 저를 보는것 같습니다...ㅎㅎㅎ

이넘 두시간을 기다려도 입질 한번 받지 못합니다.
혹시나 싶어 제가 옆에서 제 찌와 함께 그넘 것도 봤는데 완전히 말뚝이더라구여..
그래서 이넘 불러서 옆에 앉혀놓고 준비해간 이슬이 한병 놓고 쏘시지 안주삼아
낚시에 대해서 일장 연설을 했죠... 근데 저도 무슨 얘기 했는지 모릅니다. 저라고 아는게 있어야져? 근데 이넘 존경어린 눈빛으로 저를 봅니다.  (짜식)
한참 얘기하고 있는데 형하고 부르더라구여..제 찌를 보면서....  찌가 또 지가 우주선인듯 하늘로 날아가려 합니다.    오우 쉣... 휙... 걸었습니다. 이름 모를 풀들을....
이넘 뒤통수를 날렸져....너땜에 되는 일이 하나 없다구....  이넘 소주한잔 먹더니
지자리로 가데여.. 괜히 미안한 마음 듭니다. 속으로 생각합니다.이따가 큰넘 잡으면 손맛보게 해 줘야지...(희망사항 입니다.)
그렇게 한마리도 못잡고 또 새벽을 맞고야 말았습니다.(ㅠ,ㅠ)
저도 초보지만 그래도 명색이 제자를 옆에 놓고 한마리도 못잡으니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다른때와 달리 한마리도 못잡으면 어떻하나 하고 고민까지 됩니다.
(괜히 델꾸왔다... 회사가서 소문 낼꺼인디....)
이런 생각으로 아침이 밝아 옵니다.  근디 제 찌가 쑥 올라옵니다.  졸다가 거의
무의식 중에 챘습니다...  패에에앵!!!!!!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제껏 제가 잡아본것 중에 제일 큰것처럼 느껴집니다. 이넘 제가 땡기는데두 지가
자꾸 속으로 들어가고 양옆으로 왔다갔다 하고 그럽니다.
저 : 야 이넘 이만기 붕어인갑다.
걔 : 우와 !
저 : 야 뜰채가져와..
저 : (아까 생각이 나서)  야 ! 너 낚시대 받어..  절대로 뒤로 땡기지 말고 그냥
      들구 버티고 있어...
걔 : 걱정말아여.
그래서 제가 뜰채들고 잡으려는데 도데체 좌대 근처로 오지를 않습니다.
제가 다시 낚시대 받아서 땡겨내면서 뜰채로 뜨라고 했는데 .....
보통 고기 뜰때는 밑에서 위로 뜨지 않습니까?  근데 이넘 무슨 잠자리 잡듯이 옆에서
휙 하고 고기를 뜨는 것입니다.  "파닥"  하더니 고기 안녕 합니다.
줄 뒤로 휙 날아갑니다... 저 그냥 서있습니다.  그넘 내얼굴 쳐다봅니다.
그렇게 10초 정도의 무언의 시간이 흐릅니다.
" 야 ! 이...." 하고 한마디 퍼부으려다가 참습니다.
생각을 했지여...어차피 놓친고기 멋있게 맨트를 날리자...(저 영악합니다.)
저 : 괜찮아 임마 ! ..... (ㅠ,ㅠ)
걔 : ~
저 : 어차피 놓칠고기면 니가 아니었어두 놓쳤다.... 바늘이 부러지는 수도 있고
      줄이 끊어지는 경우도 있고 기타등등.....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부글부글)

(이넘이 정신이 있나 없나 나도 처음잡아보는 큰 고기를 낼름 방생을 해 버리다니
내가 저넘을 왜 데리구 왔지 저거 전생에 나랑 왠수진놈 아냐) <-- (제가 하고싶은말)
그래두 잘 참았습니다. 그리고 녀석 손맛은 보게 해 주었습니다. 뿌듯합니다.
