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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보고싶은 ....사랑하는..

IP : bfb85eb2f428de4 날짜 : 조회 : 3318 본문+댓글추천 : 0

어릴 때부터 우리집에는 화분이 정말 많았다. 형형색색의 난 화분들로 베란다며 거실이며, 어디든 난 화분 하나 들어 갈 장소면 어김없이 난 화분이 자리를 차지 하고 있었다. 개화기가 되면 아파트 입구에서도 우리집 광경이 그려졌다. 유독 난 꽃내음을 잘 맡았던 아버지와 나만의 특권<?> 이였던 것이였다. 매콤하지만...달달한... 진하면서도 싫지 않은 그런 향기.... 군에서 전역하기 얼마 전 집에서 연락이 왔다. 전라도 정읍으로 이사를 가신단다. 귀농을 결심하신 것 이다. 농협에서 30 년 넘게 근무 해 오신 아버지였지만 난을 좋아하시는 모습을 어릴 적 부터 봐 왔기에. 충분히 예상 했던 일이다. 차라리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좋아하시는 일을 퇴직 후 하신다는 아버지의 목소리에 소풍전 아이들의 들뜸이 뭍어 났다... 아파트에만 오래 살았던 나는 아버지가 직접 만드신 "난실" 이란것을 보게되었다.... 퇴직후 아버지께서는 1년에 걸쳐서 전국을 돌면서 난이 잘 자랄 수 있는 곳을 조사 하셨다. 산넘고 들건너 전국을 직접 돌아다니시면 결정하신 지금의 "우리집"....... 손수 난 화원을 만드시고 집을 지으시느라 고생도 많으셨을테지만... 아버지의 자부심은 대단하셨다. 아버지의 귀농 소식이 친척들에게 퍼지면서 멀리 사시면서 자주 못 보던 친척들도 오시고 한동안 집안에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우리집이 친척들이 자주 모이는 일종의 아지트<?>가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난실도 제법 모습을 갖춰갔다. 나무로된 난 밭침도... 금속으로 된 난 밭침도.... 아버지는 직접 나무를 자르시고 쇠를 용접하셨다. 아버지를 도우면서 느낀 것 이지만 아버지의 열정은 대단하셨다. 난의 성장에 방해가 될까 단 1mm의 오차도 허용치 않으셨고... 오랜 세월 몸 담으셨던 은행원 답게 꼼꼼하게..., 어떨때는 밤 세워 작업을 이어 나가셨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나도 멀리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부모님이 계신 정읍집은 단지 연휴에 놀러 가는 곳. 쉬어가는 곳이 되어 버렸다. 난에 대해 잘 모르기에 난실에 잘 들어가진 않았다..... 다소 서운하신 아버지의 모습을 봤지만 내 눈에는 난 들이 똑같아 보였고 개화기때 향기가 좋은,,, 너무 익숙한 생물이였기에 난 실에 출입이 적었다. 아버지가 난화원을 본격적으로 시작 하시고 몇년이 지나자 집에서 반가운 소식이 연이어 들렸다. 아버지가 각종 난 대회에 나가셔서 상을 휩쓸고 다니셨던 것 이였다... 모 유명 잡지에도 단독기사가 실릴정도가 되시면서 아버지의 밝게 웃으시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고,, 아버지의 난에 대한 사랑은 점점 커져갔다. 몇 해전 추석.... 평소처럼 자정이 지나가 아버지가 TV 앞에서 꾸벅 꾸벅 졸고 계신다... 들어가 주무세요..라는 말에 잠시 앉아 계시다가 평소처럼 다시 난실로 가신다.... 아버지는 식사 시간 외에 거의 난 실에 계셨고 난 화분 하나 하나를 관찰하시면서 사랑을 듬뿍 주시고 계셨다. 항상 봐 왔던,,, 새벽에 항상 다시 난실로 가시던 아버지... 그렇게 추석을 보내면서 정말 오랫만에 아버지와의 난에 대한 대화를 많이 나눴다. 난 실에 자주 출입하지 않는 모습에 서운해 하시는 모습에 아버지가 난 실에 계실때 함께 들어가서 이것 저것 난에 대해 여쭈어 보고 사회 생활을 하면서 힘든일을 아버지께 상담을 받으며 기분좋은 한 때를 보냈다. 추석 날 아침. 개량 한복을 입으신 아버지께서 차례상 과일을 다듬으시다 손을 다치셨다. 태어나서 처음 본 모습에 다소 놀랬지만 아버지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바꾸셨다. 