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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 보며...

IP : 45f6dbe7340fba3 날짜 : 조회 : 3551 본문+댓글추천 : 0

몇 번의 이사를 하면서 낡고 오래된 책들을 모두 버렸습니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즈음, 문득 운명과 함께 떠나버린 친구처럼 그 책들이 그리워질 때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시와 인생의 뒤안길에서'이란 제목의 책입니다. 좋은 시와 수필로 엮어진 책이라는 것만 기억할 뿐 내용은 생각이 나질 않지만 제목이 주는 뉘앙스로 잊히지 않고 있습니다. 좋은 수필 하나, 그리고 시 한 편, 글귀에 담긴 의미를 곱씹으며 한 해를 뒤돌아 보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숨어서 피는 꽃 / 김병권 우리 집 정원에는 지난 1년 동안 시들했다가 생기를 되찾은 수국 한 그루가 있다. 나는 꽃나무의 생리를 잘 몰라 별로 손질해 주지는 못했지만 이 수국은 지난해 삿갓 모양의 넙죽한 향나무 밑에서 호된 홍역을 치뤄 하마터면 죽을 뻔한 것을 아내의 정성스러운 손길로 옮겨 심어 가까스로 기사회생시킨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올해는 꽤 싱싱하게 자랐는데도 다른 집의 풍성한 수국보다는 포기가 적고 나이는 그럭저럭 5년째로 접어든다. 다른 수국 같으면 벌써 꽃송이가 만발했을 때다. 그런데 요즈음에 와서야 겨우 한송이 피었는데 그 꽃의 빛깔은 바로 내가 좋아하는 연보라빛이었고 그 크기는 제법 밥사발만 하였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겨우 한 송이 핀 꽃이 올바른 제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그 무성한 잎새에 가려진 채 고개를 아래로 떨구고 있어 사람의 손이 잎새를 헤쳐 주지 않고는 눈에 띄기조차 어려웠다. 옆에 있는 옥잠화 · 실비아 · 채송화 · 장미 · 목단 · 국화 등이 저마다 요염한 자태를 과시하고 있는 데 비해 혼자 외로이 외면하고 있는 모습은 매우 측은해 보였다. 그러나 다른 꽃들과 미색을 다투지 않고 홀로 잎새 속에 숨어서 피어 있는 자태는 사뭇 고고하기까지 했다. 꽃나무도 감성이 있는 것일까? 아마도 지난해 여름 그 홍역을 치른 후 제 나름으로 온갖 풍상을 다 겪은 탓인지 저렇듯 자신의 모습을 움추리는 겸허 속에는 꼭 까닭이 있는 것만 같았다. 주변에 피어 있는 뭇 꽃들이 화려하면 할수록 나의 마음 쓰임은 저 무성한 잎새 속에서 고개를 떨구고 있는 수국에게로 기울어지는 것이었다. 따지고 보면 인생살이도 이와 마찬가지가 아닌가. 저마다 난 체하려 들고 그 어떤 경우에도 자신의 얼굴을 내세우지 않고서는 견디지 못하는 씁쓸한 현대인의 경박한 생리를 생각하다가 문득 저 고개를 떨구고 있는 수국 앞에 와서는 겸허하게 자신을 *도야하는 은자의 교훈을 느끼게 된다. *정금미옥은 반드시 열화(熱火) 속을 거쳐 단련되어야 이루어지듯이 죽음의 경지에까지 도달해 보지 않은 사람은 생의 참다운 의미를 깨달을 수는 없을 것이다. 때로는 하나의 쇠붙이나 돌덩어리보다도 약한 자신인 줄 안다면 어찌 함부로 고개를 쳐들고 교만을 피울 수 있으랴! 그런 의미에서 온상의 화초처럼 길러져 강한 햇빛만 받아도 시들해지는 저 모든 꽃들이 어찌 *신산인고를 다 겪은 수국의 마음을 읽을 수 있으랴 싶다. *도야 (陶冶 : 훌륭한 사람이 되도록 몸과 마음를 닦아 기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정금미옥 (精金美玉 : 인품이나 시문이 맑고 아름다움을 이르는 말) *신산인고 (辛酸忍苦 : 힘들고 고생스러워도 괴로운 상황을 참고 견뎌 이겨 냄) 수국꽃 피거든 / 최정란 꽃 한 송이가 마음 하나라면 저 많은 작은 꽃들이 모여 한 개의 알처럼 두근거리자면 몇 개의 마음을 주먹밥처럼 뭉쳐야 하는지 환하고 둥그런 저 설렘이 모서리를 자르며 입은 상처들을 꾹꾹 뭉쳐 놓은 것이란 말인지 하나의 마음도 주체하지 못해서 들었다 놓았다, 풀었다 맺었다 하루에 열두 번도 더 변덕을 부리다가, 꽃의 몸을 빌려 빵반죽처럼 부풀어도 되는지
뒤돌아 보며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둥글둥글 사는 게 꽃같이 예쁘게 사는 일인데, 왜 그렇게 마음을 자꾸 날카롭게 세우는지 모르겠어요.. 어차피 세상사는 일이 덤처럼 얻기도 하고 어이없이 손해도 볼 수 있는 건데, 내 것을 지키느라 긴장한 마음은 늘 뾰족뾰족.. 건드릴 수조차 없게 하지요. 주먹밥처럼 둥글게 뭉친 수국 한 송이만 못한 마음으로 보내기엔 이 봄이 너무나 다정합니다. 조금만 힘 좀 풀고 마음 둥글리며 살아요.. (CBS 배미향의 저녁스케치 중에서)

