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해를 만나 가정을 꾸리고,
딸 둘을 낳아 키우고,
그렇게 살아 온 세월, 삼십 년.
최선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는 나름 노력하며 살았다.
늘 안해를 위했으며 늘 딸들을 살폈다.
나는 좋은 남편ㆍ좋은 아빠라고 자부했다.
안해와 술을 마셨다.
취기 때문이었을까, 안해가 이상해졌다.
안해가 내 심장을 송곳으로 찌르더니,
급기야 시퍼런 칼로 내 자존심을 토막토막 냈다.
나는 중상을 입었다.
안해는 내게,
타인에겐 솜사탕ㆍ가족에겐 얼음이라고 말했다.
안해는 내게,
내 침묵은 책임회피고 내 충고는 화풀이일 뿐이라고 말했다.
변화구 전문인 아내가 처음으로 내게 직구를 던졌다.
안해의 돌직구에 나는 당황했다.
나는 스윙을 포기하고 멍하니 안해를 바라보았다.
안해가 마지막 공을 던졌다.
애들이 독립한 게 당신 때문인 건 알아?
삼진 아웃.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는데, 안해가 말했다.
정말 소중한 게 뭔지 모르는 바보 멍청이...
안해와 딸들을 단톡방에 불러놓고,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있고,
안해와 딸들도 아무 말을 안 하고 있다.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는,
타인에겐 기꺼이 했던 그 쉬웠던 말.
미안해... 정말.
누나처럼, 안해가 내게 하는 말.
철없는 아저씨, 낚시나 가셔~.
추석 전날엔 일찍 들어오고.
조우님들.
한가위, 행복하게 보내십시오.
붕어는 제가 대신. ㅡ,.ㅡ"
거북아? 알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