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 자유게시판

견물생심

IP : 339369fdc47531d 날짜 : 조회 : 4578 본문+댓글추천 : 0

요즘 경북 동북부 어느 지역으로 가끔 출조합니다. 지금까지 대물낚시 한답시고 매년 20~30회 출조에 월척 대여섯 수 정도 봐 왔습니다만, 금년엔 어찌된게 월척 한 수 보기 어려워 재미도 떨어지고 다대 편성하는게 힘도 들고 해서 우연한 기회에 한 번 들렀던 저수지에서 떡밥으로 살짝 전환해(거긴 떡밥이 대세인 것 같아서..) 꽤 재미있는 손맛을 보았습니다. 하루 저녁 잘하면 관고기급 조황도 보고요. 11월 6일 금요일 그간 일기가 별로 좋지 않았던 관계였던지 평일에 15 분, 주말이면 20 분 이상 저수지를 빙 둘러 포진하고 계시던 조사님들 숫자가 많이 줄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숫자가 저 포함 대충 열 명 정도.. 그 저수지를 잘 아시는 분이 아니고는 그냥 지나치기 쉬운 일급 포인트가 비어있기에 주저없이 자리 잡고 32, 36, 40대를 좌로부터 배치하고 떡밥채비에 옥수수 걸고 기다립니다. 6 시 부터 달 뜨기 전까지 한 시간에 한 번 정도 멋들어지게 올려주는 찌불이 아주 황홀하였습니다. 그러다 열 시가 넘어 조금 넉넉한 반달이 훤하게 떠오르기에 입질 받기 좀 힘들겠다고 생각하고 느긋하게 있으려는데 왠걸...그때부턴 삼십 분에 한 번 꼴로 입질이 들어옵니다. 씨알은 7~8치, 딱 좋은 크기에 꼬물꼬물 약간의 탐색 후 쭈욱 올려주는 입질... 아침 열 시가 되어 햇살이 점점 퍼지고 안개가 걷히면서 이제 입질 좀 뜸하겠지 싶었는데, 또 왠걸...여전히 입질은 들어오고 씨알은 더 좋아진 것 같았습니다. 9치 전후로만 10 분에 한 마리씩 올라옵니다. 근처에 계신 조사님들께 미안할 정도로 손맛 진하게 봤습니다. 낚시의 맛에 새로 빠져들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재미있는 낚시를 두고 내가 왜 하루 저녁 입질 한 번 보기 어려운 낚시를 해왔던가...후회가 될 정도로..^^;; 제 근거리의 또 다른 일급 포인트에서 밤새 낚시하신 어르신 부부 조사님께서 철수하시면서 다섯 마리 잡았다며 고아먹기에 조금 모자란 듯 하다고 하시기에 씨알 좋은 놈으로 다섯 마리 골라서 드리겠다고 하니 고맙다고 활짝 웃으시며 살림망 들고 허겁지겁 오시는데 허걱...32 이상은 족히 되어 보이는 실한 놈 한 마리와 8~9치 붕어 네마리가 들어있습니다. 붕어들 한테는 조금 미안했지만 그래도 어르신이 필요로 하시기에 기꺼이 드리고 조금 더 앉아 있다가 철수 준비를 하였습니다. 낚시대 접고 파라솔도 접고 쓰레기 정리하고.... 근데 지금까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고민이 생겼습니다. 제 주변에 낚시하는 지인이 별로 없는데 제가 낚시하는 걸 아는 지인들 중 몇 명이 낚시가서 붕어 잡으면 소주내리게좀 가져오라던 부탁들이 생각났습니다. 그게 남자한테 그렇게 좋다나... 평소에 붕어 얼굴 구경도 잘 못하는 처지인지라 그냥 웃으며 들어 넘기곤 했는데 이렇게 막상 잡아 놓고 보니 눈에 밟히는 얼굴들... 견물생심이란 말이 떠오릅니다. 제가 봐 오기로 그 저수지에서 낚시하시는 분 70 퍼센트 이상이 어떤 용도로 쓰는지 몰라도 잡은 붕어를 가져 가시는 것 같았습니다. 붕어 자원은 아직 무진장하게 많은 저수지입니다만, 듣기론 재작년, 작년 보다는 금년이 훨씬 조과가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이러다 보면 2~3년 내에 여기도 대구 근거리의 의성 영천 경산 청도 등에 있는 여느 저수지처럼 어자원고갈이라는 문제에 당면하게 되어 참한 낚시터 하나가 또 사라져 갈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는 연중 낚시가 행해지는 곳입니다. 얼지 않으면 물낚시를, 얼면 얼음낚시를... 찾아오시는 조사님들 숫자도 어림짐작해서 연평균 3000~5000 명 정도는 될 것 같습니다. 저 하나 잡은 붕어 방생한다고 해서 크게 정도가 나아질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집에 붕어 들고 가서 매운탕이라고 해 먹어본 게 십 년은 넘은 것 같은데 새삼스레 가져가기도 뭣하고 지인들 줘봐야 그렇게 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아 마지막으로 붕어들 얼굴이나 한 번 보고 방생하려고 든 살림망이 묵직하고 물소리가 요란하여 저 멀리 둑에서 낚시하는 분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것 같았습니다. 더 이상 망설임 없이 살림망을 살짝 뒤집어 붕어들 풀어주는데 둑에서 낚시하던 분들 중 한 분의 말소리가 들려옵니다. "남들은 여기서 고기 잡는다고 난린데 잡은 고기 다 놔주네..."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좀 애매했습니다만 말하는 뉘앙스로 봐선 '밤 새워 애써서 잡은 고기 왜 놓아주냐, 가져가기 싫으면 다른 사람 주고 가지...'였던 것 같았습니다. 마치 붕어가 우리 인간들의 공공의 적인 것 처럼 잡으면 싸그리 다 챙겨들고 가서 지져먹고 약내려 건강챙기고 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인지... 운전해서 둑 옆을 지나쳐 오는데 그 분의 눈총이 저를 따라 옵니다. 잡은 붕어 싸그리 다 필요하니 다 취해야 되겠다...라고 하신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붕어가 약이 된다는 말은 동의보감에도 나오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정 건강이 염려되신다면 운동으로 건강 챙기시든가 아니면 한의원 가면 20~30만원 정도면 좋은 보약 지어 드실 수 있습니다. 먹을게 없던 시절 애들이나 어른들 몸이 허할 때 영양보충한다면 이해가 되겠지만, 요즘처럼 먹을거리가 넘쳐나고 좋은 약들이 즐비한 시절에 꼭 그렇게 붕어가 필요하신지 참으로 씁슬한 감회가 듭니다. 낚시꾼이라면 누구나 남들보다 큰 고기 많이 잡고 싶어할 것이야 두 말 할 나위 없는 사실이고, 거기에 맞춰 요즘 시시각각으로 새로운 낚시기법들이 등장하고 실제로 좋은 조과도 거두고 있습니다만, 저 같이 어설픈 낚시꾼이 새로운 기법으로 갈 때마다 잡아들 낸다면 견물생심 할 것 같아 걱정스런 마음도 듭니다. 낚시로 행복을 낚으시되 생명을 취하는 일은 될 수 있으면 삼가는게 좋을 것 같아 두서없는 글 올립니다. 꾸~벅 091107_000_freebd0302211.jpg

