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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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변이2

꾼들의낙원 IP : e20e988d3fc9673 날짜 : 2015-07-27 20:48 조회 : 3705 본문+댓글추천 : 2

2.
가운을 입고 나는 대기하고 있었다 .
실로 넉달 만에 컨디션이 정상으로 돌아 온 것이다.
인간 신체가 견딜 수 있는 최악의 한계점마저 넘기고 나는 살아 돌아온 것이다.
여기서 그것은 기적으로 통했다.
미세하게 남아 있는 이마의 열과 어지러운
현기증, 비틀거리는 걸음걸이가 남았지만
천천히 발을 떼며 바닥을 밀듯이 걸어 권박사와
연구진이 지겨 보는 가운데 로비를 지나 출입문이 열리길 기다렸다.


문이 열리고 딸 슬기의 손을 잡은 아내가 서 있었다. 이 순간을 위해 나는 지옥 끝에서 살아 돌아온 것이라고 믿었다. 한참이나 그렇게
서로를 말없이 마주서서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 감정의 홍수는 어떤 말로도 표현되지 않았다.


아내의 흐느낌은 미친듯이 달려와 내 품에 안긴 동안에도 계속 되고 있었다. 입술을 악다물고 참으려 했지만 나의 이마와 코와 입술과 뺨과 팔을 들어 올려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아내의
눈물을 보며 나도 눈시울이 붉어졌고 북받치는 감정에 울음바다가 되었다.


딸 아이 슬기는 그래도 쭈뼛쭈뼛 내 앞으로
다가오기를 망설였다.
아빠의 품이 그리웠을텐데 머뭇거리는 슬기를
보며 가슴이 아려왔다.


"아빠야, 슬기야, 우리 딸 아빠야 , 어서
이리 와야지 ....어서".
딸 아이를 부르는데 자꾸만 목이 매여왔다.




"아빠야!!! 아빠라고 우리 딸, 착하지........
아빠가 안아보자 우리 딸 ....어서 안아 보자
우리 착한 딸......"



방울방울 눈물이 맺힌 눈망울로 훌쩍거리며 그렇게 망설이던 슬기가 그제서야 와락 내 품에 안겼다.


"아빠, 엉엉 우리 아빠 맞어 , 나 아빠에게
가려고 맨날 맨날 숙제도 하고 .....밥도 잘 먹고 심부름도 잘 하고 유치원에서 선생님 말씀도 잘 들으면 열 밤 지나고 아빠한테 간다고 엄마가 말 했단 말야..... 아빠, 나 미워하지 않지......슬기 땍지 않지......
아빠가 아빠가 나 싫다고 아빠한테 오지 말라고......엉엉..... 슬기 아빠 딸이잖아!!!!!
아빠아~~아~~~앙, 아빠 나 미워
하지마, 아빠 엉엉".




"그래!! 그래 우리 딸, 아빠가 아빠가 다 미안해, 슬기한테 아빠가 다 잘못했어......
다시는 아빠가 우리 슬기 땍지 안할꺼야....
아빠가 미안해. 아빠가 우리 슬기 마음 아프게 해서......다 미안해 슬기야!!!


아내와 딸 아이를 부등켜안고 나는 오래도록
감정의 찌꺼기마저 휘발시키며 눈물을 끊임없이 쏟아 냈다.
그 짧은 조우이후 나는 다시금 실험실로
돌아가야했다. 내게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딸 아이를 떼놓고 격리병동으로 돌아오는
발걸음 한 걸음 한 걸음이 천리길 같았다.
나의 호전된 증상에 대한 데이터와 다각도의
검사를 통한 앞으로의 추이와 넘어야할 과정들이 아직은 남아 있었다.

변이가 중단 된 것은 분명했지만 끝은 절대
아니라는 것을 아내와 딸을 배웅하면서 나는
그때 불현듯 느끼고 있었다.
그 일말의 불안감은 곧 현실이 되어 나를
다시금 진퇴양난의 수렁 속으로 더 깊숙이
밀어 넣어 입구를 봉쇄하고 암흑속에 영원히
가둬 버릴 것이다.








