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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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끼

꾼들의낙원 IP : b06d2fe0d96c337 날짜 : 2015-08-07 21:43 조회 : 5848 본문+댓글추천 : 2

1.

표본R이 치료를 받는 격리병동은 연구소의 D구역에 있었다. 그곳은 바이러스를 비롯한 공기감염의 전염성 매개체에 대한 고위험군 환자를 격리, 수용하고 치료 전담반을 가동하는 연구소의 부속건물이었다.
격리병실(Isolation room)은 전실과
외부전염을 막기 위해 음압치료실로 이루어져
있는데 병실의 오염된 공기를 기압차를 이용,
내부의 공기가 밖으로 빠져 나오지 못하게 하고
HEPA필터를 통해 전염 가능성이 있는 세균과
바이러스를 여과 시켜 배출, 오염원을 원천 봉쇄
하도록 설비되어 있었다.
물론 직접적인 감염을 전염시키지 않는 표본R에겐 필요없는 조치였다.



그곳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복도를 따라 일렬로 연결된 제1경비초소부터 제5경비초소까지 5개의 관문이 있었고 별장에서 파견된 보안병들과 출입증을 교부 받은 연구진 이외는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 되었는데 출입증과 함께 그들에게만 발급된 보안카드를 사용해야 통과할 수 있었다.
권박사가 연구소의 재량권을 잃은 후 CCTV와 경비초소의 통제관리가 더욱 까다로워 졌고 방문자의 철저한 신분증 확인을 거쳐야 통과할 수 있었다.



경비 초소는 보안카드를 꽂아야 열리는 구조로 철문이 각각 설치되어 있었고 보안병들 역시 각 철문마다 한 명씩 철통경계경비를 이루고 있어서 연결된 복도를 따라 통과하고 출입하려면 모든 검문을 거쳐야 지하1층의 격리병동으로 들어갈 수 있는시스템이었다.



아울러 천장에는 폐쇄회로카메라가 제1 초소에 들어가는 입구에 하나 제 5초소를 통과하여 계단을 따라 내려간 지하 격리병동 입구와 3관문과 4관 사이 하나, 표본R의 격리병실 내부에 각각 하나씩 24시간 방문자의 인적상황을 체크하는 철옹성이었다.



가히 무사통과 하기란 난제가 아닐 수 없었다.
문제는 격리병실 내부 빼고는 폐쇄회로 카메라
가 고장시 5분을 기점으로 자동업데이트 된다는 점이었고 더 큰 문제는 카드인식과 카메라는 전자장비이므로 자기장과 과부하를 통한 시스템에러 상황을 만들어 교란한다고 해도 각각의 관문을 지키고 있는 보안병을 해결해야 했다.




D-1 11시간을 앞두고 그들을 분산시키거나 작전수립이 수석연구원 지석에게 있는가에 대해 권박사는 고심하고 있었다.
수석연구원 지석이 5개의 관문을 무사히 통과 격리 병실 내의 카메라의 화상변조를 통해서 새벽3시부터 5시까지 표본R이 잠들어 있는 모습으로 변조하고, 5분 간격으로 업데이트 되는 여타 카메라까지 통과, 도피하기까지의 변수는 역시 보안병들이었다.



권박사는 수석연구원 지석이 자신에게 쪽지와 탐지기 그리고 해킹 추적 프로그램을 전해 줬을 때는 모든 준비를 이미 마쳤다는 뜻이지만 수석연구원 지석이 자신을 감시관리하는 보안병과 격리병동 내의 보안병에 대한 해결책이 없이는 거사는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게 문제였다.권박사의 우려처럼 그것이 현실이 될지,기우 가 될지는 11시간 이후에 판단할 몫이었다.













새벽 2시를 알리는 알림음에 수석연구원 지석은 눈을 떴다. 문 밖의 보안병의 코고는 소리가 방음되지 않은 숙소의 복도와 층을 따라 공명이 되어 흐르고 있었다.
확률적으로 이 게임은 이길 승산이 반반이었지만 준비된 궤도를 따라 돈다면 자신이 측정해 놓은 오차범위 내에서 돌발상황은 없다고 확신했다.



소파 위에 샤워를 위해 벗어놓은 전자시계의 시간을 65분으로 맞추고 손목에 찼다. 낮에 새롭게 지급 받은 두 벌의 보호복을 백팩에 넣고 화학약품 창고에서 빼돌린 흡입 마취제 슈프레인 용액을 담은 알루미늄병 뚜껑을 열고 수술용 장갑을 끼고 거즈에 듬뿍 묻혔다



곧바로 문을 열고 나가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있는 보안병의 입가를 막았다.
아마도 그는 아침 점호시간 전에는 깨겠지만
세상 모르고 잠에 빠질 것이다.



