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한 낮시간. 가까운 동네 유료터를 찾았다.
하류쪽에는 한사람도 안보였고 상류쪽으로 가니 배수를 한 탓에 바닥이 군데군데 보였다
낚시는 틀렸구나 하고 차를 돌리려는데 저만치서 파라솔이 보였다
‘이상하다 수심이 거의 안 나올텐데... 어떻게 낚시를 하지...?’싶어서 가까이 가보니
여든은 족히 되어보이는 노인 한분이 낚시를 하고 계셨다.
흰 고무신에 파이프에 우산을 철사로 감아 고정시키고 햇빛을 피해 낚싯대 두대를 펴고 계셨다.
"어르신 많이 잡으셨어요?"
"아니, 금방왔어 "
혹시나 찌 올림이 있을까 하고 옆에서 구경을 했다.
할아버지는 미끼로 글루텐을 콩알만하게 달아서 쓰고 계셨다
낚시에 집중해서 말없이 앉아 계시던 할아버지께서 내게
혹시 떡밥 있냐고 물으셨다. 매번 꽝 치는 허접한 낚시꾼이지만 기본적인 떡밥은
준비해놓고 있었기에 뭐가 필요하신지 여쭤보니 아 글쎄 나이많은 노인께서
아쿠아텍이 있냐고 물으시는게 아닌가? 속으로 ‘이 할아버지 보기하고 다르게 낚시좀 하시는가보구나...’
하고는 "예 있습니다 드릴까요?" "응 조금만 줘봐"
곧장 트렁크를 열고 아쿠아텍을 가져다 직접 반죽해서 드렸다 워낙 연세가 있어 보여서
물가에 허리를 굽히시기 조차 힘들어 보였다.
"할아버지 그런데 여기는 아쿠아텍 쓰니 피래미가 엄청 덤벼들덴데요"
"응. 붕어는 물 빠져서 안 잡힐거 같고 피래미나 몇마리 잡아다가 고추장넣고 쪼려 먹을라그래"
"고마워" 할아버지는 짧게 답례를 하시고는 이내 열낚모드로 전환하셨다.
그렇게 또 20여분이 지나고 할아버께서 입을 여셨다
"난 요 뒤에 살아. 집이 바로 저기야 작년엔 자주 나와서 붕어 큰 놈으로 꾀 많이 잡았는데
지난 초가을부터 몸이 갑자기 아파서 문 밖에도 못 나오다가 오늘 처음 나왔어."
‘가만있자. 피래미? 피래미면 내가 전문(?)인데’싶어 아쿠아텍에 참붕어좀 섞어서 2.5칸대를 챙겨들고
할아버지 옆에 앉았다. 이 곳 저수지에 두번 와 봤는데 붕어는 세 마리 정도 잡고 피라미만 몇십마리 잡은 적이 있다.
그래서 피라미 전문꾼으로서 몇 마리 잡아서
할아버지께 드릴 생각으로 낚싯대를 한 대만 폈는데 웬일? 찌 스토퍼를 봉돌위 10Cm까지 내려도 찌가 다
안잠기고 찌톱 4마디 정도가 올라올 만큼 수심이 안나왔다. 어찌됐건 피라미는 내가 전문이니 일단 던져보았다.
그렇게 삼사십분정도 낚시를 했는데 난 한 마리도 못 잡고 할아버지께서는 피라미 두 마리를 잡으셨다.
다행히 피라미 잡아서 할아버지 드릴께요라는 말은 속으로만 한 상태여서 난 조용히 낚싯대를 접으며 물이 빠져서
낚시가 안되네 하며 혼잣말로 중얼거리고는 트렁크에 낚싯대를 정리했다. 할아버지께 많이 잡으시라는 인사를
하려는 찰나 할아버지께서 챔질을 하시다가 낚싯줄이 나무에 걸려 엉켜버렸다. 몇 번 당겨 보시더니 이윽고
나를 불렀다. “일루와서 이것좀 빼줘봐” 그다지 높은 나무는 아니였지만 2m정도 되는 나무에 거의 꼭대기에
낚싯줄이 엉켜 있어서 줄을 풀기가 쉽지 않았다 한손엔 낚싯대를 잡고 다른 손으로 나무에 걸린 찌를 잡고
일단 찌부터 빼놓고는 낚싯줄을 당겼는데 목줄이 툭 끊어져 버렸다.
