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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IP : d204bd026b0296b 날짜 : 조회 : 4409 본문+댓글추천 : 0

이른봄 아직 논두렁에 잔설이 남아있는 좁은 농로를 지나오다 연줄기가 마른굴비처럼 수면에 성기게 남아있는 작은저수지를 봅니다 연안상류를 제외하고는 마른연줄기뿐 푸른수초하나볼수없는 작은 방죽입니다 밤사이 추위에 떨며 입질한번못보고 철수하는길이라 혹하는마음으로 가파른경사길을 차를몰고 내려가봅니다 4륜을 넣고 브레이크밟은발에 강약을 조절하며 미끌리듯 내려온길을 되돌아보니 낚싯꾼의 욕심이 아니고선 차로 내려올길은 아니었다싶지만 탱크같은 녀석에대한 믿음하나로 감행합니다 무사히 내려와 본 방죽엔 탁한물색과함께 바닥엔 고운펄이있어 채비만 내리면 금방이라도 사방으로 째는 힘좋고 허연 굵은붕어가 나와줄것만 같습니다 이리저리 채비를 옮겨보지만 아직 이른걸까요 입질은 없고 낯선방문자에 쫒긴 철새떼들만 억울한듯 울어댑니다 다시 차를돌려 오던길을 되돌아가려고 좁은농로에서 차를돌리는데 뒷바퀴하나가 수로에 내려앉아버립니다 앞차체가 약간 들려버렸고 급히당긴사이드브레이크를 풀어버리면 차는 곧 수로안으로내려가 박혀버릴지경이 됐습니다 우선 사이드브레이크를 단단히 더 당겨두고 차에서 내려 상황파악을 해봅니다 담배한대를 피워물고 이난감한 상황을 빠져나갈 궁리를 해보지만 렉카차를 부르는것외엔 달리 뾰족한수가 없어보입니다 그러나 난감한 상황일수록 침착해지다보면 방법이 보입니다 우선 4륜기어를 로우로 변경하고 기어를 1단으로 내립니다 사이드를 채운채로 악셀을 가볍게 밟으면서 차체가 엔진구동력에의해 앞쪽으로 무게를 실으면 싸이드손잡이를 서서히 풀어냅니다 들렸던 앞바퀴가 땅에 닿고 2톤무게의 묵직한 녀석은 서서히 지면을 차고 수렁에서 빠져나옵니다 성공 ... 뿌듯함에 녀석의 궁댕이를 쳐줍니다 다음은 다시 내려왔던 언덕을 기어올라야합니다 평상시 경사진 언덕에 녀석을 세우고는 앞차체가 완전히 들리도록 몰아부쳐서 녀석의 능력을 검증해왔던지라 이번에도 믿어보기로합니다 차체만 반듯하게세우면 아마도 차고 오를겁니다 역시 4륜의 로우상태 .안전밸트매고 1단으로 .. 회전수가 빠르면 지면을 깍아 마찰력이 줄어드니 저속으로 천천히 올라야합니다 저속으로 오르지만 몇번 경사각을 이기지못해 멈칫거립니다 정점에서 흠칫 .가슴이 덜컹하지만 기어이 같은속도를 유지하며 악셀을 누르고있으니 마침내 차앞머리가 꺽이며 지면에 앞바퀴가 내려닿습니다 녀석은 탱크나 다름없습니다 단단함 .묵직한 무게임에도 크르릉거리는 엔진음은 흡사 낮게 그르렁거리는 맹수의 그것과 똑같습니다 언덕에대고 몇번 앞머리를 들곤했더니 하체에서 잡음이 많아져 하체의 거의 모든부품을 새것으로 교체해줬었고 세단의 안락함은 없지만 덩치큰 친구처럼 늘 믿음직스런녀석이었습니다 녀석과함께 주변 저수지를 수없이 돌아다녔었죠 젖은논바닥에 주제모르고 따라들어왔던 봉고차들은 이녀석의 신세를 지곤했습니다 낚시를 그만두고 차를 팔겟다내놓으니 금새 구매자가 나섭니다 내일 보러오겠다하더니 바로와서는 입금부터 하겠다는 성질급한분은 겨우 녀석을 시운전만 해보고는 더 묻지도않습니다 하긴 이녀석과 처음 인연을 맺을때 저도 그랬습니다 이리저리 찿아봐도 맘에든녀석들이없어 시간을 보내다 오랫동안 알아왔던 매매상하는친구가 자기물건은 아니지만 보여준다며 끌고온녀석 .. 그때 녀석의 엔진음하나만으로 시운전도않해보고 주라는돈 다주고 녀석을 삿습니다 보통의 시세보다 이삼백은 더준듯했지만 맘에든녀석이어서 더이상 가격흥정은 하지않았더랬습니다 차를 가지러온 사람도 아마 같은기분일거라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집니다 아마 녀석을 잘알고 아껴줄듯합니다 타이밍밸트 교체비용이라도 조금 ...한 사십만원정도 할겁니다 하시길레 50만원 깍아드리죠 .. 기분좋게 녀석을 보냅니다 _freebd12054296.jpg 약속대로 서류를 떼서보낸지 하루만에 새주인이 녀석을 자신의 명의로 입적시키고 이미납부한 자동차세와 보험을 환급받습니다 그렇게 녀석과의 연은 끝이나고 낚시를 그만두고 차를 보내버린지금 아침출근은 모처럼 여유를 부리며 걸어서 출근합니다 다시 만날 그녀석 닮은 새친구를 찿으려 인터넷 여기저기를 둘러보지만 거칠고 험한길 갈리없는 세단을 고르자니 한눈에 들어오는녀석이 없습니다 갈리없는 험한길 .그래도 그런녀석들한테 마음이가는건 보내버린 녀석과의 미련때문일까요 바람이 늘 함께하는 봄 아침 출근길에 집근처 방죽엔 새싹이 돋습니다 파란수초새줄기도보이고 겨우내 얼어있던 낮은수촛가엔 산란이 시작된듯 물파장이일고 파닥거리는 붕어의 몸체도 보입니다 몇년간 낚시하며 한자넘는 녀석들을 늘 이곳에 이식시켜왔던지라 여기저기서 이는 파장이 가볍지않습니다 혼자만 아는비밀이라도 된양 보는것만으로도 흡족합니다 홀로나선 출조길 .어둠 .담배 .버너 .라면 라디오 .추위.입질 .안개자욱한 아침수면 .부시럭거리는 소리.선잠 ..... 그런것들과 멀어져버린지금 새로이 봄을 준비합니다 날렵하고 우아한 세단에 몸을싣고 이번엔 잘뻗은 고속도로에서 새로만날녀석을 테스트하겠죠 속도계바늘이 끝점에도달해 바르르 떨때까지 몰아부쳐볼것입니다 그래야 녀석에게도 정이생기고 믿음이 생기겠죠 예전의 녀석과는 여러모로 다르겠지만 나름 새로만날녀석에게 제모습도 맞춰야 할걸로 생각하고있습니다 2009년 새봄 늘 바람잦은 봄이지만 개나리꽃망울 터져나오는 올봄은 작년과는 다를겁니다 새봄을 기대합니다 _freebd12072723.jpg

