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찾아와
호숫가 나의 집으로
물이랑 골짜기마다
은빛 고기떼 노닐고
산그늘 내리면
수면 가득 떨기 별꽃
피어나는 그 곳으로
그대 놀러와
수박향기 떠도는 물가로
먼 산 접동이 울고
반닷불이 날때면
흘러가는 별빛
그대 웃음 그리워
마음은 젖어드는데
그대 들어와
세월의 다리 건너서
우리의 사랑이 저물어
먼동이 트는 곳
흐린 창(窓)을 닦으며
밤 새워 기다리는
나의 마음 속으로.
ㅡ ㅡ ㅡ ㅡ ㅡ ㅡ ㅡ ㅡ ㅡ ㅡ ㅡ
늦잠을 자고 일어나 보니 아내가 출근하기 전에 싸둔 도시락이 쪽지와 함께 식탁위에 놓여있었습니다
"가고팠던 그곳에 잘 다녀와.일상의 고민은 잠시 접어두고 맑은 바람쐬며 편히 놀다와.혹여 붕어들 만나면 내 안부 전하는 거 잊지말고^^.ㅡ마 눌 ㅡ"
모처럼 평일에 주어진 꿀같이 달콤한 자유의시간.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낚시대의 먼지를 닦아내고 애마를 재촉해 충북 음성의 <원남지>를 찾았습니다.
풍진세상 살아오면서 힘겨울 때 마다 깃들던 어머니의 품속처럼 편안한 나의 쉼터.
해마다 봄의 산란기,가을의 추수기에 찾아듭니다.
먹고 사는 일에 매어 있다보니 늘 가고픈 그리움만 간직하고 있을 뿐 큰맘 먹지않으면 찾아오기 힘드네요.
원남지는 내가 노총각으로 어영부영 세월만 소비하며 지낼때 홀어머니 모시고 자주 찾던 곳이지요.
아들이 낚시에 빠져있으면 어머니는 호숫가 주변의 논둑과 밭자리, 산기슭에서 냉이, 달래,돌나물,민들레등 봄나물을 캐서 갓지은 냄비밥에 고추장,참기름을 넣고 비벼주셨죠.
저무는 분홍빛 봄 노을속에서 노모와 돗자리를 펴고 마주 앉아 먹던 눈물나게 향기롭던 봄나물비빔밥..
그 그리운 추억을 어찌 잊겠습니까.
이곳에만 오면 오래전에 세상 떠나신 어머니 생각에 깊은 추억속으로 빠져듭니다.
오늘은 원남지 최상류 물속의 버드나무가 군락을 이룬 포인트에 낚시대를 폈습니다.
예전에는 이곳이 <인삼밭 포인트>라는 유명한 산란기 명당자리인데 몇년전 생태공원 사업으로 인해 많이 바뀌었습니다.
더 위쪽으로 캠핑장이 들어섰고 물길을 가로질러 구름다리가 놓였네요.
그래도 다리 아래쪽으로는 예전 포인트가 보존되고 낚시가 가능한것이 그나마 다행이네요.
좌측으로 부터 3.0,3.3,3.6,2.5 네대의 낚싯대를 설치하고 의자를 세팅한 후에 나만의 <아방궁>을 지었습니다.
추위와 비바람, 밤이슬을 막아주고 밥도 먹고 잠도 자는 좁고 초라하지만 한없이 편안한 나의 집입니다.
텐트 꼭다리에 등불을 밝히고 붕어 입질이 없을 때는 소주도 한잔하고 책도 보며 이어폰 끼고 음악도 듣습니다.
대자연의 품속에 지은 온전한 내 능력의 집 한채이지요^^.
그렇게 편하고 행복할 수가 없어요.
진정 내 마음대로의 자유를 느낍니다.
이곳 원남지는 자연저수지로서 관리하는 사람이 없고 물고기 자원도 조성하지 않는 그야말로 야생 그대로의 낚시터입니다.
예전에는 유료낚시터로 관리되기도 했던 곳이었는데 몇년전부터 허가가 나지않아 자연지로 돌아왔습니다.
유료터 시절에는 "독사아줌마"라는 관리인이 있어 꽤나 유명했지요.
진상을 부리는 똥꾼들을 상대로 결코 지지않는 댓거리로 낚싯터를 관리했더랬습니다.
별명과 달리 마음은 한없이 따뜻한 분이어서 담배며 주전부리를 사러 관리소에 들리면 저녘 먹고 가라고 아줌마 모친인 할머니와 함께 손목을 잡아끌고 가을이면 산에서 주워 모은 도토리로 묵을 쒀서 한보따리씩 싸주시던 추억이 새롭습니다.
원남지는 4짜 이상의 대물이 자주 출몰하는 전국적으로 유명했던 낚시터였지만 사실 터가 너무 세서 밤 새워 낚시를 해도 입질 한번 못받는 일이 허다했지요.
오죽하면 "원망지"라고 불리었을까요^^.
하지만 이번 출조는 달랐습니다.
5월8일 오후2시 부터 5월9일 오후 2시까지 하룻 동안 15마리의 붕어를 낚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그것도 14마리가 월척 이상이고 그중에 한마리가 꿈의 고기라는"붕어4짜" 입니다.
졸음이 밀려오는 새벽4시경, 먼동이 터오는 시각에 그림 같은 찌올림을 보고 챘는데 대단한 사투였지요.
4짜의 힘은 대단한 것이어서 다이나믹하게 좌우로 내달을 땐 두손으로 낚시대를 움켜쥐고 쩔쩔맸습니다.
한참 후에 뜰채에 담겨 내품으로 온 꿈같은 4짜붕어.
올해 낚시 최대의 쾌거가 아닐까요.
4짜붕어를 포함한 모든 붕어들을 지네들이 살던 물속 고향으로 돌려 보내고 내집을 말끔히 거두어 정리하고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왔지요.
4짜와 아직 산란전인 이쁜 붕순이 두마리를 사진에 남겨 놓았습니다.
초여름으로 접어든 아름다운 계절.
월척 벗님들 모두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2018년.5월.
☆.원남지는 2019년 8월에 "물환경 보전법"에 따라 낚시가 금지되었습니다.
저수지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있었다고 하네요.
이후 많은 낚시인들이 관할 군청인 음성군에 원남지 낚금해제를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습니다.
참 많이 아쉽고 또 한편 원망스럽습니다.
빠른시일 내에 그리운 원남지가 낚시꾼들의 품으로 돌아오길 간절이 바래봅니다.
이 이야기는 원남지 낚금 1년전인 2018년 5월의 추억담입니다.








아비지와는 같어도
남다른 추억을 갖고있군요
냄비밥에 나물비빔밥
침이고이는 메뉴죠
그라고 4짜와 떼월척 만남
아름다운 추억이 부러워요
배우자님의 성심도 느껴지구요.
이쁜 사짜 얼굴도 너~무 멋지네요!!
마음속 고향이 없어진 그런
느낌이겠네요.
원남지 낚금해제 되길 저도
기대합니다.
년중 가장 설레고 조과가 좋은 붕어 산란기가 절정이네요.
풍경 아름다운곳에서 눈맛,손맛 많이 보시고 행복한 봄날 만끽하세요.
늘 안전하고 즐거운 조행길 되시길 기원합니다^^.
천연자원을 없앴지요~
추억으로만 남겨진 벼루재...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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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있자니 많은 것을 회상하게 만들어 주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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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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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