역시 선배는 아무나 하는게 아닙니다. 이넘 나의 사려깊음을 알기나 하려나? 움하하하하하하...
그리고 나서 저의 선행에 하늘이 감명하셨는지 큰거 한마리랑 30센티 정도 한마리랑을 잡아 버렸습니다.  왠지는 모르지만 오늘따라 찌가 쑥쑥 올라옵니다. 아마 미쳤나 봅니다.ㅋㅋㅋㅋ    아마 올라오는데로 다 잡았으면 거짓이 아니라 오육십마리는
잡았을 겁니다. 이상하게 찌가 끝까지 올라오는데 챔질을 하면 안걸리더라구여..
차라리 입질 없는게 더 낳지  아주 미칩니다.
근디 저넘은 입질 한번 못보고 앉아 있는 겁니다.
그래서 어차피 저는 평균 마릿수를 초과했으니 (?) <---(요거 궁금하신분 아래글을 읽어주시길...) 이넘을 내자리에 앉혀서 한마리 잡게 하자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자리만 바꿨습니다. 대는 그대로 두고....(저 착하져?)
이넘 뭔가 기대에 찬 눈으로 찌를 응시합니다.
근디 요 종합빙신이 밤한번 샌거가지구 닭병이 걸려있습니다.
제가 그넘 낚시대 찌를 쳐다보다가  제쪽을 보니까 오른쪽 찌가 쑥 올라오는게 아닙니까?  야.야.야.야 !!!  이넘 졸다가 낚아 챕니다.  그넘 보는데 김흥국 아저씨의 호랑나비 춤이 생각나는 이유는 뭘까여? 이넘 거의 빠지기 직전입니다. 어찌나 우습던지
제가 처음배울때 그 모습이 얼마나 웃겼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근래에 이렇게 웃어본적이 있던지.....
조금더 하다가 이넘 아예 목을 뒤로 젖히고 잠이 들어있길래 철수를 결정합니다.
배가 고파서 진작 가고 싶었지만 저넘 한마리 잡았으면 하는 마음에 기다렸는데
오늘은 아닌가 봅니다.
저넘은 어떨지 몰라도 저는 뿌듯합니다. 회사가서 내가 큰고기 잡았다고 소문내겠지...하는 생각에 웃음이 절로 납니다.(근디 이넘 아직까지 한마디도 안했습니다.죽일넘.)
가는길에 넌지시 물어보았습니다.
저 : 담부터 절대루 안따라 오겠다.  고기도 한마리 못잡구....?
걔 : 아녀 ! 좋던데여? 조용하구...
저 : (헉 !! 이넘 곧 나를 추월하겠다) 그래? 그럼 담에 다시 같이 오자...
저넘이 얘기하는데 저두 기분이 좋아집니다. 아마 앞으로는 심심한 낚시는 하지 않을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오늘두 대책없이 긴 글을 써버렸습니다..
읽어주신분들  감사합니다.
담에 또 쓸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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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자유인 04-09-06 17:32 IP : 60ddd5f9dd00543
푸하하 배꼽빠지겟당 순돌님 저두 어쩨 제자로 좀 안돼겟심니꺼 순돌님 한테 배무면 금방 고수 돼지 싶은데에 잘부탁합니다 사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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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 들들이아빠 04-09-06 20:10 IP : 60ddd5f9dd00543
푸하하하하하~~~~~~~ 넘 잼나게 잘 읽었습니다
추천 0

3등! 가족낚시 04-09-06 20:23 IP : 60ddd5f9dd00543
순돌이 글쓰는 솜씨가 대단하시네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다음에는 더 재미있게 올려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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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퇴한회원 04-09-06 22:40 IP : 60ddd5f9dd00543
오랜만에 글읽으면서 열라웃었습니다. 담에 또 잼나는글 부탁합니다. 그럼 즐낚하시고 건강하세여..^^ 저도 제자를 한명둬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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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꾼과선녀 04-09-07 17:31 IP : 60ddd5f9dd00543
ㅎㅎㅎ....