1등! IP : 8470f6beda2fac9
은둔자 선배님 정들었던 친구를 보내셔서 많이 섭섭하신가 보네요...

새로운 친구를 잘 만나셔서 다시 아름다운 정을 쌓아 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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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 IP : 617d1e6a9f26198
분신과도 같은 애마를 떠나보낸 지금
마음 한구석이 짠 하나 봅니다.

그렇죠!
아무리 기계라지만 한땐 산천을 누비며
한 몸이 되어 함께 했던 애마!!
이젠 털어버리시고 나 아닌 가족과 함께할 좋은 애마를 선택 하시길 바랍니다.

혹시 위 두 그림중 하나 입니까??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요^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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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 IP : 7bec01782dc85c1
저도 한번 산 물건의 왠만해서는 되팔거나 처분하지는 못하는 성격입니다.

현재 제차가 11년에 20만Km, 제 집사람 차가 15년에 21만Km, 앞으로 둘 합쳐서 50만은 타보려고 합니다.

늘 나와 함께 하고 동고동락을 같이 했으니, 차가 아프면 나도 아파집니다.

은둔자님께서 아끼던 애마를 시집 보내실때의 마음이 많이 아쉬우셨을거라고 봅니다.

은둔자님보다 더 아끼고 돌볼 새주인 만났을테니 너무 아쉬워 마시고 멋진 세단이 될지 다른 종류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새로운 애마 생기시면 꼭 소개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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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a7683fb27dc909e
낚시는 완전히 접어셨나 보네요.?
딸아이 시집 보내는 애비 심정이 아마도..
님의 심정과 비스므리 할겁니다.^^*
빨리 새로운 친구를 만나야.
예전 친구는 빨리 잊을수가있지요...
낚시할때 느끼는 봄과...
접으을때 느끼는 봄은 어떻게 다를지....
건강 지키며 늘~행복 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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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86785ed2268e309
오래만에 .... (한국에 돌아와서) 글잘쓰고 성격좋고...

자상한아버지며 ...숨어있는 낚시친구를 찾았다 싶었는데....

낚시를접고 글을접고 영영 숨어버릴까... 걱정돼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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