1등! IP : a23e4570baf9f9f
저희 아버님도 낚시 갔다가 빈손으로 돌아 가면 머라고 하시는데요...^^

잡아서 갖고 오지도 않을거면서 머하러 낚시 하냐고...

생선을 좋아 하지도 않으면서 낚시 한다니 이상하게 보시더니

항상 빈손으로 들어가니 그럴때 마다 머라 하십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버님이 이상하다 생각된적이 한번두 없습니다..

서로 가치관에 차이라고 생각되어 집니다...
추천 0

2등! IP : 339369fdc47531d
맞습니다 공간사랑님..^^
저도 아버지 생전에 민물매운탕을 워낙 좋아하셨기에 몇 번 가져다 드리곤 했습니다.
그리고 어르신 조사님들께서 잡아 가져 가시는 것 그렇게 부정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저도 실은 붕어매운탕 좋아합니다.
어찌 보면 이런 바램 조차 좋은 낚시터 잃고 싶지 않은 제 이기심일 수도 있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제가 걱정스런 것은 너도 나도 경쟁적으로 탐욕스럽게 잡아 간다면....
그 후가 염려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하여 꼭 필요하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왠만하면~ 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추천 0

3등! IP : d54815ee906f112
안녕하십니까? 조어삼매님 내가득한 고기를 내가필요에의해 가져간들 뭐라하는 사람은 물론 없을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님께서도 아시는 지인분들때문에 고민의 시간을 가지셨고 결론은 방생을 택하셨지만
님의글에서 보는거처럼 밤새워 고생스럽게잡은 괴기를 방생하다니 에이... 이런식의 눈치도 보셨다고 하셨습니다
점점 시간이갈수록 어자원은 고갈이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자신이 득할수있는 양만큼만 득한후 나머지는 방생을 해주는것이
고갈되어가는 어자원 ( 토종붕어 ) 을 살리는길이 아닐까합니다
조어삼매님의 결단은 ( 방생 ) 참 잘하신처사라고 보여집니다
방생을택하신 님에게 박수로 인사를 대신합니다
언제나 안출하시고 즐낚하시기 바랍니다
추천 0

IP : a8c7ddfa077b841
약이 되고 안되고를 떠나서

부모님께서 붕어 매운탕이나 어탕을 좋아하셔서

잡아서 가져다 드리고 싶은데...

