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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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명2

꾼들의낙원 IP : b06d2fe0d96c337 날짜 : 2015-08-14 23:39 조회 : 4747 본문+댓글추천 : 1

2.

사람의 감정은 찰흙과도 같다. 질그릇으로 빚어낼 것인지 도자기로 빚어낼 것인지는 각자의 마음에 바른 유약과 심장이라는 가마에서 구워낸 쓰임새에 따라 달라진다. 간장 종지 하나 보다 못한 마음도 있고 단지보다 커서 무엇을 채울지라도 넉넉한 공간이 남는 포용력 또한 있는 것이다.



감정의 분화가 시작되면 뇌 속의 신경전달세포(뉴런)를
자극하여 분비된 물질로 흥분이 뻣어나가고 그 흥분은 지속적이거나 웅크리거나 도발적이거나 격하게 거칠어지거나 철면피가 되거나 급격히 쪼그라들어 자기억제력을 잃어버리고 전혀다른 자신과 조우하기도 한다.



결국은 자기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자만이
새로운 승부수를 띄울 수 있는 것이다.
권박사는 식음을 전폐하고 주정뱅이로 추락하고 있는 자신을 먼저 감당해야 했다.


사회적인 시선이 가져다 준 몰락, 몰락의 끝에
썩은 동아줄이 아닌 쇠심줄로 단단히 옭매어
끝간데 없이 자포자기하려는 무기력을 누비며
영혼이 가리키는 화살을 뽑아 과녁을 향해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로 날아가 꽂힐 필요가
있었다.



주위의 손가락질로 낮보다 밤이 더 친숙해지고
비통함은 흡사 굶주린 승냥이처럼 반복적으로
의욕상실을 부추기고 자신을 발기발기 찢어 놓고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며 살점을 발라내고
마지막 하얀 뼈만 남겨놓고 사라지는 고통,
길고도 긴 자학의 시간,



권박사는 덥수룩한 머리칼과 면도를 하지 않아 멋대로 자란 수염과 꾀죄죄한 몰골로 거울 앞에 섰다. 구렛나루를 길러 냉철한 지성이 자연스러운 매력으로 넘쳤던 그의 얼굴은 몰라보게 수척해졌고 늘어난 세치와 폭삭 늙어 버린 깊게 골이 파인 양미간의 주름이 한동안 막산 것을 반증하고 있었다.



권박사는 거울을 통해 자신을 바라본 기억이 까마득하다는 것에 새삼 놀랐고 그만큼 열정을 다해 살아온 자신의 삶이 스트레스로 인해 심각한 부조화와 거친 갈림길에 직면해 있음을 거울 안의 분신인 그가 똑똑히 보여줬기에 주먹으로 거울을 쳐 깨뜨리고 파편이 손등을 찔러 흘러내리는 피만큼 산산조각 나버린 위대한 꿈, 평생을 걸어와 쌓은 자신의 탑이 허무하게 무너진 자리에서 바라보는 슬픈 자화상에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노학자의 주름진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은
피눈물이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 터져오르는 감정의 찌꺼기를
걸러낸 후에야 손등에 붕대를 아무렇게나 동여매고 지난 삼 주 가량 씻지도 먹지도 않은 육신에게 살아남을 만큼의 음식을 위장에 채웠다. 뜨거운 욕조에 몸을 담궈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까맣게 자리잡아 피부가 되버린 절망의 땟자국을 박박 문질러 닦았다. 비누거품을 내어 행구어낸 머리칼과 수염을 가위로 잘랐고 방안을 뒹굴고 있는 소줏병과 마구잡이로 아무렇게나 벗어 놓은 옷가지를 말끔히 치웠다.