2등! IP : 40c7ab42aacba15
책을 가까이 두고 살아야 하는데
당췌 요샌 눈이 아른거려서 책읽기도 힘들어집니다

다만 시간날때마다 라디오는 즐겨듣습니다
낚시가면 온종일 CBS 만 즐겨 듣습니다

아침 방송부터 밤늦게까지 중년의 귀에 익숙한 노래가 자주 나와서 애청하곤하지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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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 IP : 4def3ab8e73e4ab
저도 몇번 이사 하면서 책들을 정리하곤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아쉽습니다.

요즘은 독서도 컴텨나 스맛폰으로 하는 시대라지만, 전 책장을 넘겨가며 읽어나가는 아날로그의 맛과 느낌들이 더 좋습니다.

닉네임이 참 좋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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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45f6dbe7340fba3
♥박라울님, 제가 오히려 고맙습니다.
남은 한해 좋은 일들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漁水仙님, 저 역시도 요즈음은 책을 잘 읽지 않습니다.^^
위의 글은 '수필'에 대하여 검색하다 마음에 와 닿아 옮겨 보았습니다.

漁水仙님께서도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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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45f6dbe7340fba3
♥밤하늘엔별님, 처음 뵙는 것 같네요. 반갑습니다.

님의 대명이 더욱 좋습니다.^^
예전에 아부지와 밤낚시할 때 밤하늘의 총총 빛나던 별들이 생각납니다.
찌맛도 좋지만 무수한 별과 새벽의 물안개도 조아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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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8d8e35187de01b6
눈 뜬 물고기

매순간 깨어있는...
산사의 풍경같은...

여여하신 삶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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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45f6dbe7340fba3
♥황금빛잉어님,

아내분께 대하는 다정다감하신 것 빼고는 저와 닮은 점이 많은 것 같더군요.^^
월척에 머무르는 동안 연(緣)이 닿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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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de056623a93733e
둥글둥글 사는 게 

꽃같이 예쁘게 사는 일인데, 

왜 그렇게 마음을 자꾸 날카롭게 세우는지 모르겠어요.. 

요구절...슴가에 와닿습니다!

좋은오후보내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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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45f6dbe7340fba3
♥虛舟님,

일전에 남기신 '풍경소리'가 아직 여운에 남아 있는데

저는 또 한참을 깨어있어야 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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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02349774413448d
올한해 수고하셨고...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좋은 일들로 가득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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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45f6dbe7340fba3
♥그림자님,

마지막 글귀가 저에게 일갈(一喝)하는 듯하더군요.

좋은 오후 보냅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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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45f6dbe7340fba3
♥못안에달님,

참 좋은 아우님께 님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너무 좋으신 분이라며...
좋아하는 아우님이 그토록 좋아하시면 저 역시 좋아질 것 같습니다.^^


♥대구심조사님,

다독이는 건 내꺼님께 부탁하시고요.ㅋ
남은 한 해, 사랑 가득 행복 가득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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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b22a394a9e7b3be
선배님 한해마무리 잘하시구요~^^

내년에도 좋은글많이 주십시요~^^

새해엔 더욱더풍성한 한해가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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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45f6dbe7340fba3
♥뽀내나는붕어님,

후배님께서도 남은 한 해 멋지게 마무리하시고
새해에는 더욱더 뽀대나는 기똥찬 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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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1a22476e187970c
아부지와함께님 메리 크리스마스유ᆢㅎㅎ

늘 올려주시는 글들을 읽다보면 마음이 평온하고 차분해지네요ᆢ

연말인데ᆢ한해 잘 마무리 하시옵고 건강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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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8ff3541014ad98d
저도 책 좋아라 합니다.

제 사전엔 책을 버린다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앞으론 제게 보내 주시길,,,,,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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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45f6dbe7340fba3
매화골붕어님, ♥미리 크리스마스^^♥

제 글에는 차분한 댓글 다시니…갸우뚱ㅋㅋ

눈 내린 계곡지
매화꽃 가득할 때
대 한 번 드리웠음 좋겠네

늦둥이 아드님과 이쁜 사모님과 함께 행복한 연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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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45f6dbe7340fba3
♥피러/우쒸~ 먼저 추임새를 넣어야 하거늘…⌒ ⌒

피터님께 느낀 한 가지,
'진정한 고수는 검을 함부로 휘두르지 않는다.'

혹여 만나게 되면 제 검은 감추겠습니다.
제가 한참 하수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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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45f6dbe7340fba3
♥효천님,

문득 생각나는 귀절과 어떤 느낌에 그 책을 찾습니다만,
버려진 것을 알고는 많은 후회를 하였습니다.

드린다면 새 책을 드려야 하겠지요.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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