요즘 조과가 조과다보니 그것도 여의치 않네요 ^^;;;

5치이하는 무조건 방생.

6치이상으로다가 마리수도 적당할 때(적은 마리수 가져가면 되려 욕 들어요. 누구 코에 붙일거냐고 ㅜ.ㅜ)

취하고 있습니다. (아니 취하려 합니다. 잡아야 취하든 말든 하지. 우왕ㅇㅇㅇㅇㅇ ㅠ.ㅠ)
추천 0

IP : cacab87714912f9
붕어 약내려 먹는 돈으로 6년근 홍삼 다려드실수 있습니다.

요즘 오염이다 환경파괴다 토종어종 멸종이다 하는대 잘보존 될수있도록 될수있으면 방생해주었으면 좋겠고요.

남자에게 좋은건 비아그라!!!
몸에 좋은건 보약!!!
찌맛은 붕어!!!

로만 만족하신다면 더할나위 없겠내요 ^^
추천 0

IP : 8625d8f8ce9d504
지금은 취미로 낚시가 자리메김 하였으나

낚시원래 목적은 먹기 위해서죠.

먹으려고 잡는데 잘못 될건 없습니다.

고기가져가는 사람보도 쓰레기 버리고가는 자가 나쁘죠.

저도 매운탕 좋아합니다.
추천 0

IP : 6a241f488635071
조어삼매님 반갑습니다
저는 꼭 잡아서 먹거나 필요한 이에게 주겠다라는 목적에서
낚시를 떠나는게 아니고 낚시라는 취미의 부산물이 잡은 물고기입니다
붕어건,가물치건,쏘가리건.....

일년 아니 94년이후 15년간 하루저녁에 8치이상으로 15수이상을
걸어본적이 없기에 저같은 사람들이 모두 낚시를 한다면 어자원은
풍성하여야 할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 듯 하고.....

비단 저뿐이 아니고 제주변의 붕어낚시를 다니는 이들치고
열번 나가서 한번꼴 고기 망태기에 고기 담아들고 들어오는 사람 보지를
못하였습니다

낚시꾼들의 남획이 어자원 고갈의 뿌리가 아니고
다른 이유, 낚시외의 어자원을 고갈시킬 수 있는 다른 고기잡는 수단이나
외래어종,환경등이 문제가 아닐까 생각을 해봅니다만......
추천 0

IP : 55f792035985c1c
어지럽습니다

올해 마릿수 붕어로 약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지금 복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싸이즈 어느정도 되는 녀석들만 취하였습니다
잘못 된것이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행복하고 건강한 출조 되십시요
추천 0

IP : 304c7e8000d6c9c
저희 부모님 생각이나네요,,,

낚시후 집에 고기 가져오면 아버님 비린네나게 가저왔다고 머라합니다..

어머님 와 많이 잡앗네 활짝 웃으십니다..

낚시후 빈망으로 오면 아버님.. 고기 잡지도 못할거 왜 가서 고생하냐..

어머님 빨랫감 많다고 머라하십니다..

몇마리 못잡아서 고기 살려주고 오면..

두분다 안믿으십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할가요 ㅎㅎ
추천 0

IP : 339369fdc47531d
겨울바바당님 이야기에 깊은 뜻이 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옛날 소금장수와 나막신장수(?)를 둔 부모님 이야기도 생각나고요.
생각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누구의 생각이 옳다고 단정할 수도 없는 문제이기도 하고요.
어떻게 하라, 하지 마라는 법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닙니다.
캐나다나 호주 등의 국가에서는 자연보호 차원에서 낚시로 취할 수 있는 물고기의
마릿수를 제한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그게 아주 먼 나라의 이야기만은 아니라 생각듭니다.
법이라는 제제 아래에서 어쩔 수 없이 지켜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 이전에 스스로 적절한 선에서 조절할 수 있다면, 나중에 그런 법이 제정되더라도
아쉬움이 덜하지 않을까요? ^^
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