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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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계 없는 꽝조사 없다. 2015.05.16.19:00 ~ 2015.05.17.10:30

몽월영 IP : ddecdcd0603bbbb 날짜 : 2015-08-21 00:04 조회 : 5771 본문+댓글추천 : 3

핑계 없는 꽝조사 없다.
2015.05.16.19:00 ~ 2015.05.17.10:30
 
Prologue
무슨 일이든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달리
아무런 결과를 얻을 수 없다면 핑계거리를
만들기 마련이다.
 
학창시절 숙제를 안 했을 때도,
직장시절 지각을 했을 때도,
항상 변명과 핑계거리가 가득하다.

항상 낚시꾼들은 출조 전에 월척을 꿈꾸며 떠난다.
하지만 생각보다 저조한 조과가 나온다면,
늘 많은 핑계를 대며 자신을 달래기 마련이다.
 
2015.05.16. 14:00 ~
처음으로 함께 성옥이형님과 동준이형님,
술경꾼 영균이형과 민물낚시에 나섰다.
 
요번 대상어종은 살도 많고 맛도 좋은 메기!
작년 이맘때 상당한 메기 조황을 보여준
누산리 가짓 수로로 목적지를 결정하였다.

나 혼자 누산리 도착할 때쯤
성옥이형이 못 온다 하여 원치 않던 독조에 나선
밤낚시인줄 알고 발끈했는데 알고 보니 성옥형님의 장난!
순간 발끈했었다.<속으로 쌍욕도 했다>
 
15:00
작년 포인트에 도착! 그러나…
논에 물 대기 위해 수위가 많이 올랐다.
작년에 이곳에서 가장 높을 때 수위가 1m 20cm 정도였으나,
오늘은 1m 50cm 가량의 수위를 보여준다.
올해도 어김없이 논에 물 대는 펌프질은
이어진다. 달달달….
 
수몰나무 포인트인 이곳으로 처음에는 결정했으나,
펌프소리에 기가 질려 영균이형과 동준이형은
다른 포인트로 나서기를 원한다.
 
17:00
포인트 이동!
이동이라 해 봤자 대략 150m 아래로 이동했다.
하지만 펌프소리도 작고, 자리 깔고 낚시하기 좋은 듯…
술경꾼 영균이형을 위한 화덕마련과 텐트 세팅
그리고 낚시포인트를 물색한다.
 
폭 9m / 수심 1m 50cm / 연안가에 1m 삭은 띠부들
흐르는 물이기에 부들은 썩지 않고 안정적인 물색!
봄기운 따라 녹빛 부들도 올라왔다.

내 낚시대로는 맞은편 연안에 찌 세우기 힘들어
좌대쪽 연안으로 찌를 세워본다.
좌부터 2.4 / 2.0/ 1.5 / 1.6 / 1.9 / 2.4 / 2.4 / 2.8직공 세팅
삭은 부들 넘겨 찌를 일렬로 정비하여 세운다.
 
찌를 세우자 마자 술경꾼 영균이형 曰

“해지기전 고기 먹자!”
(자리에 앉아 한 시간도 낚시 못했는데 ㅠㅠ)
 
해 지기 전 피크타임은 포기하고 이른 저녁을 먹는다.
 
19:00 ~ 22:00
‘수리 들어 간다~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거야~’
 
화덕에 구운 앞다리 살에 찐한 쐬주~
저녁을 함께하며 도란도란 이야기 꽃~
낚시할 때 술 먹는 건 자제하는 편이지만,
팀원이자 동료이고 선배님이신 형님들과
처음으로 함께한 자리이기에 자리를 지킨다.

오래도록 알고 지낸 조우와의 술자리도 좋지만,
같은 일을 하며 서로의 힘겨움을 잘 아는 동료이기에
어떤 때는 오랜 벗보다 더욱 말이 잘 통한다.
이런 동료들과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는 직장이기에
행복한 삶이라 자위해본다.
 
22:00 ~ 22:30
입질이 없다. 전혀!
좌측 2.4칸 / 2.0칸 / 1.5칸대에서
간간히 좌우로 1cm 가량 건들거리기만 할뿐,
입질이 없다. 참게인가?
이곳에 참게도 제법 사는데… 잠이 쏟아진다….
 
눈이 감겨 찌가 슬슬 보이지 않는다.

2015.05.17. 01:00
일어났다. 정신 없이 잤다는 이야기이다.
비몽사몽 하게 찌를 바라본다.
좌측 2.0칸의 찌가 살짝 한마디 오른다.
그리고 살살 끌더니 다시 한번 한마디 올리고
이내 세 마디를 쭈우욱~
 
“챔질~”

허당이다… 된장…
완벽한 타이밍 이였는데 꽝이다.
얼마쯤 또다시 지났을까?
다시 찌가 잠에 빠져든다.
 
03:00
술경꾼 영균이 형이 일어났다.
성옥이형과 동준이형이 화덕으로 모인다.
라면을 끓인다. 술자리가 시작된다.
 
05:30
술경꾼 영균이형이 집에 가고 싶어한다.
낚시는 안하고 술도 질린 듯,
더욱이 나를 포함해서 낚시하는 모든 사람이
한 마리도 잡지 못한 상황…

구경에 질려 집에 가고 싶어한다.
이곳에는 물고기가 살지 않는 곳 이라며…
 
메기 채비만을 준비해온 동준이 형은
집에 갈 준비를 서두르고
이 둘의 성화에 못 이겨 성옥이 형도 짐을 정리한다.

부스럭~ 부스럭~ 주섬주섬~

해가 뜨면서 입질이 붙기 시작했지만,
짐을 챙기는 형님들이 신경 쓰여
찌에 집중할 수가 없다.
찌올림도 너무 예민하다.
갸냘픈 찌올림에 헛챔질만 연발이다.
 
06:00
형님들을 떠나 보내고,
이슬에 젖은 장비를 말리기 위해
난 좀 더 앉아 있는다.
하지만 전혀 미동 없는 찌... 전혀…
동틀 녘에 잠시 이어지던 갸냘픈 입질마저
여명과 함께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난,
4시간여 동안 찌와 함께 망부석이 되어버렸다.
 
Epilogue
핑계 없는 무덤 없듯,
핑계 없는 꽝조사 없다.
 
붕어는 커녕, 메기와 피래미 구경은 커녕
찌올림 조차 보지 못했다.
꽝에 대한 스스로의 위안과
다음 출조의 월척을 꿈꾸며 핑계를 대어본다.
 
‘수위 변동이 심했어…’ / ‘배수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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