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중반 혈기왕성하던 까까머리 총각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96년도 대략 7~8월 경 정도였겠네요.
친구녀석 둘이랑 저, 이렇게 셋이서 토요일에 모여 내일 잔씨알 붕어나 낚아 매운탕에 소주나 한잔 해보자며 의기투합한 뒤,
다음 날 아침 일찍 집 근처 연밭으로 향했습니다.
저수지에는 아무도 없이 우리 뿐이고, 우리는 그냥 도로 옆 가장 편한 자리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낚시대는 2.5~3.0칸 한두 대씩, 미끼는 떡밥으로..
한 사람 당, 한 시간에 많게는 10마리 이상, 낚시가 정말 재미있을 정도로 입질이 꾸준히 이어졌고,
그렇게 시간은 흘러흘러 오전 11시가 약간 넘어섰을 무렵, 출출하기도 하고, 그래도 50여 마리는 잡았겠다 싶어,
플라스틱 큰병 소주를 따서 한 잔씩 나누려는데, 그 동네에 사는 대여섯 살 아래 후배 둘이서 투망을 들고 오는 겁니다.
붙임성 좋은 그 후배들은, "형님들 낚시하십니까? 낚시해서 뭐가 잡히겠습니까. 제가 투망을 쳐서 가물치 큰 걸로 잡아서 매운탕 끓여 소주나 한 잔 하시죠." 이러더군요.
귀찮기도 하고 해서, "그래라." 하고 그냥 보냈습니다.
저수지를 반바퀴 정도 돌면서 투망을 치던 후배들이 벌레씹은 표정으로 다시 우리가 낚시하고 있는 곳으로 돌아와 한다는 말이,
"형님들 오늘은(투망으로는) 안 나오네요." 이러더군요.
그래서 제가 "그럼, 몇마리나 했는데?" 했더니, 그 후배가 붕어 한마리 피라미 한마리, 황소개구리 한마리 했다나요.
제 친구가 웃으면서 "실력도 변변치 못한 놈들이 투망은 무슨 투망이냐." 하길래 같이 웃고 말았습니다.
멋쩍었던 후배들은 "근데, 형님들 고기는 몇마리나 잡았습니까?" 하더군요.
친구가 귀찮다는듯, "몰라, 대충 한 50마리는 될 거야." 이랬더니,
후배들은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아따~ 뭔 낚시로 붕어를 그렇게 잘 잡는답니까. 어디 한번 보게요."
하면서 살림망을 들더군요.
살림망을 꺼내 60 마리는 족히 됨직한 5~8치급 붕어를 확인하고 둘이 마주보며 놀란 표정을 짓던 후배 녀석들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 붕어들을 몽땅 챙겨가면서 30분만 기다리시라면서 매운탕을 끓여올테니, 소주나 한 잔 하자고 그러더군요.
후배들이 떠나고 나서 우리는 "야! 아무래도 우리가 고기를 뜯긴 것 같지 않냐." 했습니다.
쉽게 말씀드리자면, 후배들이 고기를 털어 도망쳤고 매운탕은 오지 않을 것이다 는 표현이지요. ^^;
우리는 기왕 이렇게 된 일, 다시 한 시간만 더 낚시를 해보고, 친구 집으로 가서 라면을 끓여 먹던지 매운탕을 끓이던지 하기로 했습니다.
떡밥으로 집어가 됐었는지 그 시각까지도 셋이서 돌아가며 심심하지 않을 정도로 붕어는 꾸준히 나와줬습니다.
다시 낚아낸 마릿수를 얼른 계산해봐도 매운탕거리는 충분히 될 것 같길래, 천천히 철수를 준비하려는데,
저 멀리 마을 입구에서, 그 붙임성 좋은 후배들이 손수레에 뭔가를 싣고 오면서, 큰 소리로 "형님들." 하면서 손을 흔들고 쇼를 하더군요.
매운탕이 담긴 중간 크기 백솥째 손수레에 싣고 오던 후배가 도착하고, 그 뒤를 능글맞은 걸음으로 느물느물 걸어오던 다른 후배 양쪽 겨드랑이에는 소주 큰 병이 하나씩 꽂아져 있었습니다.
우리 셋은 매운탕도 매운탕이지만, 소주 큰 병을 양쪽 옆구리에 꽂아 들고온 그 후배의 야릇한 미소에 약간 기가 죽고 말았더랬습니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고등학교에 다니던 녀석들이 졸업하고 내일 모레 군대에 간다면서 언제 술을 이렇게 배웠나 하는 의구심과 함께,
우리가 갖고 있던 소주 댓병과 후배들이 가져온 댓병 두 개를 합치면...
실상 다섯명이 나눠 마시면 그리 많은 양은 아니겠지만, 뜨거운 한 낮, 백주대낮에 취하기라도 한다면...
이제 그날 저수지 풍경은 안 봐도 짐작하시겠지요?
맞습니다. ^.^
그날 저수지에서 우리는 술에 취해 흥에 취해 젓가락 장단에 노래도 부르고, 그 길을 지나가시던 다른 형님들께도 권커니 받거니 하면서 하루 옴팡지게 놀았더랬습니다.
철은 없었지만 순수했었던 그 시절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기에, 더 소중한 추억이 아닐까 싶습니다.^^*
옛기억에 미소를 머금게 되네요...
투망... 던질줄늘 몰라서 그나마 반도로 주말에 친구들과 천렵을 다니던 어린시절~~
반도도 혼자서 하는 작은것만 지니고 다닐때도,
둘셋이서 해야하는 큰것을 가지고 천렵을 하는 형님들이 부러웠었죠.
그나마 친구중, 맨손으로 움켜잡는것에 도가 튼 친구가 있어서 씨알이 되는 가물이,메기 등도 잡을 수 있어서 좋았는데....
지금은 뭘하고들 지내는지...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철렵해 쇠주댓병에 한잔할날이 다시 오려는지ᆢㅎㅎ
재밋게 읽고 입맛 다시고 가유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