수석연구원 지석은 보폭을 빨리하며 손목시계를 바라 보았다. 숫자를 헤아리며 CCTV카메라의 동적신호가 제어될 때까지 기다렸다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10분 경과,



내일 생체실험을 위해 필요한 특수장비 몇가지를 병동에 옮기는 작업이 지연되어 격리병동에는 별장에서 온 연구진 한 명과 작업자들 서넛 명이 늦은 새벽까지 작업을
하고 있을 것이고 그 작업은 곧 마무리 될 시간이었다.




숫자를 세며 시스템 예약을 통해 폐쇄회로
카메라가 꺼질 타이밍을 정확하게 계산하면서
또 한걸음 옮기며 멈춰 서기를 반복했다.
격리병동 제1초소 입구까지 도착하는데 또 10분이 흘렀다. 어깨에 맨 백팩을 열고 보호복을 꺼내 입으며 수석연구원 지석은 시간의 경과를 또 다시 체크했다.



특수장비를 옮기는 작업을 한 것으로 보이는 작업자 한명이 바닥에 드러누운 채, 다물지 못한 입을 벌리고 허공을 향해 치켜 뜬 눈으로 수석 연구원 지석을 쳐다 보는 것 같았다.
다른 작업자들도 복도 여기 저기에 널부르져
있었고 그 중 반쯤은 동공이 열려 있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연구진 한 사람도
아무렇게나 바닥에 나뒹굴어 엎어져 있었다.


수석연구원 지석은 그에게 다가가 잠시 손바닥을 펴고 인기척이 있나 확인을 했다 반신반의 했지만 격리병동의 환풍기 속에 설치하여 흘려보낸 빠르고 강렬한 각성성분을 가진 흡입전신마취제 슈프레인의 기막힌 효과였다.
그의 바지 주머니를 뒤져 카드를 찾아서 제1관문의 카드인식기에 넣으니 철문이 우렁찬 쇳소리를 내며 열렸다. 제 1관문을 지키는 보안병 역시도 바닥에 비스듬한 자세로 쓰러져 있었고 그렇게 제 5관문까지 무사히 통과를 마 친 후 표본R의 격리병실 문을 열었다.



단지 억류되어 있을 뿐 우려했던 것처럼 쇠사슬로 묶어 놓지는 않아서 수석연구원 지석은 안도했다. 표본R은 깊이 잠들어 있었다. 수석연구원 지석은 격리병실의 카메라의 영상을 곤히 잠든 모습의 표본R 의 변조된 병실 안 풍경으로 시간타이밍을 맞춰놓고 표본R을 흔들어 깨웠다.







눈꺼풀 위에 아른거리는 그림자의 형상과
누군가 몸을 흔들대는 인기척에 놀라 나는 눈을 번쩍 떴다.
눈 앞에는 은백색의 보호복을 입은 사람이
그 순간 얼굴의 헬멧(보호복에 연결된 방독면)을 벗고 있었다.
땀으로 범벅이 된 그는 수석 연구원 지석이었다.



"여.....여기까진 어떻게.........."

그의 뜻밖의 방문이 나는 믿기지 않았다.
어떻게 이곳까지 올 수 있었을까!
연구소의 분위가 이상해지고 못보던 연구원들이 늘어나면서 나는 권박사를 찾았지만 낯선 그들의 대답은 '외국출장을 가셨으니 당분간 뵐 수 없다'는 통보였다.

수상한 낌새를 느낀 것은 격리병실의 바깥에 무장된 군인들이 24시간 감시를 하고 쇠창살이 달린 육중한 철문이 잠겨져 있었고 빈번하게 드나드는 한번도 만난적 없는 낯선 연구진들이 내 팔에 주사를 놓고 나간다는 거였다. 주사를 맞고 나면 온몸이 나른해지고 하루의 절반가량을 잠들고 말아 몽롱한 의식을 제대로 추스리지 못했다.



"쉿 !!! 아무말도 마시고 여기 보호복을 우선 입으세요, 저랑 지금 즉시 이곳을 벗어나야 합니다".


낮지만 단호한 음성으로 수석연구원 지석은
내게 말했다.



