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는 공평하다

출조시 머리에 윤기나는 무스와 젤, 왁스를 바르고 한껏 멋을 부리고 폼나는 패션으로 뽀대가 나더라도 이틀만 밤을 지새우면 얼굴은 볕에 그을려 새까맣게 타고 거뭇거뭇 돋아난 수염과 모자에 짓눌리고 먼지와 바람과 밤이슬에 축축히 젖어 떡진 머리칼은 너나나나 행색이 똑같이 남루해 집니다. 또한 저수지는 빈자와 부자를 가리지 않습니다. 한 대의 이름 없는 대를 드리우나 열 대의 깔맞춤으로 멋진 대편성을 하나 누구도 막지 않으며 돈이 많고 장비가 좋다고 해서 망태기를 가득채울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남보다 편안한 낚시를 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붕어얼굴을 특별하게 많이 볼 수는 없습니다. 낚시는 아울러 사람을 가리지 않습니다. 밖에서는 교수, 의사, 판사, 공무원, 선생님, 건축업자, 요리사, 파트타임 아르바이트생, 어떤 직업을 가졌더라도 저수지에서 대를 펼치는 순간엔 그냥 뭉뚱그려 낚시꾼일 뿐입니다. 누구나 '조사'이고 또 누구나 '사장님' 입니다. 가끔은 '똥꾼'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만 태생이 다른 것은 아닙니다. 물론 어복이라는 운이 따라주는 사람과 지독하게 운이 없는 사람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그 또한 출조를 가로막는 장애가 되지는 못합니다. 주말꾼도, 평일꾼도, 장박꾼도, 붕어(대상어)를 보려는 마음은 늘 매한가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언제나 즐낚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