'어디서 부터 시작해야 할까,
녹이 슬고 부러져 겉들고 있는 나사를
뽑아내고 이미 끊어진 길을 찾아 이을
이음새를 찾을 수 있을까! 기력을 잃은
희망에게 오일을 넣고 닦고 조이며 기름칠을
하여 회전하게 하는 힘, 잠들어버린 추진력'



권박사는 갈피를 잡지 못했지만 개어 놓은 옷을 골라 입고 모자를 쓰고 원룸을 무작정 나섰다. 거리 이쪽 끝에서 저 쪽 끝까지 되는대로 걷다가 모퉁이를 돌아 미행자가 없음을 확인하고는 건물의 2층 PC방에 올라가 제일 구석 자리를 택했다. 그가 검색창을 열고 자판을 두드린 것은 '당신이 잠든 사이에' 였다.


While You Were Sleeping ,1995 라는 영화가
제일 먼저 검색되었다.
20년 전의 영화, 여주는 산드라블록이라는 배우였고 등장인물은 피터-잭-루시
이 영화가 그들과 도대체 무슨 연관이 있단 말인가!!!
그들 중 누군가가 영화광이라할지라도 사건의 열쇠를 짜맞추기 위한 허황된 망상에 가까웠다.



내부문건-D프로젝트와 암호명 당신이 잠든 사이에 그리고 1995년 영화 한 편의 괴리감!!! 이것은 권박사에게 조차 황당무계하여 말도 되지 않는 억지에 불과했다.



보안회의와 D프로젝트 ,T상위위원회의 연관성 역시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고 일반적인 검색으로 요약되어 화면에 나열 되었다.




'모래사장에서 바늘찾기만큼 어리석은 일이군'
자조섞인 탄식과 한숨이 권박사에게 밀려왔다.
기억의 회로 속을 더듬어 꺼낸 것이 모두 무용지물이라면 반격은 고사하고 순응만이 남아 있을 뿐이라고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쥐고 권박사는 괴로워했다.



남은 것은 두 가지의 접근 방식 에셜론과 시진트였다.
검새창에 에셜론을 치자

(에셜론(ECHELON)은 UKUSA 5개 회원국(AUSCANZUKUS: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뉴질랜드, 영국 그리고 미국)이 운영하는 전 세계의 통신을 감청하는 신호정보 수집 및 무선통신·위성통신·전화·팩스·이메일을 도청 및 감청하여 수집한 정보, 분석 네트워크를 지칭하는 단어-참조위키백과사전) 이렇게 검색되었다.



더불어 시진트의 검색은 이러했다.



(SIGINT·Signal Intelligence
요약 레이더나 통신감청 등 첨단 장비를 활용하여 신호를 포착하는 정보 또는 그러한 정보수집 방법을 말한다.

영어에서 '신호'를 뜻하는 '시그널(signal)'과 '정보' 또는 '첩보'를 뜻하는 '인텔리전스(intelligence)'의 합성어이다. 정보원이나 내부 협조자 등 인적(人的)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정보를 얻는 방식인 휴민트(HUMINT;human intelligence)와 더불어 정보수집의 양대 축을 이룬다.

시진트는 다시 레이더 등 첨단 전자장비를 이용하여 수집한 전자정보를 뜻하는 엘린트(ELINT;electronic intelligence)와 감청 등의 수단으로 통신의 내용을 파악하여 수집한 통신정보를 뜻하는 코민트(COMINT: communication intelligence)로 구분된다-참조 두산백과)



전세계의 통신 감시망과 미국=통신에 대한 감청과 도청을 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고 그것은 처음에는 권박사 자신의 연구소에 대한 보안회의라는 느낌이 강했지만 표면적이고 판단미스임에 분명했다. 그들이 괴생명체를 판단하고 언론의 보도자료를 막고 여학생 김윤희사건과 권박사 연구소에 관해 압수수색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된 사건, 진짜 내부문건이 가리키고 있는 것은 (D프로젝트)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암호명: 당신이 잠든 사이에)에 대한 연관성을 찾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고 권박사는 다시금 골몰했다. 연구소에서 표본R의 탈출에 동원했던 해킹추적
프로그램이 루트를 쫓아서 당도한 문앞에서 요구하던 비번은 숨겨진 그들 정체를 푸는 열쇠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은 것이다.


