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한 직위의 현직 검사가 현 시국에 사직하며 쓴 글이라하여, 보수 검찰측의 전문적이고 진정성 있는 정보와 의견이 있으리라 기대를 하고 읽어 보았습니다.
글 서두에 ‘수사권 조정'에 관해 국민은 철저히 소외됐고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기술하고 있어, 많은 보수 인사들이 우려하고 반대하는 논리적 근거들을 열거해 주리라 생각했습니다만, 기대와 달리 대부분 감정적이고 선동적인 내용들로만 채워져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정확히 어떤 부분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자신이 생각하는 더 나은 대안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논거는 찾기 어렵고, '아미스타드, 중국공안, 경찰공화국, 북쪽, 음모, 퇴보, 실종, 맞거래, 오만, 후안무치, 세계8대난제, 양자역학, 사기극…’ 등등등의 수사적이고 선동적인 단어들만 난무하네요. 긴 글의 70%는 이런 내용이라는 인상입니다.
그래도 그나마 구체적으로 지적한 부분들은,
이정도로 보이는데,
-> 1) 그 지적 자체는 합당하다는 생각입니다. 검찰개혁의 필요만큼이나 경찰조직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도 상당히 높은 만큼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앞으로 지켜봐야 할 부분입니다. 그러나 거시적 측면에서 국민이 검찰개혁에 동의하는 이유는 견제기능이 없는 특정권력이 기득권 세력과 결합하여 고착되는 구조적인 문제이지, 검찰이나 경찰 혹은 권력가 개개인의 일탈적 부패가 아닙니다.
정치와 경찰의 유착관계는 검찰에 비해 그 심각도가 낮고, 구조적으로 견제기능이 충분히 작동합니다. 특히 수사권 조정 이후에도 검찰의 경찰 권력에 대한 감시, 견제기능은 전혀 부족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우리는 지난 수개월간(혹은 수십년간) 검찰세력이 얼마나 견고하며, 그 개혁의 발을 때는 것조차 대단히 힘들고 큰 저항이 따르는 일이라는 것을 전국민이 함께 목도해 왔습니다.
이런 실정에 아미스타드 노예무역선의 비유를 들며 위과 같은 주장을 하는 것은 선민사상에 빠져있는 검사의 오만함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아미스타드 호의 비유는 표면적으로는 현 정권을 거짓말로 배를 이끄는 백인들에 비유하고자 한 것 같지만, 다른편으론 대한민국 국민을 미련하여 백인에 속고있는 아프리카 노예로 비유하고 있는 겁니다. ‘반란을 일으켜 아미스타드호를 접수'한 아프리카인을 마치 ‘촛불 반란’으로 정권을 탈환한 대한민국 상황에 빗대는듯 싶습니다. 기본적으로 일반 국민은 우매하다는 생각이 깔려있는 것 같습니다.
뭐 사족이지만 굳이 논리학 적으로 일대일 대응을 해보자면, 원래 배의 주인이었던 백인이 기존의 보수정당(기득권 세력)일 것이고, 백인에게 키를 넘겨주는 것은 현시점에서 다시 보수야당이 권력을 잡게 되는 형국이 되는 비유인데…. 검사님이 여기까진 미쳐 생각해보지 못한 모양입니다.
-> 2) 이 또한 원칙적인 측면에서 근거는 있는 지적입니다.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임명 및 급진적 검찰 인사 단행 등의 대통령 발 권력행사가, 검찰 수사의 칼끝이 청와대를 직접 향하는 형국에서 가속화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하라고 한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의 선언에 위배되는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조국에서 유재수로 이어져 청와대로 들어가는 검찰의 수사 과정을 생각해보면, 그 목적이 정의 구현이 아니라 검찰 조직과 그 권력을 보호하려는 동기임이 너무나 뻔히 보입니다. 내 배에 칼들이미는 것을 용인하는 경우는 신뢰할 수 있는 의사의 경우에나 한하는 일이지, 목적이 뻔한 건달에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닙니다. 결국 그 ‘정의’가 아닌 ‘이득'을 따르는 검찰의 행동들이 대통령의 인사권행사의 정당성을 제공하며, 많은 이들로 하여금 사실 윤석렬이 X맨이 아닌가하는 의문을 들게하는 겁니다.
김웅검사의 글이 ‘검찰 가족 여러분..'에게 고하는 말로 끝내는 만큼, 이 글의 대상이 일반 국민이 아닌 동료 검사들이어서 위와 같은 방식으로 글을 썼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혹자는 대중 앞에서 정의로운 검사 행세를 할때도 저는 책상 위의 기록이 국민이라고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권세에는 삐딱했지만 약한 사람들의 목소리에는 혼과 정성을 바쳤습니다.”라는 자화자찬이 온전히 신뢰하기가 쉽지는 않네요.
잘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