저수지의 둑 앞으로 한 대의 자동차가 헤드라이트도 켜지 않고 은밀하게 다가왔다. 인적이 끊어진 시간, 달빛조차 먹구름에 가리워져 사방이 어두운 새벽, 원한을
품고 죽은 혼령들이 물밑에서 올라와 공중으로 날아가는 시간. 자욱한 안개와 어울려 덩실덩실 춤을추며 산자를 유혹하는 바로 그시간, 음습함이 축축한 대지를 적시는

시간의 미로 속으로 수상한
사내가 자동차에서 내렸고 그는 한참동안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누군가 자신을 보기라도 한 듯이 그자리에 멈추었다가 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렇게 오래도록 서성인 후에 다시 한번 주위를 살피고 또 조심하면서 차 트렁크를 열었다.
사내가 트렁크에서 꺼낸 것은 놀랍게도 기절한 여자였다.


여자의 뺨은 푸르스럼하게 멍이 들어 있었고
코는 부풀어 피가 말라 붙어 있었고
여자의 입엔 스타킹을 얼깃설깃 역어 아무렇게나 재갈이 물려 있었지만 죽은 것 같지는 않았다. 사내가 여자를 바닥에 내리자
짧은 신음소리가 새어 나왔고 빨랫줄로
양손이 등쪽으로 결박된 여자의 손목을 조금 더 꽉 조이려 사내의 우악스러운 팔뚝의
힘줄이 기민하게 움직였다
그런 와중에 여자가 깬 것 같았다.




'으으아아오악아악' 여자의 비명소리는 방음 역할을 하는 재갈과 사내의 다리와 체중으로 짓 누르는 등의 압박으로 그 소리가 제대로 울리지 않았다. 육중한 사내의 몸을 벗어나려 발버둥쳤
지만 허사였다.


사내는 그런 여자의 상반신을 돌려 눕히고
여자의 배 위에 올라타 움직이지 못하도록
더욱 강한 힘을 가했다.
여자의 반항은 계속 되었지만 등 뒤로 결박된
손이 사내의 무지막지한 체중에 눌려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여자는 아직 앳되보였다.
기껏해야 스무살이나 스물 한살이 채 안된
어린 소녀였다.
흰 단추가 치마 밑단까지 달려 있는 꽃무늬가 프린트된 하늘색원피스를 입었는데 얼룩지고 군데군데 찢어져 사내에게 납치되는 동안 겪은 고초를 짐작케 했다.
여자는 끝까지 눈을 매섭게 부릅뜨고 사내를 노려 보았지만 사내의 손길은 아무렇게나 여자의 가슴과 허벅지 아래를 더듬으며 추행을 멈추지 않았다.
여자는 몸 안에 들어온 뱀이 피부 위를 기어 다닌다고 느꼈다. 살갗이 움츠려들고 털어내지 도 못하는 맹독사!
사내는 여자의 열을 감지해 내려했지만
여자는 얼음처럼 얼어 붙었다.


" 이제 그만 포기하지, 이런 식이면 곤란해."
사내는 여자의 퉁퉁 부은 콧등과 뺨을 손바닥으로 우악스럽게 일그러뜨리고 누르며 거칠어졌다.


"좋아, 인정하지 ...으음 알았다 인정.
니가 불리한 게임....인정 할께.....
그럼 공정한게 뭘까 ? 소리 좀 지르고
악 받쳐 비명도 질러줘야 재미날까?".
재갈을 풀어주지... 넌 컹컹 짖어대는
샹년이니까..... 짖어 짖어라고....

여자의 입에 물린 스타킹을 풀며 사내는 더욱 더 흥분하고 있었다.



" 사...사...살려 주세요 아저씨, 제발 살려 주세요....아저씨...저 집에 가야 해요, 그러니까 제발 살려 주세요".



"이거 굉장히 실망이군 언제부터 이렇게 고분고분해 졌지.이봐 아가씨 넌 표독스러운게
매력이야. 깨물고 , 침뱉고 , 따귀를 올려 부치고 , 머리털을 줘뽑고, 정강이를 걷어찼던 그 년 말이야, 어허 실망이야...목 좀 세게 눌러
출장간 기억 돌아오게 해줄까 시X년아!!!!



"미안합니다. 아저씨 ......제가 잘못한 것 있으면 빌께요 ....지갑에 있는 돈 다 가지세요.....
더 드릴께요. 살려만 주신다면
오늘 일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께요
아저씨 한테도 저 같은 딸이 있잖아요
제발 살려 주세요 아저씨".

여자는 비는 시늉까지 하며 사내에게 애원했고 사내는 그럴수록 길길이 날뛰었다.



