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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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이 지난 받침틀.....

IP : f005234bab57511 날짜 : 조회 : 3012 본문+댓글추천 : 7

20년이 지난 받침틀 (커뮤니티 - 추억의조행기)
20년 된 심프리 10단 받침틀을 8+2단 형태로 개조하여 8단으로 설치해 보았습니다.
 
 
아우와 나는 2000년 12월 25일 강화도 첫 얼음낚시에서 만났습니다.
아우는 토목사업을 하였는데 성격이 활달하고 붙임성이 좋아 금새 친해졌고
처가가 있는 남도까지 여러번 동행출조하였고 강화도, 석모도 일대를 누바고 다녔습니다.
 
아우는 나보다 세 살 적은데, 제 친형이 나와 동갑이라며 무척 잘 따랐습니따랐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함께 남도로 출조했는데
나는 제방 석축에 당시 유행하던 동진 OK 받침틀을 펴느라 마대에 흙을 담아 낑낑거리고 있는 사이에
아우는 진작에 받침틀 설치를 끝내고 벌써 대편성을 시작하였습니다.
놀랄 정도로 신속하게 대편성과 철수를 하였는데 비결은 바로 동명 '심프리 받침틀'이었습니다.
당시로서는 정말 획기적인 제품이라서 신기할 뿐이었습니다.
 
부러움에 받침틀에 대해 몇 가지 물어보자 녀석은
"형, 이것 몇 번 안 쓴 것인데 어차피 받침틀 바꾸려 했으니 형이 써"하고 흔쾌히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의도는 아니었기에 몇 번 사양했지만 아우는 기어이 내게 안겨 주고 다른 받침틀을 사더군요.
 
그렇게 1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 또 남도로 동출하게 되었는데
평소 활달하고 장난끼도 심한 녀석는 그때는 말도 별로 없고
낚시에도 그다지 열성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가?'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였는데.....
 
며칠 뒤 비보가 날아들었습니다.
제수씨가 암으로 먼저 세상을 떠나고 힘들어 하던 차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였던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의 세력의 하수인 여성의 꼬드김에 빠져 
전 재산을 날리고 상실감에 그만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만 것입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동안 인연이 있던 사람들과 차례차례 마지막 동행출조를 하고 있었던 것인데
함께 출조했던 그 누구도 그게 마지막 이별여행이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던 것입니다.
 
어린 딸 하나를 두고 아내 곁으로 떠난 아우가 야속하기만하였고
함께 출조했던 저수지나 수로에 갈 때마다 새록새록 아우 생각이 났고
마지막 출조에 앞선 전화통화에서 
"형하고도 낚시를 한번 가기는 가야겠는데....."라고 하던 말의 의미를 깨닫게 되자
아우의 힘든 사정도 모르고 마냥 즐거워 들떠있던 내가 한심해졌고
그 충격은 꽤 오랜 시간 나를 힘들게 하였습니다.
 
말로 다 옮길 수는 없지만 14년동안 내 아내와 아이들과도 아주 격 없이 지내던 사이라
지금도 어디선가에서 불쑥 "형! 낚시가자!"하고 나타날 것 같습니다.
 
그동안 각종 낚시장비를 여러 번 바꾸었지만
아우가 준 심프리 받침틀만은 몇 번의 개조를 거쳐 지금도 현역으로 사용중이고
낚시를 그만두기 전까지는 이 받침틀로 아우를 추억하겠다고 다짐하며 애지중지 하고 있습니다.
 
심프리 받침틀, 20년이 지났지만 아주 가볍고 짬낚용으로 제격입니다.
가지고 있는 3개 받침틀 가운데 가장 저가이지만 활용 빈도는 제일 높은 것 같습니다.
오늘도 조금 손을 보았는데
앞으로도 오래도록 내 곁에서 떠나버린 아우를 기리는 징표가 될 같습니다.
 

허리급 붕어를 걸어 올릴 때는 마음속으로

"아우야! 보고있니?"라고 묻습니다.

아마 그녀석도

"형! 4짜에서 좀 빠지잖아~"하며 장난스럽게 맏장구를 치고있겠죠.....

 
 

 


1등! IP : a7d3309631fcb7c
아 그런 깊은 사연이 있었네요!!
그때 그 마음 참 힘드셨을텐데...
저는 그런 추억까지는 아니고
같이 출조하시던 선배님께서
사용하시던 어디든받침을
지금도 사용하고 있긴합니다.
그 선배님도 갑자기 아프셔서
조혈모세포 이식 수술하시고
몇번 찾아뵌 이후로 제가 폰번호가
없어져 소식을 모르고 있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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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 IP : d26e43a2e457d48
참 좋은 아우를 저세상으로 먼저 보내고 상심이 크셨겠어요
아우도 좋은 곳에서 형을 보고 있을겁니다 힙내셔요
추천 0

IP : e9a89557dfb8a37
멋진 지인이자 훌륭한 벗을 멀리 떠나보내고 울적한 마음을 달래어봅니다
의미깊은 받침틀을 기억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네요
추천 0

IP : 4aee77519b4d7f5
정말 안타까운 추억이시네요...
세상 참...
선하고 좋은분들이
빨리 명을 달리하시는 일들을 제법 많이 봅니다.
그 아우분의 명복을 빌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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