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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싸움

아부지와함께 IP : 690c835d05eed72 날짜 : 2013-03-07 21:37 조회 : 2546 본문+댓글추천 : 0

그저께 아들의 고등학교 입학식이 있었습니다.
저녁을 먹으며, 아들의 머리를 보니 단정하게 이발은 했지만
앞머리가 약간 긴 것 같아 지나가는 말로 한마디 건넸는데,
"아빠, 이 정도 머리면 아주 짧은 머리예요.
다른 애들은 파마도 하고 염색도 하는 것 같던데요."
"머라카노, 그걸 학교에서 허용한다 말이가! 대학생도 아니고 고등학생을...
참, 이거 무슨 학교 교육이 이래 되었노? 아니지, 1차적으로 가정교육이 잘못되었지."

(어제, 혹시나 싶어 아들에게 다시 "다른 학교도 그런 것을 허용하나?"라고 물었죠.
"아빠, 학교 문제보다 학생 개인의 멘탈이 문제겠지요. 하지 마라 해도 굳이 한다는데...")

약간의 흥분과 함께 요즈음 학교 교육의 무너짐과
대학 시절 교직 이수하지 않은 제 솔직한 마음을 얘기하였습니다.
참다운 스승이 될 자신이 없어서였다고...

아내가 옆에서 듣다가 한마디 거듭니다.
"하여간 당신은 생각이 너무 많아 고생이데이..."

(어쭈, 아들 앞에서 이 무신 소릴, 질 수 없어 한 방 먹여 줍니다.)

"당신 말이 맞데이, 나는 생각이 많아 내 혼자 힘들지만'
당신은 생각이 너무 없어 가끔 날 힘들게 한데이..."

그런데 가만히 듣고 있던 아들넘이, 키득키득 웃으면서 하는 말이
"엄마, 아빠! 두 분 성격이 정반대인데도 살아가시는 것 보면 정말 신기하거든요."
말문이 막혔습니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희 부부는 햄릿과 돈키호테 같은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두 사람입니다.)

이번에는 아내가 아들에게 의미 있는 말을 건넵니다.
"아들아, 부조화 속의 조화란 말 모르나?
만약 아빠, 엄마가 같은 성격이었으면 아마 더 힘들었을 끼다."

문득, 힘들었던 지난 일들이 떠올랐습니다.

저의 부부는 결혼 후 10년간은 한 번도 다투질 않았습니다.
아내가 저의 말에 온전히 순응만 했기에 가능했지요.
유일하게 다툴 때가 백화점에 옷 사러 갈 때였습니다.
아내는 제 옷을 사고자 했고 저는 아내의 옷을 사주고자 항상 옥신각신하였지요.
(그때마다 늘 제가 지고 말았고 아직까지 옷 한 벌 제대로 사주지 못한 못난 저입니다.)

그러했던 행복이 IMF 후 경제적인 어려움에 부닥치게 되자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가끔 아내의 불평 섞인 가벼운 말에도 속 좁은 저는 그 말이 비수처럼 들렸습니다.
참지 못한 저는 언성을 높이게 되고 아내 역시 응얼진 가슴을 토했습니다.
서로의 상처를 위로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말았습니다.
한 번의 다툼이 두 번이 되고 세 번이 되고…
곤궁한 살림보다 부부간의 사랑이 더욱 피폐하게 말라감을 느끼면서
부끄럽고도 못난 자신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다툼의 원인 제공자는 나였는데, 내가 무엇을 그리 잘 해주었다고...

아내가 순응하던 때는 전혀 다투질 않았음을 상기하며 이제는 내가 순응키로 하고
부닥칠라치면 일부러 피했습니다.
아니면 지든지…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리석었고 왜 다투었는지조차 모르는 쓴웃음만 나옵니다.
2년 전, 장인어른 돌아가셨을 때 다시 한 번 굳게 다짐을 하였습니다.
("장인 어른, 집사람 눈물 흘리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부부싸움, 살아가다 보면 필연적으로 겪는 일이겠지요.
그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순간적인 감정으로 대응하지 말고 한 호흡 멈추시기 바랍니다.
누구 한 사람만 참으면, 그냥 져 주면 결코 다툴 일이 없습니다.

횐님들, 까짓것 우리 남자들이 집시다.
이기는 것은 밖에서 이기고 안에서는 지고 삽시다.
혹여, 밖에서도 못 이기는 스트레스는 붕어와의 만남에서 풉시다.
그러나 자신과의 싸움에서는 반드시 이기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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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아부지와함께 13-03-07 21:38 IP : 690c835d05eed72
애처가이면서 공처가인 양 넋두리 하시는 몇몇 횐님들 볼 때마다
늘 입가에 웃음과 함께 그분들의 행복한 모습이 보였습니다.
고도의 염장임을 알면서도 결코 배아프지 않는...

야근 마치고 이제 퇴근합니다.

