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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집 태우기

소풍 IP : 15b869628fc66b4 날짜 : 2013-02-22 11:32 조회 : 1261 본문+댓글추천 : 0

어릴적 정월 대보름은 늘 "풍요"로 기억이 됩니다.
설 때 남은 음식도 곧곧에 짱 박혀 있는데다
어머니 생신까지 겹치다 보니..

정월 대보름 하면 가장 먼저 생각 나는건 달집 태우기 입니다.

운동장 이라고 부르기도 옹색한 마을 가운데 공터.
장작에 생솔가지에 짚더미 등으로
어린 눈엔 산만큼 높은 언덕을 만들어
불을 지폈지요.

어른들은 불가에서
삶은 돼지 고기에 막걸리를 드셨고
코흘리개 철부지들은 깡통 돌리기를 하며 놀았습니다.

어느 해 정월 대보름
"야들아 여 와서 쉬해서 불 좀 꺼라"
"고추 누가 제일 큰 지 보자."
잔불을 쉬로 끄는건 매년 달집 태우기의 마지막 행사였습니다.

그 다음날 부터 동네에 난리가 났습니다.
우연인지 장난인지 누군가가 달집 안에다 옻나무를 넣었고
그 여파로 내성이 없는 온 동네 사람들이
옻에 걸렸습니다.
반지의 제왕에 나온 "오크" 무리가 된 것입니다.

쉬한 우리들 고추인들 남아 날리 있겟습니까?
잔불 끄며 쉬야를 하면서 그 증기까지 쐬였으니..
순식간에 애기 고추가 어른 고추가 되 버렸습니다.
그것도 엠보싱 처리가 된 상태로.
아마 그 모양 그대로 지금 가지고 있다면
칭찬 받는 남편으로 군림 했을것 같습니다.

옻에 효과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온 동네 사람들이 얼굴에 계란 노른자를 바르고 다녔던
그때 그 정월 대보름이 참으로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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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꿀갈비 13-02-22 11:41 IP : 3f45498c7239c2b
어릴때 지불놀이 ( 깡통에 불을피워 뱅뱅 돌리는 것? ) 많이 했습니다..

어떻게 재미나는지 시간가는줄 모르고 놀았는 기억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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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 비맞은대나무2 13-02-22 11:41 IP : a45a3f5e2357637
옻은 쳐다만 봐도 옮씁니다
어릴적 숫돌에 낮을갈고 그물로 발랐던 기억이 납니다

조그만 마을이라 애들 다데리고 찰밥도 얻어먹고 깡통도 돌리고 아주 어릴때는 밑에큰 마을동내와 불싸움도 하고 그랬던 기억이 나내요

지금도 그동내에 터를잡고 이장도 하지만
어릴적 추억을 두 딸에게는 경험 시키지 못함이
아쉬울 따름 입니다

좋은글 잘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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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 대박이어 13-02-22 11:43 IP : 5fa4e22c2547883
이번주 일요일이 정월대름이군요 ^^ 참 바쁘다...^^
전 볏집놀이하다가 짚더니에 불이붙어서 홀라당 다 태워버리고 진짜 산불날뻔했었는뎅,,,
옛날기억이 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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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맞은대나무2 13-02-22 11:56 IP : a45a3f5e2357637
아ᆢ 한가지더 생각이 납니다

짚토매를 싸아놓곳에 불이 붙으니 다탈때까지
절대 안꺼지더군요

제가 불지른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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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마™ 13-02-22 11:57 IP : 2a38caa013b5ced
^^~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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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 13-02-22 12:11 IP : 15b869628fc66b4
꿀갈비님!
깡통 돌리기 (쥐불놀이) 정말 팔이 뻐근할 정도로 했었죠.ㅎㅎ

비맞은대나무2님!
애들에게 그런 추억 하나 정도는 만들어 주고 싶은데...
집안 내력이 옻에는 거의 죽음 입니다.