순돌이님!
참으로 재미있고 멋진 조행기 입니다.
간만에 배아프게 웃어봅니다.
늘 즐낚하시고 재밌는 조행기 자주 올려주십시요!
수고했습니다...제자를 받으시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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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요이 04-09-08 20:20 IP : 60ddd5f9dd00543
하하하~~~ ^^
제가 원래 긴 글은 거의 안읽는 편인데 순돌이님의 글은 긴 글인데도 아쉽기만 하네요. 자주자주 글 올려주세요^^*
순돌이님 팬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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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돌이 04-09-09 09:44 IP : 60ddd5f9dd00543
ㅎㅎㅎㅎㅎㅎ허벌나게 웃고 갑니다,,,,,,,
고맙수~~~~~~~~~
님은 낙시 접으시고 소설가로 등단하심이 어떠하실런지,,,,,,
억수로 재미잇네요,,,,,,,ㅋㅋㅋㅋ
후배가 쪼메 걱정되고 불쌍한단 생각은 잇지만서도,,,ㅋㅋㅋㅋ
모쪼록 환경을 먼저 생각하는 후배꾼으로 재배하이소,,,화이또,,,,,,,,,,,돌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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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소본능 04-09-09 19:45 IP : 60ddd5f9dd00543
순돌이님 아주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님의 리얼한 표현에 그 상황들이 마구 뇌리에 떠 올려지는군요^^
아마도 월척님이 오늘 공지한 "오늘의 best"가 이미 시행중이었다면
저는 서슴없이 님의 글을 추천하고 싶군요..
즐겁고 재미있는 글 계속올려 주시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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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돌이 04-09-10 11:46 IP : 60ddd5f9dd00543
여러 선배님들 ! 재미있게 봐 주셨다니 감사합니다.
제가 초보이다 보니 아무것도 모르고 낚시한다고 하는모양새가 재미있게 보여지나 봅니다.
자유인님...제자는 지금있는 하나로도 벅찹니다. 글구 저보다 낚시에 대해
많이 아시는 분은 제자로 안받습니다. (갈구지를 못하거든여....^^)
들들이 아빠님 가족낚시님 민낚사님 ....재미있게 봐 주셨다니 감사합니다.
낚선님..감사합니다. 그리고 저 진짜 제자 받아가지고 수고 많이 합니다.
이넘 시간만 나면 와서 찌를 어찌 맞추니 왜 지 낚시대는 내꺼와 다르니 하면서
저를 귀찮게 합니다.낚시대도 아버지꺼 가방째로 훔쳐와서는 저보고 낚시 언제
가냐고 묻습니다. 그넘 아무리 생각해봐도 짐승 맞습니다.
하요이님... 팬클럽은 하나 만들까 생각중인데 남성팬들은 사절입니다.ㅋㅋㅋ
돌돌이님...낚시도 열심히 하고 후배도 열심히 갈구고 청소도 열심히 하고 다닐랍니다.
귀소본능님...감사합니다. 담에 한표 부탁드리지요...
모두들 즐거운 낚시 하시기 바라며 하시는 일 모두 잘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순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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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한손맛 04-09-10 18:00 IP : 60ddd5f9dd00543
회의하다가 님 글이 자꾸 생각나서 혼자 킬킬대가다가 허벌나게 얻어 터졌습니다.
얻어 터지면서도 킬킬대다가 눈티밤티 되어 버렸습니다.
내 눈 돌리 주이소 아직도 내 눈 얼얼 합니다.
즐낚하시고 꼭 소원 성취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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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 04-09-11 21:40 IP : 60ddd5f9dd00543
순돌이님 안녕하십니까?
이렇게 긴글처음부터 끝까지 잃어본건 처음인데요,
재미까지있고 . 저도팬크럽에 가입할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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