수석 연구원 지석의 독방감금과 자신에게 내려진 추방 그리고 언론의 살육 앞에 멈춰버린 시간을 되돌려 누명을 벗고 회생하기 위한 전제조건, 그것을 어떻게든 찾아야 했다.
1995년의 산드라 블록 주연의 당신이 잠든 사이에, 영화와 20년 이라는 시간의 상관관계를 쫓아 권박사는 이번에는 검색창에 ' 산드라블록'을 쳤고 그 배우의 출연작중 1995년 같은 해의 영화 ' 네트( NET)'를 발견 할수 있었다.


검색으로 살펴 본 영화의 내용은 바로 개인의 정보가 완전히 세상에서 지워져 버린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사는 여자의 이야기 였는데 우연히 동료가 습득한 음악 소프트 프로그램 '모짜르트 밴드'에 관한 확인 의뢰를 받았는데 그 속에 담긴 연방정부의 극비 데이트베이스 시스템으로 인해 벌어진 사건이 주내용이었다.




'지워진 정보, 기밀문서, 지워진 여자, '
'당신이 잠든 사이에 일어난 일'
'D프로젝트'



분명 이 가운데 문제를 풀어낼 열쇠가 있음을 권박사는 직감했다.분명 비번은 이 가운데 숨겨져 있을 것이다.
그러나 권박사에겐 검색은 가능하지만 그것을 접근하여 확인할 그들이 존재하고 있는 서버를 찾을 수도 없다는 것이 한계였다. 맞는 열쇠를 꽂아서 확인해볼 자물쇠가 없는데 어떻게 문을 열수 있다는 말인가!


권박사는 빼앗긴 해킹추적프로그램이 아쉬울 수 밖에 없었다. 추방명령과 함께 백지가 된 자신의 신분으로는 답을 두고도 정답을 기재할수 없는 신세였던 것이다.
노출되어 있던 모든 헛점이 지워진 상대를 찾기 위해선 단서가 될 만한 증거를 찾아야 하는데 그것은 보일리 만무했다. 서버접근이 없고는 모든 것은 헛사였고 무용지물이었다.



권박사는 다시금 복잡해진 머리 속 기억을 쫓아 헤매고 그 기억 속에서, 무언가 걸려던게 있었다. 권박사는 재빨리 종료 버튼을 누르고 PC방을 나와 왔던 방향의 역순으로 원룸까지 오면서 주변을 꼼꼼히 살핀이후 집안으로 들어왔다. 추방이 되었다 해도 분명 그들의 감시는 여전히 계속될 것은 불을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집안으로 돌아와 권박사는 방안 구석 구석을 뒤지고 서랍 뿐만 아니라 옷장의 모든 옷을 꺼내어 하나 하나 주머니를 살폈다. 또한 옷을 뒤집어 탁탁 털었는데 연구소에서 입었던 가운에서 방바닥으로 명함 한 장이 떨어졌다.













'대양이코노미 기획실장 김명진'.
별장 안내자가 자신에게 준 명함이었다.



















참조- 돌연변이 5편
<내부 문건 D프로젝트>


소속: 상기 소속자의 정보에 대한 접근은
T상위 위원회에 귀속되어 있고 레벨 단계에 의해 암호화 조치및 즉각적인 정보의
파기를 우선으로 한다.


소속에 관여한 부속기관과 각 그룹과의
회동은 위와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이것은 국가안보에 준하는 비상사태에
대한 관계자의 경호수칙과 협약에 따르고
비밀보장을 우선으로 하되 최상위 M의
권한에 준하는 효력을 갖는다.



기관명: HBD(이하 한반도)



게시일: 2015년 7월 28일



개요: 통신보안 제5차 회의



접근방식: 삼각편대 (이하 에셜론)



접근 하부방식 : 프리즘(이하 시진트(SIGINT·Signal Intelligence)



운용 : 분산ᆞ유도ᆞ회피ᆞ선점ᆞ분열ᆞ회유



대상: 프로젝트 D 에 반하는 모든 행위



레벨 : A



목적: 유지




암호명 : 당신이 잠든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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