“할아버지 줄이 끊어져 버렸네요” “찌도 걸렸어?” “아뇨 찌는 뺐습니다. 바늘하고 봉돌만 끊어졌네요”
“그럼 됐어. 낚싯대 하나만 하지뭐” 하시는데 안되겠다 싶어 가지고 있던 채비로 다시 만들어 드리고
찌맞춤도 다시 해서 드렸다. 미끼를 달려고 바늘을 만지시던 할아버지께서 바늘이 마음에 든다며 좋아하신다.
그렇게 다시 낚시를 시작하신 할아버지를 잠깐 뒤에서 지켜보다 많이 잡아가시라는 인사를 드리고
돌아섰다. 남자는 문지방 넘을 힘만 있어도 바람을 핀다고 하는데 낚시꾼에게는 다른가보다. 챔질할 힘만 있어도 낚시를 한다???
몇일 전 아버지의 열 번째 기일이였다. 살아계셨다면 오늘 같이 볕 좋은날 물가에 앉아 같이
낚시도 하고 했을텐데... 요즘 낚시를 갈땐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녀석을 꼭 데리고 간다. 아직 어려서 낚싯대 던지기도
힘들어 하고 찌에 집중도 못하지만 낚시터에 따라가는 것을 싫어하지 않아서 데리고 다닌다. 그렇게라도 아들과 함께할 시간을 만들어보면서
대화도 나누고 또 언젠가 내가 저 노인처럼 나이가 들어서도 지금처럼 낚시를 좋아해서 물가에 앉아 있을때 외로이 혼자가
아니라 아들이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내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함께 낚시를 하는 상상을하듯이...
어쨌든 할아버지 오늘 잡은 피라미 맛있게 졸여 드시고 건강하세요 올 가을에도 뵙고
내년 봄에도 또 뵜으면 합니다. 그땐 언제든지 말씀하시면 떡밥 개어드리고 한해동안 쓰신 낚싯줄 다시 갈아드릴께요
바늘 멋진놈으로요~~~^^
기분좋읍니다 ^^
미몽님 좋은글 잘읽고 갑니다
늘 안출하시고 498하세요
저는 신평 삽니다
당진분이 쓰신글이라 더 훈훈해지네요 ^^
내용도 좋네요.
뭔가 뇌리에서 스처지나가는것이 있네요.
오늘은 보고싶은 부모님께 전화한번 꼭 드리고........
15일주기로 보는 아들놈들에게 전화도 해야 겠네요.
감동과 위트 있는글 잘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잘 읽고갑니다.
멋진 글 봅니다.
미몽님의 아름다운 마음에 박수드립니다.
점점 멀어저만가는 효. 그리고 자식을 보게 합니다.
미몽님의 건출을 기원 합니다.
그런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고 계시니 반드시 좋은일로 보답이 올것 입니다.
가슴 따뜻한 글 잘읽고갑니다...^^ 언제 한번 물가에서 뵙죠...^^*
우리 마음도 따뜻해짐니다
사실 글이 아니라서 현실이라서.. 더 좋습니다~~~
하지만...
정말.. 하지만.. 제생각에는...
"남자는 숫가락 들 힘만 있어도...(이하생략) "
입니다~~ ㅋㅋㅋ
고가 장비에 복잡한 채비를 쫓아가는 우리내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군요...
훈훈한 얘기에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나는군요...그곳에서 잘 계시는지...
언능 아버님께 전화한통 넣으렴니다.
사람에겐 있기 때문입니다
굳이 좋인 일이라 생각지 않고 행하셨더라도
그 노인보단 미몽님께서 더 훈훈 하셨을 겁니다
마음도 슬퍼지는것같으면서도 아름다운감동도받았네여...
월척 접속해서 미몽님 글
마음으로
읽고 갑니다.
좋은글 잘 읽고갑니다..
^^
우리가 배우고 살아온 미덕입니다.
고맙습니다.
훈훈한 이야기에 뭉클해 집니다.
대호지면에서 군생활하던 추억이 떠오름니다
그리고 대낚시에 수로에서 망둥어 잡던 기억도...
좋은글 잘읽고 갑니다
할아버지에 건강을 빌어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하네요 감사합니다
살짝 미소지어봅니다!!
찬사를 보냅니다
어르신 건강히 오래오래 물가에서 손맛보시길 기원드립니다
미몽님 아버님 생각도 많이 나신듯
참 착하신분이네요
어르신이 얼마나 기뻤겠읍니까?
말동무도 해주시고 ..
월척에서 흐뭇합니다
조금만 시간내면 하루죙일 기분이 좋아지죠^^
훈훈한 얘기에 오늘하루가 기분좋아 질것 같네요!
건강하세요
노인분이 낚시 하고 있으면 음료수라도 그냥 챙겨드리고 싶은 마음이 드는건
다같은 마음 아닐까 생각됩니다.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