아버지의 베인 손 가락을 약 발라드리고 밴드를 붙여드리자 아버지가 녀석! 다컷구나 하시는 말씀에 머슥해 졌다. 아버지, 저도 30대 에요 ^^ 진작에 다 컷죠~ 얼른 며느리 될 사람 봤으면 좋겠다 녀석아~ 라고 농담하시면서 차례상 위에 음식을 놓으시는데 헉! 과일을 거꾸로 놓으셨다. 아버지 .. 저... 사과가 거꾸로... 장난이야 , 녀석아 하하하~ 추석아침에 손가락을 정성스레 약 발라 준 아들이 맘에 드셨는지. 아니면 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아버지의 난에 대한 지식을 전달 할 아들이 좋으셨는지 마루에서 낮잠을 주무시려 누우시고는 한쪽팔을 벌려 일루와서 너도 누워봐라... 하신다. 아주 어릴 적 이후 그런적이 없어서 너무 어색해서 싫어요... 라고 말해 버렸지만 아버지는 따뜻한 눈빛으로 잠시 날 바라 봐 주셨다. 추석 마지막날 아버지는 돌아가는 큰 아들의 모습에 환한 웃음으로 배웅 해 주셨고, 여자친구 생기면 꼭 함께 놀러 오라고 하셧다. 몇일뒤. 집에서 아침에 전화가 왔다. 아버지 친구라고 본인 소개를 하시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아버지가 많이 위독하시다고...... 믿기 싫었고. 꿈인 줄 알았다. 불과 이틀전까지 멀정하셨는데.... 에이... 설마...하면서도 천안에서 정읍까지 가는 길 내내 너무 마음이 무겁웠지만... 정읍에 거의 다 왔을 때 어머니의 전화. 병원이 아닌 장례식장으로 오라는 어머니의 말에 나의 머릿속은 하얘졌다.... 동내 어르신 드시라고 새벽에 밤을 주우러 나가셨다가 운전하고 나가신 차 뒷바퀴에 기대어 누우신 채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장례식장 오신 조문객들이 어쩌다.. 하시는 물음에 수 백번을 대답 하면서. 옆에 계신 어머니와 동생 때문에 이를 악 물고 울음을 참았다. 화분갈이 하 실때면 항상 핀샛을 사용하셨다.... 화분 하나에 몇백...몇천개의 조그마한 난석을 하나 하나 핀셋으로 옮기셨다...... 난도 생물이라시면서 항상 좋은 음악을 틀어주셨다..... 난을 키우면서 항상 새벽엔 군시절 초병처럼 난실에 들르셨다.... 혹여나 나쁜 균이 침입 할까, 난실에 들어 갈 때는 발을 털고 들어갔었다.. 나는 난을 키우는 사람들이 다 그런줄 알았다.... 10년 넘게 그렇게 난과 함께 하셨던 아버지는 추석을 보내시고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다.... 아버지가 해놓으신 일. 이어 받으라는 주변인의 권유에 겁이 났다. 나는. 절대로 아버지처럼 난에게 사랑을 줄 자신이 없었다. 화분 하나 하나를 친 자식처럼 생각하시어... 그렇게 애지 중지 하시던 난들을 나는 밎을 처분한다는 핑계로 다 처분 해 버렸다..... 어머니도 많이 아쉬워 하셨지만. 난초를 바라 볼 자신 조차 없었다...... 몇년이 흘렀지만 아버지의 빈 자리는 여전히 크다. 어린이날~어버이날 연휴가 생겨 시골집에 향했다. 항상 네 식구가 먹던 밥상에는 이젠 숫가락이 세개다..... 꽃내음 가득했던 난실은 이젠 텅 빈.....공터가 되었다.... 인터넷을로 이런 저런 구경을 하다가 문득. 정말 우연히....... 반가운 얼굴을 봤다, 아버지께서 그렇게 애지 중지 하신던 녀석. 아버지의 호를 딴 "미호" 였다.... 사진을 따라오다보니,,, 네이버의 식물관련 카페였다,,,, 우리집에서 분양 받으신 미호를 키우시는 분이 사진을 올리신 것이다 반가운 마음에 덜컥 가입하고 미호의 사진을 찬찬히 들여다 본다. 첫 사랑을 만난듯 반갑지만.. 미호의 향이 나는듯 코끝이 시리다. 미호의 향일까...아니면 아비지에 대한 그리움일까...... 추석 때 아버지 옆에서 팔베게로 누웠으면..... 좀더 살갑게 한 마디라도 사랑한다고 말 했다면..... 몇일 전 추석. 얼마 후 결혼을 약속한 와이프를 집에 데리고 갔다. 아버지 영정 사진 앞에서 같이 절을 드리면서 그 동안 참았던 눈물이 쏟아졌다. 조금만 일찍 데려왔으면 더 좋았을 후회와 슬픔 앞에 환하게 웃고 계신 아버지의 영정 사진 앞에서 쏟아지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지만 아버지의 미소는 잘 했구나, 아들,,,, 하시는 것 같았다.