" 격리병실을 벗어나면 공기를 절대로 흡입해서는 안되고 헬멧을 꼭 눌러 쓰셔야 합니다. 환풍구에서 마취제가 흘러 나옵니다.
저만 따라서 보조를 맞춰 이동하시면 됩니다.
여기서 지하 3층 주차장 까지 가려면 불과 29분
45초의 시간 밖에 없습니다. 서둘러 빠져 나가야 합니다. 이곳을 나가면 5개의 관문
을 지나 복도끝 비상계단을 통해서 제 차가
있는 지하주차장으로 나갈 예정입니다.
연구소 정문까지 빠른 시간에 당도하는 것만
생각하고 계십시오".


수석연구원 지석은 그렇게 내게 주의사항을
알려주며 손목의 시계를 몇 번이나 바라 보았다.
그가 이곳까지 어떻게 왔고 나를 탈출 시키려
하는 정확한 이유를 알수 없었지만 그것은 나중에 묻기로 하고 나는 보호복을 입은 후
조심스럽게 그를 따라 나섰다.








지하주차장까지 내려오면서 수석연구원 지석은
긴 한숨 끝에 지나친 긴장으로 뻣뻣해진 목을
좌우로 풀며 자신의 자동차를 찾아 리모컨을
눌렀다. 거사 전 자동차 내부와 외부에 붙어
있을지도 모르는 위치추적장치를 확인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없었다. 지하 주차장의 CCTV 역시
시간 예약을 통해 동작을 멈추도록 미리 준비 했었다.
다만 일이 너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표본R을 태워 연구소
정문을 통과해야만 마무리 되는 일이었다.
차단기가 내려진 정문 초소를 차로 밀고서 돌파하고 그 곳 보안병이 정지명령과 발포를 하더라도 무조건 탈출해야만 했다.


"갑시다. 지체할 시간이 더는 없습니다.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세요.
정문통과가 지금부터는 가장 어려운 숙제입니다. 장담할 수 없지만
우리 운명을 믿어 보죠"



수석연구원 지석은 곧장 나를 태워 시동을 걸고 굉음을 내며 지하주차장 바닥을 타이어로 긁으며 급가속하여 밖으로 빠져 나왔다.

역내를 울려 퍼지는 비상벨 소리가 정문을 막 통과하려는 찰나에 울렸다. 발각된게 분명했지만 이미 이 곳까지
왔으므로 그것은 결코 장애물이 될 수가 없었다.
정문 초소를 지키는 두 명의 보안병이 내지르는
멈추라는 고함 소리와 멈추지 않으면 쏘겠다는 경고이후
실탄이 발사되어 계기판 아래로 고개를 깊숙히 숙인 나와 운전대 사이의 공간을 유리를 깨고 날아온 총알이 좌석에 박혔지만 수석연구원 지석은 그대로 돌진하였고 차단기가 범퍼에 강하게 부딪혀 제껴지면서 끼이익 꺾여 떨어져 나가는 파열음을 뒤로하고 차는 연구소를 빠져나와 경적을 울리며 대로 위를 가파르게 질주하고 있었다.






*참조-슈프레인액
Suprane Solution
제공-약학정보원

복지부 분류신경계감각기관용 의약품 > 중추신경계용약 > 전신마취제

외형정보

· 성상 : 무색 투명한 액이 갈색 유리병 또는 알루미늄병에 든 액제

성분정보

데스플루란 1mg/mL

저장방법

기밀용기, 15-30℃

효능효과

[허가사항변경(2010년 재평가) 의약품관리과-7389, 2011.12.29]

성인 : 수술시 마취 유도 및 유지
유아 및 소아 : 수술시 마취의 유지

용법용량

[허가사항변경(2010년 재평가) 의약품관리과-7389, 2011.12.29]

ㆍ이 약물은 데스플루란용으로 특수하게 제작된 기화기를 사용하여 투여한다.
ㆍ전신마취제의 투여는 환자의 반응에 따라 개별적으로 취급하여야 한다.
ㆍ이 약의 최소폐포내농도(MAC)는 연령에 따라 다르다.
추천 2

1등! 붕어ㄴrㄹr 15-08-08 11:05 IP : 6012cabecec659e
잘보고갑니다^^
추천 0

2등! 공기사 15-08-09 00:48 IP : 3d25a30daabbd97
점점더 흥미진진해 짐니다,
항상 좋은글 잘보고 있습니다,
공짜글 보기 미안하여 인사말 남깁니다^^
추천 0

3등! 꾼들의낙원 15-08-09 10:29 IP : b06d2fe0d96c337
붕어나라님, 공기사님 감사드립니다^^

흥미롭게 봐주시고 댓글까지 남겨 주시니


오늘 주말 오후에는 시원한 그늘 아래 수박 한 동이 놓고

얼음과 함께 화채도 드시고 넉넉하고 배부른 시간

보내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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