횐님들, 오늘 밤은 소리 없이 다투는 행복한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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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 달랑무™ 13-03-07 21:40 IP : 06d5dc3497cf6a5
붕어를 못만나서 천지사방에 승질부리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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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 소박사 13-03-07 22:03 IP : 89539cb36c849b6
싸우지 마시고 행복하게 사십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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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마™ 13-03-07 22:11 IP : 3fe14fe35448f71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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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엑기스 13-03-07 22:21 IP : 0cb6b91ec699310
멋진 글입니다

가슴이 짜....안... 하네요

져주고 산다고 살지만서도 더 져줘야 겠네요

못된 승질 선배님 말씀대로 저수지에 놓고 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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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엑기스 13-03-07 22:21 IP : 0cb6b91ec699310
멋진 글입니다

가슴이 짜....안... 하네요

져주고 산다고 살지만서도 더 져줘야 겠네요

못된 승질 선배님 말씀대로 저수지에 놓고 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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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포리 13-03-07 22:53 IP : 168bc09fdcea656
ㅎㅎ,,
추천 0

부들지기 13-03-07 23:03 IP : 6c50f07eb2261b8
쉽게 할수없는 얘기네요
괜시리 무거워지는데
집시다 에는 동의합니다 얼마살진않았지만 그게 정답인거같습니다...
추천 0

자근거인 13-03-07 23:11 IP : 7bc9f43517f01bd
선배님 말씀이 맞습니다
이기면 뭐합니까?
지는게 이기는게맞고요 또한가지는
지는게 출조하는겁니다^^
저도 무조건지고 다만 낚시못가게하면 질수가 없습니다
글 잘읽었습다 선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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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박사2 13-03-07 23:21 IP : 13b260c3c4d4bf5
져도 지고 싶습니다. ㅡㅜ
추천 0

대물☆참붕어 13-03-07 23:43 IP : 75c28e9de93e7cc
우리 애들은
부부싸움이 뭔지를 모릅니다...ㅋ
요것도 염장이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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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단꽁지 13-03-08 00:02 IP : 6569800c3bd7c01
옳은 말씀이네요 저도 지고 삽니다 전 애처가라 생각하는데 남들은 공처가라고 말하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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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벗 13-03-08 00:42 IP : ebe724771987bcf
전..
이해가 안돼서요
싸움이 안돼죠
남편인 제가 너무 강해서 싸움이 안됩니다
늘 맟추고 살아 와 준거죠
아내가 말입니다

이제 이해가 됩니다
내가 강한게 아니라 그녀가 강했던거죠
추천 0

노벰버레인 13-03-08 07:50 IP : 2c41eccdaebda60
죄값 치루며 살고있읍니다

젊어서 잘할걸 합니다

경제권 뺏기고...

이빨빠진 호랑이 되써요
추천 0

그림자™ 13-03-08 08:27 IP : 7174684707925de
얼마되지않는나이지만..
살면서 점점 힘?을잃어가더군요.ㅎㅎ

근데,저자신에게는 이기겠던데..
붕어한테는 맨날 쥐터지고옵니다.
도저히 이길수가 없더군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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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 13-03-08 08:34 IP : 15b869628fc66b4
이기려는 생각을

조금이나마 하셨다니 부러울 뿐입니다.

저는 연애때부터 꼬리 착 내리고 삽니다.

"벗어라면 벗고 입어라면 입고..."


집사람이 배구선수 출신입니다.

안맞아 봤으면 말을 마세요.

탁 탁 끊어 칩니다.
추천 0

아부지와함께 13-03-08 09:30 IP : 690c835d05eed72
♥ 아부지와함께, 이제는 그 마음 변치말거래이~

♥ 달랑무님, 제가 보기에는 승질이 아닌 애교로 보이는 걸요.ㅋㅋ

♥ 소박사님, 소고기 사주시면 안싸울께요.^^ 다투지 않은 지 5년이 넘은 것 같네요.

♥ 쌍마님은 부부싸움 한 번도 안해 본 것 같은데...(답글 쓸 여지는 주이소)⌒ ⌒

♥ 자라엑기스님, 자라엑기스님, 저수지에 쓰레기는 버리지말고 승질만 버리자는 말씀, 명언입니다!

♥ 율포리님, 늘 관심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ㅎㅎ'에 담긴 의미를 생각해 봅니다.

♥ 부들지기님, 울 마눌님 이 글 읽으면 손들고 벌 서야 합니다. "당신은 맨날 이런 글만 올리노!"

♥ 자근거인님, 아내분과 함께 낚시 가시면 질 일도 이길 일도 없는 것 같네요.^^

♥ 이박사님, 그러면 맨날 이기십니까? 에~휴, 노후가 심히 걱정이 됩니다.ㅋㅋ

♥ 참붕어님, 염장 아니걸랑요. 아이들 앞에서는 한 번도 다투질 않아 저희 애들도 부부싸움이 뭔지 몰라요.

♥ 검단꽁지님, 공처가라고 말하는 분들은 시샘해서 그럴 겁니다. 아내 분 더욱 사랑해 주세요.⌒ ⌒

♥ 내벗님은 염장의 대표 주자, 근데 배 아프질 않고 즐겁고 미소만 지어집니다. 고마워요!

♥ 노벰버레인님, 이빨 빠진 호랑이면 어떻습니까? 행복할 수 있다면 가죽도 벗어야지요?^^

♥ 그림자님, 붕어한테 맨날 쥐터질거면 와 낚시 갑니까? 낚시 접으소!ㅋㅋ

♥ 소풍님, 탁탁 끊어치는 사랑(?)의 매는 짜릿하지 싶은데...그래서 코가? 아니면 혹시 마조히즘?...텨--∋3∋3∋∋→→------
추천 0

자근거인 13-03-08 11:43 IP : b0cae8b38843e87
소풍님 탁탁 끈어치눈글에 빵터졌숩니다
ㅋㅋㅋ 정말크게웃었숩니다
감사해요^^
추천 0

쌍마™ 13-03-08 12:06 IP : c849ce5076f2de0
선배님^^~
답글쓸 여지..... 드려요

부부쌈 한번도 안해본게아니라....

못해봤습니다

어느정도 스킬이 비슷해야 싸움이되지
차이가 많이 나면 응사 가치가 없지요

눈만 마주쳐도 오줌 찍~지릴 정도인데
상대가 안됩니다
그래서 못 싸움니다



오해하실 까봐

제가 찍 지리는 입장입니다ㅠㅠ
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