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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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돈에 가계를 얻으려 며칠을 헤매다보니 집사람도 나도
완전히 지쳐버려 운전대잡기도 수월치않은 상태였다
초행. 그것도 밤늦은 시간 스르르 내려오는 눈꺼풀무게에 짓눌려
운전중이란 사실조차도 까마득해질쯤
덩컹거리는 거친노면덕에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중앙선을 어림잡는데
순간 달리는 차안에서 길바닥에 뭔가 검은 물건을 보게된건 참 경이로운 일이었다
어두운 초행길 .그피곤한중에 길바닥에 붙어있는 뭔가를 봤다는것자체가
어찌보면 우연이 아니라고 믿고싶어지는 그때 그사건
급히 브레이크를 잡고 길가에 차를 세운후 아내와함께
다가가보니 작은 쟁반같은 거북이한마리가 길바닥에 붙어있었다
주변에 습지도없고 물도없는데 아스팔트도로위에 웬 거북이가 있을까
의아한 마음이 들긴했지만 부도후 3년여를 너무 모질게 보낸뒤라서
녀석을 고이 물가에 보네주고싶었다
아내와 한참을 달려 저수지에 녀석을 내려주고
그리고 다음날 부족한 계약금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가계를 얻게됐다
생소한도시에 상권도보지않고 덜컥 계약을 했지만 사실은 워낙 급하다보니
당장 어렵게라도 시작할마음이 먼저였다
처음 가계를 시작할때는 그저 가족생계를 이어갈수만 있다면 하는 마음외엔
큰욕심도 없었다
아니 욕심을 부릴 처지도 아니었다
개업첫날 손님이 들기나할까 조마조마한 심정이었는데
뜻밖에도 엄청난 대박이었다
8년직장생활경력의 한달월급을 단하루만에 벌었다
정신없이 하루일과를 끝내고 아내와 얼마나 울었던지 ...
그렇게 1년.2년 3년...10년이 지났다
더이상 몰릴곳도없던 내가족에게 온통 희망만 가득하고
더이상 아래를 내려다보며 걱정하지않아도될 좋은날이 10년이나 계속되었다
아내는 지금도 얘기한다
그날밤 물가에 보내준 거북의 은혜라고 ..
아내는 무신론자다
그럼에도 가끔 그 거북의 꿈을 꾼다는데 용하게도 거북을 꿈에본다음날은
어김없이 대박이니 아내의 해몽을 믿지않을수도없는일이다
오늘 오후시간이 너무 한가해져 가계를 맡기고 짬낚시를 갔다
낚시를 오래했지만 조행기에서 보는 청거북한마리 보지못한나
늘 다니는 집뒤소류지엘갔다
지렁이 한통 달랑들고 간길
해질녁까지만 해볼요량이었다
붕어바늘2호에 긴목줄
지렁이 한마리씩을 꾀어 수초가 찌든 곳 빈자리에 채비를 넣으려니
쉽지않다
겨우 채비를 넣고 여섯치붕어 서너수를 잡는동안 입질이 뜸해 금새 해가기운다
건너편 조사들들도 철수하느라 분주한데 한마리만더를 연발하다보니 결국
캐미를 끼웠다
움찔움찔 25대에서 입질이온다
오늘따라 입질이 시원치않다
워낙 수초가 찌들어 바람이 불어야 입질이 잘붙고 씨알이 굵은곳인데
오랜만에 연안에서 약은 채비로 낚시를 하려니 불편하기 짝이없다
해끝이라 캐미도 희미하고 3미리 붉은 찌고무가 더 선명한데
꾸물거리던 채비가 서서히 끌려간다
잔챙이려니 여기고 가벼이 챔질하는데 수초에 걸린듯 ... 조금 늦췄더니
채비가 다시 끌려간다
붕어는 아니고 뭘까
원줄을 잡고 가만히 당기는데 뭔가 시커머덩어리가 보인다
대형황소개구리거나 또아리틀은 뱀인줄알았던 그시커먼 녀석은 뜻밖에도
소쿠리만한 거북이었다
수초에버티며 안끌려나오는녀석을 천천히 당겨 뭍으로 올려놓고보니
고놈 참 당당하다
바늘을 빼줄요량인데 목줄을 잡으면 목을 안으로 집어넣어버려 쉽지않다
할수없이 작은바늘을 믿고 목줄채 획잡아빼니 다행히 바늘채빠져나온다
입안에 생채기가 좀났겠지만 녀석정도의 건강한 몸이라면 곧 치유될것이다
한참을 들여다보고 예전녀석과의 인연도 또올리고보니
기분이 묘하다
바닥까지 불도저로 깍아밀어버리고 1년지나 여덟치급붕어가 나왔던곳
4년이 넘게 이곳을 단골터삼았지만 거북을 본건 처음이다
그것도 10여년은 됨직한 큰 거북을 ...
발톱이거세다 청거북이라면 청색줄이있는건가
다른색은 보이지않는걸로봐 토종인듯하다
놓아주려 등을 잡으니 발톱으로 손가락을 밀쳐내는데 힘도 장난이 아니다
물가에 놓아주며 네가 이곳터줏대감이었구나 반갑다 그리고 미안하다
다시 네고향으로 돌아가라 또 만나자
녀석과 인사를하고 채비를 접고 집에돌아와 아내에게 핸드폰 사진을 보여주니
거북인 놓아주었냐며 바로 물어본다
그럼 .. 바로 놓아줬지
표정이 환해지는 집사람
왠지 기분이 좋다
차를 운전하다가도 로드킬로 죽은 짐승사체를 그냥 지나치기가 안쓰러워
작은 삽을 갖고다닌다
딱히 믿는종교는 없지만 살았던것들에대한 예의를 치룬다
미미한 생명들이지만 은혜를 입은건 길가에 묻어준 죽은 짐승이아니라
죽은 짐승이 내게주는 따뜻함이다
인간적인 .숨쉬고 먹고 살아갔던 생명체인 그들에대한 예의다
내스로 위안하고 그로써 선함을 행했다 내스스로 만족하고
그들이 내게준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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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일이 생기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