" 딸, 딸 , 이게 쳐 맞을려고
요단강 부르스를 추고 앉았네
밤 늦게 싸돌아 다니는 니년 같은 딸은
그래 바로 요기 있네
그럼!!! 어디 우리 이쁜 딸 얼마나 컸나 몸매 감상이나 해볼까.......히히으허"


사내는 히번덕거리는 눈빛으로 괴상하게 웃으며 여자의 원피스 단추를 마구잡이로 뜯어냈고 브래지어를 움켜쥐고 손을 집어 넣어 주물럭거렸다.



" 더러운 새끼 ...미친 새끼 . 차라리 죽여. 죽여, 죽이라고 시x놈아!!!!!
버러지 보다 못한 짐승같은 새끼야".



"왜 그래 ... 무섭게 ...쌍욕을 하고 그래 으잉".
놀다가 저~기 저...물 ...보이지 물
기분 좋게 담궈 주고 갈테니 헤엄치고 노는
거다. 응!!!! 잡소리 개소리는 집어치워
개 같은 년아!!

사내는 과도를 꺼내어 여자의 머리카락 몇
가닥을 잘랐고 기념품으로 잘 간직하겠노라
지껄이며 여자의 가슴과 배와 허리와
허벅지의 라인을 따라 칼끝으로 긋거나
누르며 여자를 위협하고 희롱하고 있었다.
놈은 사이코패스인게 분명했다. 여자는 자신이 강하게 저항하고 반항할수록 더욱 사내를 흥분 시킬 거라는 사실과 이 비참한 상황을
어떻게든 묘면하는게 우선이라는 걸 알았다.





"아저씨!! 다 좋은데 내 손이 짓눌려
즐기지 못할 것 같아 손 좀 풀어줘!
생각해 보니 아저씨 말 다 맞아
늦게 다닌 내 잘못이야 이왕 죽는 것
뉘우치고 죽게 해줘. 하라는 대로 다 할께".


여자는 차분한 어조로 말했고 사내는 여자가
자신의 막다른 처지에 비로소 체념한것이라
고 믿었다.


"진작에 이랬음 다 좋잖아 ....편하게 가는 거지
백년을 살것도 아닌데 이리저리 기부도 하면서... 안 그러냐고
이 외딴 저수지 올 필요 없이 따뜻한 모텔에서 뒹굴면 얼마나 좋았냐 , 니 얼굴 멍든 것 보니 아저씨 맴이 이리도 아프잖아, 그래 까짓 것..."



기회는 그때 뿐이었다. 사내가 여자의
결박을 풀어주기 위해 여자의 배 위를 누르고
있던 몸을 들고 엉거주춤하게 일어서는 순간
여자는 있는 힘껏 사내의 급소를 무릎을 세워 가격했다.
사내는 비명을 지르며 나뒹굴었고 여자는
죽을 힘을 다해서 둑 반대편으로 내달렸다.


" 아우우~ 시X년 잡히면 넌 사지를 토막 내 버린다.
어디 숨을 때나 있나 보자.... 거기 서요!!
아가씨 내가 지금 가고 있잖아요 이 개 같은
시X년아!!!"


여자는 점점 수세에 몰리고 있었다.한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어두운 산속
자신을 강간하려는 악마를 피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갈래 뿐이었다.
다시 잡혀 몸을 더럽히든지 아니면 스스로
저수지에 뛰어들어 목숨을 버리는 방법 밖에는
불결하고 혐오스러운 죽음의 문을 끝내 잠굴 수 없음을 알았다
추천 2

1등! 달구지220 15-07-28 08:12 IP : 3d9c672fd4f13d0
어젯밤늦게 다 읽었지만

답글과 추천을 위해 다시 왔습니다.
추천 0

2등! 꾼들의낙원 15-07-28 11:27 IP : b06d2fe0d96c337
저도 감사의 댓글을 또 답니다.

아니 다른 이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댓글늘림을
이유에서도요 ㅎㅎ
추천 0

3등! 차가운걸 15-07-28 12:12 IP : 58293aa336811e7
읽을수록 자꾸 주인공이 내가되는느낌 기분이 묘해지는거 같아요
추천 0

붕어와춤을 15-07-29 14:11 IP : 8935d27202179c8
허 갑자기 이야기가 으흐흐
추천 0

twoods1 15-07-29 14:58 IP : 29501be494844b6
오 ᆢ
이건 실로 뛰어나신 필력이십니다
한순간도 긴장을풀수가없을정도로
빠져드는 느낌입니다
글의 구성역시 전문가수준이상으로보입니다
대단하십니다
담편기대됩니다
힘내십시오
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