1등! IP : bfb85eb2f428de4
혹여 주변 어르신 께서 갑자기 어지럽다고 하시거나, 평소 안 하시건 실수를 하신 다면 꼭 병원에 가셔야 합니다.
전 이 사실을 몰라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했습니다.
활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아버지들께 전화 한번씩 드리세요.
많이 기다리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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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 IP : 59a77250cd1e1e8
저두 아버님이 20년전

구정전날 저녁 차례를 지내시고

거실 쇼파에서 물을 드시다 돌아가셨는데

정말 믿기지 않았었네요

그리고 지금도 아버님이

3천원 용돈 몰래주시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시간이 20년이 흘렀네요~~

많이 보고프고 생각나고 하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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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8834411ad323ffe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박동환님의 자제분이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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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67bf93e969ac737
모르겠습니다.
아직 건강하시다 생각합니다만

지금 제가 할수 있는건
부모님 자주 모시고 여행 다니려 하는것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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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8135070104c1dab
제 가슴이 아려오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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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fbc75c0b4b35f24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가슴한편이 아려오네요
글을 읽으면서 설마설마 했는데...
좋은곳에서 생전에 함께한 난 들과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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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8e32c2d95d9fe3e
코끝이 찡해서 한글짜 또박 또박 읽어 내려 갔습니다

자식으로서 마음속 공허를 느끼는것 인지상정이라

지금보다 어머님을 더 극진히 살피시면 아버님도 좋아 하실겁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자식된 도리에 가슴이 아려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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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a20af31482e521b
빈자리가 자꾸 커져가는걸
세월이 갈수록 자꾸자꾸 느끼게됩니다ㆍ
모친께 정성드리시고 내리사랑하시길~~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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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78d73d715ace889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검색을 해 보았습니다.
한국 춘란 황화 '미호 '
문외한인 제가 봐도 경외감이 느껴집니다.

아버지와의 추억 고이 간직 하시고
그 내리사랑을 이 다음 태어 날 애기에게 듬뿍 물려 주시기 바랍니다.

결혼도 축하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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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019611f511e66c9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버님은 하늘나라에서
천국의 난을 잘 가꾸고 계실겁니다.
감동적인 글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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