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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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꾼은 거짓말쟁이란다. 2015.05.01.14:30 ~ 2015.05.02.14:00

몽월영 IP : 4b1375f249e65bb 날짜 : 2015-08-14 00:15 조회 : 6138 본문+댓글추천 : 1

낚시꾼은 거짓말쟁이란다.
2015.05.01.14:30 ~ 2015.05.02.14:00

Prologue
세상에는 믿을 수 없는 거짓말이 세가지가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처녀가 시집 안 간다는 말
두 번째는 장사꾼이 밑지고 판다는 말
세 번째는 노인이 빨리 죽고 싶다는 말
여기에 거짓말 하나를 보태자면,
낚시꾼이 팔뚝만한 물고기를 잡았다는 말이 아닐까?

일주일 기다림 끝에 또 다시 낚시를 간다.
오늘은 출발이 이르다.
05월 01일 근로자의 날이기에 14시에 일을 마감하고
김인택 조사와 함께 8치급 붕어를 연이어 낚은
청라 둠벙으로 부리나케 향했다.
 
2015.05.01. 14:40
청라둠벙에 도착했다.
연이은 포근한 날씨로 더욱 더 기대된다.
오늘에야 드디어 월척인가?
 
16:30
약 2시간에 걸쳐 어설픈 자작수초제거기로
내 단골 포인트를 정리하였다.
이 포인트가 새우로 매번 올 때마다
8치급의 붕어를 낚은 곳이다.
봄날 같지 않은 20도의 더운 열기와 수초제거라는
중노동을 통해 낚시 시작 전부터
내 몸은 녹초가 되어간다.

17:00
채비가 완료되었다. 대 편성은 우로부터
1.6칸 / 2.0칸 / 2.0칸 / 2.4칸 / 2.8칸 직공 / 1.5칸
총 6대를 편성하였다.
말풀 주변을 뜰채로 쑤셔 새우 4마리를 얻어
4대의 낚시대에는 새우를 2대의 낚시대에는 옥수수를 끼웠다.
지렁이는 사오지도 않았다.
잔 입질을 보기 싫어서…
 
몇 시쯤 ???
얼마나 지났을까? 입질이 붙긴 붙는다.
세 번의 찌올림, 다 놓쳤다.
첫 번째 찌올림, 다소 빠르게 챔질… 놓쳤다.
두 번째 찌올림, 정확한 듯 했다. 놓쳤다.
세 번째 찌올림, 정확한 듯 했다. 놓쳤다.
띠벌… 입질이 드럽다.
새우 미끼던, 옥수수 미끼던,
지렁이 입질마냥, 입질도 드럽고,
찌올림이 정점에 이르렀는데도 헛챔질이 잦다.
정확한 챔질 타이밍에도 헛챔질 연발이다.
입에서 욕이 연발이다. 띠발, 띠발, 띠발…
붕어들의 활성도 또한 전전주, 전주에 비해 더디다.
산란 후 휴식기간인가?...
 
21:00
세마리의 붕애들을 만났다.
물론 자태 고운 황금빛 토종붕어.
허나 씨알이 고푸다. 활성도는 더디다.
찌는 졸고 있다.
둠벙을 메웠던 개구리의 울음소리도
전주에 비해 줄어들었다.
 
21:00 ~ 23:59
두마리 더 잡았다. 3~4치급 붕애들…
놓친게 더 많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입질이 드럽다.
지렁이 입질 같다. 새우 미끼임에도 불구하고…
 
02:50
어둠이 정점으로 치닫는 시간.
이상하게 뒷골이 쐐한 느낌이 든다.
4월 초순 이 둠벙에서 나 홀로 낚시 할 때도
느끼지 못한 기운이 느껴진다.
뒤에서 누가 날 쳐다보는 듯 하다.
등에 쭈빗쭈빗 소름이 돋는다.
바스락 소리가 난다. 겁이 난다. 겁에 질려 뒤돌아본다.
갈빛, 흰빛 섞인 물체가 날 노려본다.
등에 맺힌 소름이 온몸으로 퍼지고 소리 없이 기겁했다.
허나 작은 크기에 안도의 한숨을 쉬며
고양이일거라 생각하고 ‘니야옹~’ 소리를 내본다.
그러자 그 갈빛, 흰빛 섞인 그 새끼가 기겁을 하며,
“멍! 멍!” 개소리를 낸다.

<개시끼였다….>
 
고양이일거라 생각한 새끼가 뜻 밖에 개소리를 내자
내가 더 놀래 “이 개시끼 죽여버려!” 라는 거친 쌍욕을
뱉으며 놈을 쫓았다.
그 넘의 개시끼는 내 곁에서 도망가며 더 짖어 된다.
암튼, 너무 놀래 간 떨어지는 줄 알았다.

02:50 ~ 05:30
자고 싶었다.
찌는 거의 미동 없고, 간혹 있더라도 헛챔질 연발…
분명한 챔질 타이밍에도 챔질이 되지 않는다.
더욱이 수초에 걸려 채비를 4번이나 날려버리니
의욕도 상실되어 버린다.
 
자고 싶고, 졸기도 하고,
잘만 하면 찌가 날 깨우고, 챔질 하면 헛챔질하고,
수초에 걸려 채비 터지고…
성질 나는 낚시의 연속이었다.
매번 이러면 정말 낚시하기 싫겠다.

05:30
해가 뜬다. 잠도 깬다.
어렵사리 걸린 챔질에 죄다 3~4치급 붕어.
짜증의 연속. 오늘은 낚시가 싫다.
그 후 14시까지 오기로 버티며 낚시했다.
어렵게 진행한 오늘 낚시에는 월척은 커녕,
19.5cm 한 마리 외 6치급 한 마리,
5치급 한 마리, 3~4치급 여섯 마리를 힘겹게
걷어 올렸다.

Epilogue
낚시꾼이 팔뚝만한 물고기를 잡았다는 이야기…
거짓말이다.
내가 이곳서 8치급 이상의 붕어를 계속 낚는다는 이야기… 거짓말이 되어버렸다.

산란 막바지였나 보다.
붕어들이 밤새 산란하느라
내가 잡은 붕어보다 큰 넘들이 연안에서 뒤척이고
심지어 김인택 조사의 3.6칸대에 알까지 붙여 놨단다.
 
5월의 첫 주, 힘겨웠던 낚시 조행기…
모기들 때문에 손은 씹창 나고,
조잡한 입질과 터진 채비들로 내 마음엔 스크래치,
그리고 난 거짓말쟁이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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