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해보고싶은 3.1운동의 의미

◆ 성찰해보고싶은 3.1운동의 의미 3.1운동은 ‘민주공화국’의 서막이었다. 3.1절이 지났다. 3.1운동이 대한제국을 병탄한 일본 제국주의에 맞선 거국적 봉기이고, 임시정부 수립을 비롯하여 이후 독립운동의 초석이 되었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 그런데 3.1만세운동이 갖는 또 다른 의미는 헌정사적 의미이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로 시작한다. 헌법 개정 때마다 헌법 전문의 문구는 바뀌었으나, 3.1운동 이 우리 헌법 전문에 빠진 적인 단 한 차례도 없었다. 3.1운동은 독립된 국가뿐 아니라,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고, 국왕이 다스리는 군주국이 아닌 나라 안에 있는 다양한 세력과 세력이 함께 다스리는 공화국을 지향한 운동이었고, 4월 수립된 임시정부는 3.1운동이 지향한 이런 ‘민주공화국’을 정체(政體)로 확인하였다는 것이다. 3.1운동은 우리나라의 정치체제를 5백년간 이어온 군주국에서 ‘민주공화국’으로 근원적으로 바꾼 결정적인 계기였다. 3.1운동으로 우리나라는 국가의 주권이 ‘국왕’이 아닌 ‘국민’으로 바뀌었으며, ‘국왕’이 다스리는 군주국에서 ‘주권을 가진 국민’이 스스로 통치하는 공화국으로 바뀐 것이다. 이는 프랑스 대혁명에 준하는 운동임을 기억해야한다. 되돌아보면 참 신기하지 않는가? 1919년 1월 21일 고종이 죽고, 고종의 장례식은 3월 1일에서 7일까지로 결정되었다. 독살설이 퍼진 가운데, 일제에 대한 민중의 분노가 폭발하는 시점이었다. 그런데 기미독립선언문을 읽어보면 고종이나 임금에 대한 말은 단 한 줄도 씌여있지 않다. 독립선언문의 주어는 ‘우리 민족’, ‘민중’이었다. 3.1운동은 왕을 죽인 일제의 만행에 대한 규탄만이 아니었다. 우리(민중, 혹은 민족)이 나라를 되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3.1운동 직전인 (고종의 승하 직후인) 1919년 2월 1일 만주 지린에서 만주와 연해주 및 중국, 미국 등 해외에서 활동 중인 독립운동가들 39명의 명의로 작성된 무오독립선언서(戊午獨立宣言書)은 “우리 대한은 완전한 자주독립과 신성한 평등복리로 우리 자손 여민(黎民: 백성)에 대대로 전하게 하기 위하여, 여기 이민족 전제의 학대와 억압을 해탈하고 대한 민주의 자립을 선포하노라”로 시작하여, 본문에 “보라! 인민의 마적이었던 전제와 강권은 잔재가 이미 다하였고, 인류에 부여된 평등과 평화는 명명백백하여, 공의(公義)의 심판과 자유의 보편성은 실로 광겁(曠劫)의 액(厄)을 크게 씻어내고자 하는 천의(天意)의 실현함이요, 약국잔족(弱國殘族)을 구제하는 대지의 복음이라”라고 주장하며 전제국가에서 자주적인 민중의 나라, 평등과 복지의 나라를 지향하고 있다. 이 선언을 주창한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이미 공화주의를 표방하고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1917년 이상설, 신규식, 박은식 외 다수의 독립운동가들이 제작, 발표한 「대동단결선언」에는 일제로부터의 독립과 더불어 국민주권론을 제기하였고, 정부 수립 의지를 천명하였다. 선언문은 “우리 한국(韓國)은 한인(韓人)의 한(韓)이요, 비한인(非韓人)의 한(韓)이 아니다. 한인 간의 주권수수(主權授受)는 역사상의 불문법이요, 비한인에게 주권양여(主權讓與)는 근본적으로 무효이다. 경술년 융희 황제의 주권 포기는 우리 국민에 대한 묵시적 선위(禪位)이다.”라고 선언하며 국민주권론을 주창하였다. 다시 말해, 국권은 한국인 모두에게 있는 것인데 순종이 일본에게 국권을 넘겼으니, 이제 국권은 국왕에서 국민에게 넘어간 것이고, 이제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 되었다는 선언이다. 3.1운동이 민주공화국의 기초를 놓은 사건인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우리 선조들은 조선의 폐망을 나라와 민족 전체가 망했다고 여기지 않고, 군주국이 망하였고, 새롭게 세워질 나라는 국민이 주인되는 민주공화국이어야 한다는 것을 이미 깨닫고 있었던 것이다. 1919년 4월 대한민국 임시정부 헌장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한다'는 이런 선조들의 깨달음과 3.1운동 정신을 확인한 것이다. 참으로 대단한 선조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