대박이어님!
시골에서 자란 사람치고 불한번 안 내본 사람 있겠습니까?
저도 불때문에 푸지게 맞아 본 적 있습니다.ㅎㅎ

쌍마님!
젊은 사람, 애들이 바글바글했던 그때가 그립습니다.
참 겁나게 쏘다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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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켜알바 13-02-22 12:53 IP : 2fe316fd3f7c96a
깡통 돌리다가

어느 종씨 제를 지내는 산을 일부 태워 먹고

뒤지게 맞아 본 아픔이 되살아납니다....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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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 13-02-22 13:15 IP : 15b869628fc66b4
제시켜알바님!

우리 시골에서는 마른 소나무 잎을 "깔비"라고 했습니다.

화력이 좋아 불 쏘시개로 사용을 많이 했었죠.

저는 그 놈을 홀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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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13-02-22 15:16 IP : 031fd34d3afcdc0
지불놀이,달집태우기가아니라..

집태워먹기입니다.

어릴적기억은 짚불태우고 도망가고..

콩 구워먹고..고구메 구워먹고..

새록새록 기억이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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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 13-02-22 15:28 IP : 15b869628fc66b4
ㅎㅎ 그림자님!
예전에 썰매 타시던 사진이 생각 납니다.

저는 시게토 (썰매)를 크게 만들어서 구멍난 깡통을
달았습니다.

살살 다니다 보면 고구메가 익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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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박사2 13-02-22 17:48 IP : 65e764fe432692b
불이 좀 사그라들면 달집을 뛰어넘곤 했었지요. ^^
요샌 시골도 郡전체를 통틀어도 한두군데나 제대로 된 보름을 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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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 13-02-22 18:47 IP : 15b869628fc66b4
이박사 2님.

ㅎㅎ 맞아요.맞아요.
뛰어넘곤 했습니다.

에궁..
건방진 소리지만
세월가고 나이 듦이 좀 서글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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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 13-02-22 19:55 IP : 7b9aac7dd4848b2
소풍님의 사투리가 저의고향사투리와 흡사합니다.

깔비= 갈비 ,시게토 똑같읍니다.

저도 어릴적 깡통많이 돌려봤읍니다.

저의 고향집앞이 기차길이 있읍니다.

기차길에 나무로 철길및을 받추는데 이나무가 썩을까봐

폐유를 나무에 발라 설치를 했었죠

그나무를 짜구(끌망치)로 쪼아 토막을내서 통조림통에 넣어

돌리곤 했읍니다. 화력엔 최고였죠 지금생각하면 정말 철이 없었읍니다.

그리고 깡통을 실컷돌리고 나무가 다타면 철뚝에서 아래 논으로 휙!!

불꽃놀이 .....생각하니 정말 그립읍니다.

깡통을 다돌리고 난후 큰쌀배기를 들고 집집마다 대문을 두드리면 찰밥을

한주걱씩 내어주셨읍니다.

그렇게 쌀배기가 한바가지가 되면 빈집에 모여않아 찰밥을 나눠 먹었었죠

요즘세대는 이런경험과 추억이 없기에 조금은 세상이 삭막하단 느낌이 들지만......

암튼 저도 그시절이 정말 그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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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 13-02-22 20:14 IP : 15b869628fc66b4
조하님!

"짜구" 란 말 쉽지 않은데... ㅋㅋ

철길 위에 대 못 좀 올려 보셨겠습니다.

언제 한번 다 모여서

깡통 신나게 돌리는 상상을 해 봅니다.



신고 들어 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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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 13-02-22 20:44 IP : 7b9aac7dd4848b2
가만 생각해보니 짜구는 일본말 같기도 합니다.


서랍을 빼비(일본말) 라고도 불렀었죠

일제시대의 잔해였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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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 13-02-22 20:50 IP : 15b869628fc66b4
ㅋㅋ

서랍을 저희는

"빼닫이 " 라 했습니다.


짜구 표준말은 장도리가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엇따 조하님도 어지간히 촌 분 이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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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 13-02-22 20:54 IP : 7b9aac7dd4848b2
예 저희도 빼비,빼닫이 라고 했읍니다.

소풍님 고향이 정말궁금합니다.

사투리가 똑같읍니다

저는 경북 예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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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 13-02-22 21:26 IP : 15b869628fc66b4
쉿!
국가 기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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