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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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랑

IP : 51d2758ce65332f 날짜 : 조회 : 753 본문+댓글추천 : 2

그대를 그리는 마음이야
말하여 무엇하리
밤하늘에 커져가는
저 상현달처럼
설레임으로 부풉니다

당신이 보고픈 마음이야
전한들 무엇하리
물 위에 흔들리는
저 별떨기같이
닿지못해 애가 탑니다

나의 옛사랑
물 위에 부초같은
그리움 몇 점 던져두고
온 밤을 그대 생각하노니
봄 밤엔 꽃잎처럼
별들도 저리 지는구나

보고픔에 지쳐
밝아올 새벽이면
그대의 향기로운 비린내를
맡아볼 수 있을까
당신의 어여쁜 지느러미를
만져볼 수 있을까

그대를 사랑하는 마음이야
헤아려 무엇하리
물 위에 던져둔
빈 낚시대 접듯이
긴 한 숨 접어
가슴 한 켠에 묻어둘 뿐입니다.

2017년. 5월.

ㅡ ㅡ ㅡ ㅡ ㅡ ㅡ ㅡ ㅡ ㅡ ㅡ ㅡ 
몇년전 황금연휴가 끝난 다음 날 나는 홀로 밤낚시를 다녀왔습니다.
긴 연휴 기간 동안에 단 하루도 쉬지못하고 밥벌이에 매달려야 하는 상대적 박탈감에 힘이 들었지요.

모든것을 하루 동안 잠시 내려놓고 강화도의 깊은 산중의 호숫가로 스며들었습니다.
어둠이 내린 산기슭의 수면 위에 네개의 찌불을 밝혀두고 밤 새워 붕어를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당시는 농번기의 배수철.
큰 기대를 하지않았지만 줄어드는 수위에 역시 입질은 없었습니다.
붕어가 입질을 안하니 나라도 입질을 해야겠지요.
자정이 넘어가는 깊은 밤에 돼지머리수육과 고추짱아치,마늘짱아치,열무김치를 차려놓고 호젓하게 앉아서 소주 한잔했습니다.
하늘에는 가끔씩 별꽃이 떨어져 내리고 반딧불이가 스쳐가고 접동새가 애절하게 우는 산속의 호숫가에서 홀로 행복했습니다.

밤새 소리만 들리던 적막한 시간.
가슴 한켠에 묻어두었던 옛사랑도 떠올리며 추억에 잠겼지요.
늘 다른 곳을 보는 듯 쓸쓸하던 눈빛,
웃을 때 콧 등에 잡히던 주름,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던 한 쪽 보조개...
어느 해 여름 나는 방학을 맞아 그 애의 고향집에 놀러간 적이 있었습니다.
해질 무렵 손을 잡고 걷던 ○○강변 길에는 어인 패랭이꽃이 그리도 많이 피어있는지...
강바람에 흔들리는 진분홍 꽃밭은 동화 속의 풍경 같았지요.
풀어놓지 못한 이야기들을 강물을 따라 흘려보내며 그 애와 나는 어둠이 내릴 때까지 강변에 앉아있었습니다.
돋아나던 별빛을 따라 주변을 떠돌던 반딧불이들.
옅은 바람결에 스쳐가던 찔레꽃의 향기.
내팔에 감겨있던 그애의 차고 하얀팔에는 파란 정맥이 강줄기처럼 내 마음 속으로 뻗어있었죠.
모두가 흘러가버린 부질없는 추억의 편린들인데 오늘밤은 많이 그리워서 애틋한 아픔이 찾아오네요.

세월은 강물처럼 덧없이 흘러가 버렸는데 진분홍 패랭이꽃을 참 좋아하던 그 아이.
서로의 아픈 뒷 모습만 기억으로 남은 그 아이.
잘 지내고있는지....

추억에 잠겨있는 동안 가끔씩 야광찌가 꿈결처럼 떠오릅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몇마리의 붕어가 찾아와주어 나를 위로해주네요.

취기와 밀려오는 졸음에 텐트에서 까무룩 잠이 들었었나 봅니다.
어느 산사에서 들려오는 종소리에 눈을 떠보니
밖이 환하게 밝아져 있네요.
이제 더워지기 전에 집에 돌아가야지죠.
낚시대를 걷어 집으로 돌아오는 마음은 먼 유년의 처마밑에서 풍경소리가 들려오는 듯 맑고 평화롭기만 했습니다.

2017년.5월에..

옛사랑 (커뮤니티 - 추억의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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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 IP : 0ee287f901295b0
글이 참 좋네요
물가에 있노라면 아련한 추억의 한 페이지가 하나하나 스쳐 지나가곤 하죠
가슴 아픈 기억도 행복했던 기억도 물가에 내려놓고 이젠 좋은 추억만 만들어 가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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