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기가 무섭게 창문을 열고 하늘을 살폈습니다.
잔뜩 기대를 품고 올려다 보았건만, 무엇이 마음을 상하게 했는지 오만상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하늘이 야속했습니다.
왜냐구요? 오늘이 바로 사부님께서 친히 만들어 주신 찌를 테스트하기 위한 출조 계획이 잡혀 있는 날이거든요.

찌 하나 테스트 하는데 왠 호들갑이냐구요?
ㅎㅎㅎ 그냥 보통 찌가 아니걸랑요. 180cm와 120cm, 그리고,108cm 이렇게 세개의 장찌를
이런 엄동 설한에 과연 붕어들이 올려주느냐 호기심과 기대가 이만저만이 아니거든요.ㅎㅎ

180cm의 찌는 봉돌 무게가 8매(80푼)--- 보통 릴추 8매짜리(엄지 한마디만큼 큼)
120cm의 찌는 봉돌 무게가 2매(20푼)
108cm의 찌는 봉돌 무게가 1.8매(18푼)

이렇게 무거운 찌를 이 추운 저수온 시기에 과연 찌가 솟아줄찌....

평소 단골인 모 낚시점에서 지렁이를 한통 구입하여, 고개를 갸웃하시는 사장님을 뒤로하고, 고령 보물섬 낚시터로 차를 몰았습니다.

테스트 장소를 보물섬으로 정한 이유는 잘 아시겠지만 수심이 3--3.5m까지 나오기에 180cm찌를 테스트 하기에 적당하겠다는 생각에서 입니다. 찌고무에서 봉돌까지 최소 1m 정도는 되어야 제대로 테스트를 할것 같기 때문입니다. 사실 사부님을 모시고 가는 저 맘에도 반신반의 했습니다.

현장에 도착하니 8-9명의 조사님들이 즐낚을 하고 계셨고, 우리는 이내 자리를 정하고 대를 폈습니다.
40대에 180cm 찌를 장착하고,36대에는 120cm의 찌를 장착했습니다.

그 모습을 본 모든 조사님들의 눈은 보름달마냥 동그랗게 되었고, 휘~~익하고 휘둘러 푸~~웅~~덩하고 떨어지는 봉돌 소리에 깜짝 놀라며 우리들을 마치 외계인 보듯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자신들의 찌는 바라보지 않고 모두들 우리의 찌만 응시를 하고 있었습니다.
몇번의 캐스팅후 이윽고 찌에 반응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꼬물꼬물, 슬슬 스~으~윽, 반마디 쏙쏙, 그러다가 조용~~~~~~
찌를 응시하던 조사님들의 눈엔
"역시 무리야, 더구나 이런 시기에"하는 빛이 역력했구요.

잠시후 다시금 찌에 반응이 오는가 싶더니 서서히 오르기 시작 합니다. 180cm의 찌가 말입니다.
한마디, 두마디(마디의 간격은 6cm) 점점 오르더니 한뼘가까이 올랐습니다.
챔질은 하지 않았습니다. 왜냐구요?
오늘의 목표는 찌 테스트에 있기에 어디까지 오르는지, 그리고 오른후의 찌의 반응도 살펴야 하거든요.
일직선으로 똑바로 오르는지, 조금 오르다가 옆으로 자빠지지는 않는지, 찌오름이 경망스럽진 않는지...

40cm정도 오르던 찌는 옆으로 살짝 가더니 서서히 잠수를 합니다.
저를 비롯한 조사님들이 " 야~~~" 하고 감탄을 하였습니다.
제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은, 90도의 각을 유지한 채 하늘을 향해 똑바로 서서 올라오는 그 장엄한 찌 오름이 지금 이 순간에도 눈에 아른거립니다.

120cm의 찌도 30 - 40cm까지는 웅장하게 솟아 주었습니다.
비록 우리가 정한 챔질 목까지는 오르지 못했지만, 본격적인 시즌에 들어, 활성도가 회복 된다면 분명 찌톱 끝까지 솟아줄것이라 확신을 가집니다.

3m이상에서 올라오는 붕어이기에 그 손맛 또한 환상적이었구요.
마치 자연지처럼 황금빛 깨끗한 붕어의 모습에 또 한 번 감격을 하였습니다.
붕어의 모습이 너무 이뻐서 규칙을 어기고 잠시 들고 사진을 남겼습니다.(야단치지 마세요^^)

날씨가 화창한 날에 더 조황이 좋다는 사장님 말씀에 해가 쟁쨍한 날 다시 한 번 오겠다는 인사를 남기고
열댓번의 중후한 찌오름과 당찬 손맛을 보고 가벼운 마음으로 대를 접었습니다.

5년 말리신 오동나무를 손으로 다듬고, 갈아서 계란 만큼이나 크고 이쁜 몸통을 만들고,
늘씬한 찌다리에, 알록달록 이쁜 찌톱으로 단장한 너무나 멋지고 좋은 찌를 만들어 주신 사부님께
다시한번 더 감사를 드립니다.
이 찌들은 가보로 정해 아이들에게 물려줄 작정입니다.ㅎㅎㅎ^^

잔뜩 찌푸린 하늘에 어두운 기분으로 출조를 했지만 돌아오는 길, 그리고 조행기를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마음가득 밀려오는 행복함은 쉬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 봄이 오고 자연지가 저를 부른다면
찌를 물려 받을 아이들을 데리고 대자연속에서,
단 한번이라 해도 이 찌를 통해 붕어들이 전해주는 기쁨과,
제자를 향하신 사부님의 그 사랑을 다시금 코끝 찡하게 느껴 보고 싶습니다.

허접한 조행기 끝까지 읽어 주심에 감사드리구요
항상 건강하시고, 올 한 해 어복 충만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꾸~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