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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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척님들의 납량물이 기대가 되곤 합니다.
저는 납량물이라고 해야할지, 뭐라고 해야할 지...
어쨋든 궁금한 마음에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이 계실까 해서 글을 올립니다.
때는 지금으로부터 약 25년전쯤
한창 무더울 때였습니다.
천안 인근의 '월랑지'로 기억되는데
친구녀석 둘과 함께 저수지 한 가운데로 나가 좌대를 타고 밤낚시를 했었습니다.
말이 낚시지,
술 좋아하는 녀석들과 같은 좌대에서 밤낚시를 한다는게 뻔할 뻔자 아니겠습니까..
저녁 내내 두 녀석은 술만 푸다 밤 11시쯤 안으로 들어가 골아떨어졌고
술을 원래 마시지 않는 저 혼자 낚시를 하고 있었습니다.
조황이요?
물론 꽝치고 있었죠...
그 땐 찌에 야광테이프 붙여놓고 '칸데라'라고 했던가요,
카바이트 불을 붙여 찌 있는 곳을 밝히는 그런 고전적인 낚시를 할 때였죠.
낚싯대 두 대를 펴 놓고
몇 시간째 말뚝상태인 찌가 혹시나 움직여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속에
좌대 안쪽에서 간간히 들리는 두 녀석의 코고는 소리를 들어가며
저는 몇 시간째 혼자 찌를 노려보고 있었고...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습니다.
아마 밤 1시 정도쯤 되었을 땝니다.
카바이트 불이 찌를 중심으로 '브이'자로 퍼져나가
마치 무대 조명처럼 캄캄한 저수지 수면위를 비추고 있었습니다.
헉. 그런데 이게 뭔고..
카바이트 불과 어둠의 왼쪽 경계선에서 뭔가 불쑥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까..
마치 어둠 속에서 조명을 받으며 가수가 등장하듯..
그 모양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하긴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얼마나 놀랐는지 지금도 그때 모습이 생생히 떠오릅니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그건 분명 하얀색 연기 덩어리 같은 것이었습니다.
모양은 아래 위가 뾰족하고 가운데 부분이 불룩한 'S'자 형태였습니다.
색은 연기같은 하얀색이었는데 윤곽은 선명하고 흐트러짐이 없는 걸로 봐서
분명 연기는 아니었습니다.
크기는 7~80센티 정도 될까
그런 희안한 것이 물 위에 뜬채로('S'자 모양으로 선 채로)
건들건들 거리며 브이자로 퍼진 카바이트불 조명을
천천히 가로질러 가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그때 쓰던 낚싯대는 긴 것이 2.5대, 짧은 것이 2,0대였는데
2.5대의 찌에서 불과 2~3미터 밖에 떨어지지 않은 거리였습니다.
개구리가 뱀 앞에 서면 몸이 굳어진다던데
저 역시 완전히 몸이 굳어진채 꼼짝도 못하고
그 이상한 덩어리가 카바이트 조명을 지나 반대편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갈때까지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습니다.
칸데라를 들어 그 이상한 덩어리를 비춰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도저히 몸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좀 지나
가까스로 정신을 차려 이상한 덩어리가 사라진 쪽을 바라보니
이미 그 이상한 덩어리는 어디론지 사라진 뒤였습니다.
콩닥콩닥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그 때부터 캄캄한 밤중에 저 혼자 쇼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내가 피우던 담배연기가 아니었을까..
얼른 담배를 피워물고 별스런 방법으로 연기를 뿜어봐도
허공에 바로 바로 흩어질 뿐 분명 '그놈'은 아니었습니다.
그럼 혹시 물 안개?
칸데라를 들고 좌대를 한 바퀴 돌며
저수지 물 위 여기저기를 비춰봐도
물 안개 비슷한 것도 없었습니다.
내가 도대체 뭘 본건가...
분명 맑은 정신으로 똑똑하게 봤는데...
순간 엄청난 공포가 밀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당장이라도 배를 타고 뭍으로 나가고 싶었지만
시대가 시대인지라 휴대폰이 없었을 때였습니다.
그 시절 좌대 타보신 분들은 잘 아실 겁니다.
갑자기 좌대에서 나가야 할 때
그 좌대를 탄 사람 모두가 힘을 합쳐
얼마나 목에 핏대를 세우며 '배! 배!' 하고 외쳐대야 했는지를...
하물며 그 땐 이미 시간이 밤 1시를 넘긴 시각이니
배를 부른다는 건 애전에 글른 일이었고...
할수없이 낚시고 뭐고 다 팽개치고
좌대 안에서 세상 모르고 자고있는 두 녀석의 가운데 자리로 삐집고 들어가
꼬박 날밤을 세웠습니다.
날이 밝고 좌대에서 철수할 때 쥔장에게 어제 본 것을 얘기하니
그 양반, 대수롭지 않게,
여긴 자주 물놀이하다 사람 빠져죽은 사고가 일어나서 그런게 보이나 보네요...
하곤 말더군요.
몇 년전 스님 한 분을 가까이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혹시나 싶어 그 분께
제가 옛날에 보았던 그 이상한 덩어리 얘기를 해드리고
그게 도대체 뭐냐고 물어봤더니
'영가'아닐까 하더군요.
'영가'라면 죽은 사람은 혼 덩어리를 말하는거 겠지요..
월척님들..
이곳 사이트엔 워낙 조력이 깊은 고수님들이 즐비한 곳이니
한 번 여쭤 봅니다.
혹시 이런 거 보신 분 있으신지요?
과연 제가 보았던 것이 무엇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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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못갑니다.